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햇살] 10.27 민심은 여야에 경고장 날렸다

고하승 / / 기사승인 : 2010-10-28 13: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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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그동안 ‘영남은 한나라당 텃밭’이고, ‘호남은 민주당 텃밭’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그러다보니 한나라당은 영남에서 민주당은 호남에서 안주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10.27 재.보궐선거에 나타난 민심은 이런 등식을 허용하지 않았다.

실제 한나라당은 영남에서, 민주당은 호남에서 부끄러운 성적표를 받고 말았다.

우선 여당인 한나라당은 영남지역에서 1기초단체장, 광역.기초의회 선거구 4곳을 모두 승리하긴 했으나, 간신히 이겨 진땀을 뺏다.

홍준표 최고위원이 28일 최고위원 회의에서 재보선 성적표를 두고 “완패했다”고 말한 것도 무리는 아니다.

실제 경남 의령 군수 보궐선거의 경우 낙선한 무소속 후보 두 명의 지지율을 합치면 57%로 한나라당 김채용 당선자가 얻은 43%보다 훨씬 높았다.

도의원을 새로 뽑은 거창 제2선거구도 한나라당 변현성 당선자는 41%를 득표했지만, 두 무소속 후보의 지지율 합계는 무려 58%에 달했다.

기초의원 두 명을 다시 뽑는 부산 사상에서도 민주당과 민노당. 무소속 후보의 지지율을 합치면 57.75%나 됐다. 반면 한나라당 당선자의 지지율은 41.25%에 불과했다.

총선과 대선에서 여야 1대1 대결이 벌어질 경우, 한나라당 텃밭인 영남에서조차 안심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이런 현상은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민주당 텃밭인 광주 서구청장 재선거에서 민주당 후보가 3위로 밀려나는 수모를 당했다.

실제 김선옥 민주당 후보는 23.8%의 득표율로 무소속 김종식 당선인(38.2%)은 물론 국민참여당 서대석 후보(35.0%)에게도 큰 차이로 밀려났다.

뿐만 아니라 차기 대권주자 여론조사에서 호남지역 지지도 1위는 한명숙 전 총리나 손학규 대표와 같은 민주당 인사가 아니라, 한나라당 소속 박근혜 전 대표가 차지하기도 했다.

실제 박 전 대표는 지난 8일 ‘미디어리서치’가 광주, 전남, 전북 등 호남 지역 유권자들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8.3%로 1위를 차지했다.

박 전 대표의 뒤를 이어서는 민주당 한명숙 전 총리(13.6%), 정동영 최고위원(10.0%), 국민참여당 유시민 참여정책연구원장(6.2%) 등의 순이었다.

앞서 지난달 7일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서치앤리서치’ 조사에서도 박근혜 전 대표는 호남권에서 19.6%를 기록하며 15% 안팎의 야권 후보들을 모두 물리치고 1위를 차지했다.

호남에서 박 전 대표의 인기는 한나라당 후보들에게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실제 지난 지방선거에서는 호남의 한나라당 광역단체장 후보들이 15% 이상의 높은 득표를 해 민주당 관계자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한 바 있다.

이런 현상은 민심이 한나라당과 민주당에 영호남 지역을 ‘자신의 안방’이라 생각하고, 거기에 안주하다가는 차기 총선에서 대선에 큰 재앙을 맞을 수도 있다는 경고장을 날린 것이라고 보면 맞을 것이다.

따라서 여야 지도부는 이런 변화무상한 민심을 바로 읽을 수 있는 안목을 키워야 한다.

이제는 단순히 ‘진보냐 보수냐’, 혹은 ‘영남이냐 호남이냐’, ‘한나라당이냐 민주당이냐’ 하는 이분법적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러자면 무엇보다도 먼저 다양한 유권자들의 욕구를 들여다 볼 수 있는 안목이 있어야 한다.
특히 차기 대권주자들에게 있어서는 이런 안목이 더욱 중요하다.

동서리서치가 지난 5일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보면, 박근혜 전 대표와 손학규 대표가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 알 수 있다.

박 전 대표의 지지자들에 왜 그를 지지하는지 물었더니, ‘선친을 보고 배운 것이 많을 것 같아서’라는 응답이 9.9%인 반면, ‘국민과 소통을 잘 할 것 같아서’라는 응답은 0.9%에 불과했다.

사실 의외다.

박 전 대표는 그동안 미니홈피와 트위터 등을 통해 열심히 국민들과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그런데도 국민들은 여전히 박 전 대표에게 ‘불통’의 답답함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대체 그 이유가 무엇일까?

4대강 사업 문제 등 정치적 이슈에 대한 ‘침묵행보’가 지나치게 길어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박 전 대표는 차기 유력 대권자인 만큼, 이제 ‘침묵’에서 벗어나 국민의 답답함을 풀어 줄 의무가 있다. 그게 진정한 소통이다.

또 손학규 대표의 지지 이유로 국민들 가운데 7.3%가 ‘서민을 위할 것 같아서’라고 응답한 반면, ‘소신 있게 처신할 거 같아서’라는 응답은 1%로 매우 낮았다.

즉 국민들은 손 대표에게 당 대표로서 ‘소신 있는 모습’을 보여 주기를 갈망하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국민들은 손 대표가 환경 대재앙이 우려되는 4대강 사업을 소신 있게 저지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모쪼록 여야 모두 10.27 재보궐선에서 국민의 경고장을 받은 만큼, 겸허한 모습으로 자신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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