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내 개헌론자인 홍준표 최고위원이 19일 오전 라디오 방송인 SBS전망대에 출연, “국민의 여론지표를 보면 상당수가 대통령 권한을 분산시키는 분권형제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다”며 “개헌특위를 가동을 시켰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재오 특임장관의 개헌 이야기는 그게 대통령의 의중이라고 볼 수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이재오 장관은 개헌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을까?
그는 지난 11일 분권형 개헌에 거듭 강한 의지를 드러내면서 ‘내년 봄’이라는 국민투표 일정까지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이 장관은 당시 CBS라디오 <변상욱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연일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개헌과 관련, "현재 개헌을 하는 거는 여야 의원들이 다 찬성"이라며 “4년중임 대통령제로 하자는 안이 있고, 대권권한을 분할하는 분권형하자는 거 두 가지고 개헌 자체는 어떤 사람도 반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단지 권력의 틀을 놓고 4년대통령중임제로 해서 권한을 강화하느냐, 아니면 분권형으로 해서 대통령권한과 국회권한으로 나누어 가느냐, 이렇게 하는 견해의 차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그는 “금년에 발의만 하면 60일안에 국회표결해서 30일안에 국민투표하면 되는 것”이라며 내년 3월 국민투표 일정까지 밝혔다.
그는 개헌 방향에 대해 “나라의 발전을 위해서나 선진화되기 위해서 선진국형 정치틀을 갖추려면 권력이 나누어져야 된다, 분권이 되어야 된다”며 ‘분권형 대통령제’를 제시했다.
홍 최고위원의 말처럼 이 특임장관의 발언이 이명박 대통령의 의중이라면, MB는 ‘분권형 대통령제’ 즉, 국민이 선택한 대통령은 ‘허수아비’로 전락하고, 국회의원들이 선출한 총리가 실권을 갖는 이원집정부제를 내년 3월까지 밀어붙이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홍 최고위원과 이 특임장관의 발언을 면밀하게 들여다보면 상당한 오류가 있다.
아니, 단순히 오류라기보다는 ‘말장난’이자 명백한 ‘거짓’이다.
우선 홍 최고위원의 발언 가운데 “국민의 여론지표를 보면 상당수가 대통령 권한을 분산시키는 분권형제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다”는 내용이 있다.
과연 사실일까?
아니다. 틀렸다.
최근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자.
지난 9월 24일부터 25일까지 여론조사 전문기관 케이엠조사연구소가 전국 19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1대1 전화면접으로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구간에 ±3.1%포인트)를 실시한 결과, 개헌시 권력구조개편의 종류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 중 가장 높은 수치인 38.7%가 ‘미국식 4년 중임제’를 채택해야 한다고 답했고, ▷이원집정부제 14.6% ▷의원내각제 10.8% 순으로 나타났다.
국민여론은 분권형(이원집정부제)보다도 4년 중임제를 훨씬 더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두 배 이상 차이가 난다.
그러면, 이 특임장관의 발언은 모두 사실일까?
역시, 오류가 있다.
그는 "현재 개헌을 하는 거는 여야 의원들이 다 찬성"이라고 말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우선 당장 19일 한나라당 내 친박계 이혜훈 의원이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 “개헌은 진정성도 없고, 가능성도 없다”고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날 민주당 이낙연 사무총장 역시 “18대 국회 개헌은 물 건너갔다”는 식의 발언을 했다.
결국 ‘여야 의원 모두가 찬성한다’는 이 특임 장관의 발언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 입증된 셈이다.
또 이 특임장관의 발언 중 “4년대통령중임제로 해서 권한을 강화하느냐”는 내용이 있다.
하지만 이는 ‘4년 중임제’를 의도적으로 깎아내리기 위한 말장난에 불과하다.
어떻게 ‘4년 중임제’가 ‘5년 단임제’보다 대통령의 권한을 더 강화하는 제도인가.
정말 국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개헌을 하자면, ‘원포인트 개헌’이 정답이다.
여론조사 결과, 국민 10명 중 6명 이상이 개헌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대통령제 내각제 등 권력구조 문제를 비롯해 국민기본권 및 선거구 조정 등 전면적인 개헌보다는 현행 5년 단임제를 제한적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의견이 전체의 40%를 넘었다. 한마디로 ’원포인트 개헌’에 대한 여론이 높았다는 말이다.
그것도 4년 중임제를 선호하는 의견이 압도적이었다.
그렇다면, 개헌논의 방향은 당연히 ‘5년 단임제냐, 아니면 4년 중임제냐’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원포인트 개헌’으로 압축시켜야 한다.
이런 논의가 아니라면, 그것은 다분히 정략적 논의로 ‘MB 재집권’을 위한 음모라는 의구심을 지우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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