[아침햇살] MB ‘재집권 음모’라면 아서라

고하승 / / 기사승인 : 2010-10-14 12:5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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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여권 핵심 인사들을 만나 “내가 (대통령직을 수행)해 보니 대통령에게 권력이 너무 집중돼 있더라”면서 개헌을 적극 추진해줄 것을 주문했다고 한다.

<동아일보> 14일 보도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또 “행정과 복지 같은 국내 문제는 다른 사람이 하고, 대통령은 외교 등 국제적 문제를 맡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밝혔다.

즉 개헌의 방향을 구체적으로 ‘분권형’이라고 제시한 것이다.

물론 이 대통령은 작년과 올해 광복절 경축사에서도 개헌의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따라서 개헌을 추진하려는 이 대통령의 뜻은 이미 알려진 것이며,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아주 대놓고 ‘분권형 개헌’이라는 구체적 장향을 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이 대통령의 ‘분권형 개헌’ 의지가 강하는 뜻이다.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가 전당대회에서 승리하자마자 대표 취임 일성으로 ‘분권형 개헌’이라는 소신을 밝힌 것이나, 이재오 특임장관이 연일 ‘분권형 개헌’ 필요성을 강조하는 것은 이 대통령의 의중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결국 여권 핵심부가 이처럼 ‘분권형 개헌’을 툭툭 언론에 흘리는 것은 단지 개인적인 견해를 피력하는 것이 아니라, 이 대통령의 엄중한 뜻이 담긴 발언이라고 보면 맞을 것이다.

그렇다면, 대체 이 대통령이 분권형 개헌을 추진하려는 이유가 무엇일까?

이 대통령은 “대통령에게 너무 권력이 집중되다 보니 권력이 바뀌면 이전 정부의 성과가 평가절하 되기도 쉽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이는 자신의 퇴임 후, 4대강 사업 등 자신이 역점 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일들이 차기 정부에서 평가절하 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단지 ‘평가절하’되는 것이 두려운 것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나타난 온갖 비리와 부패 문제가 백일하에 드러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사실 이명박 대통령이 ‘제왕적 대통령제 폐해’를 운운하는 것은 난센스다.

이는 이명박 대통령 스스로 자신이 ‘제왕적 대통령’으로 군림하고 있는 사실을 시인한 것 아나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사실 이명박 대통령은 미디어법 수정, 세종시 수정 시도, 4대강 강행 등등 국민의 반대 목소리를 듣지 않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독선적인 대통령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대통령에 권한이 집중돼 있기 때문이라기보다, 한나라당이 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다.

우리나라는 행정부, 입법부, 사법부의 삼권이 분립돼 있다.

그런데 입법부가 스스로 행정부의 종노릇을 자처하고 있으니 이게 문제다.

현재 국회의 다수당은 한나라당이다. 그 한나라당이 이명박 대통령의 눈치 보기에 급급하다보니 국회에서 이명박 정부의 견제가 이루질 수 없는 것이다. 오죽하면 ‘18대 국회는 MB 거수기’라는 비판이 쏟아져 나오겠는가.

또 굳이 헌법을 개정하지 않더라도 현 제도하에서도 대통령이 마음먹기에 따라 얼마든지 ‘책임총리’ 방식으로 총리에게 내치를 맡길 수 있다.

실제 참여정부 시절 이해찬 총리는 ‘책임총리’로 내각을 총괄하고 국무위원 제청권을 행사하는 국무총리의 역할을 실질적으로 부여받았었다.

즉 국무총리의 헌법적 권한과 역할이 정상적으로 작동했다는 뜻이다.

사실 이는 지극히 정상적인 총리의 역할임에도 ‘책임총리’라는 용어가 붙게 된 이유가 무엇일까?

그동안 임명권자인 대통령이 총리를 단지 ‘꼭두각시’로 여겼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의 재임 기간 동안 거쳐 간 총리들이 과연 독자적인 목소리를 낸 적이 있었던가?

별로 기억에 없다.

‘제왕적 대통령제’ 문제는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대통령 국정철학의 문제이자 여당 의원들의 자질의 문제다.

따라서 더 이상 ‘분권형 개헌’이라는 불쾌한 용어가 정치권에서 튀어 나오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삼권분립의 원칙을 제대로 지키고, 국무총리의 역할을 정상적으로 작동시켜 주기만하면 될 일을 굳이 헌법까지 개정하려 드는 데에는 뭔가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다.

혹시 분권형 개헌을 통해 이 대통령이 퇴임 후 사실상 전권을 가진 총리가 되려는 ‘재집권 음모’의 프로젝트라면 아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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