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햇살] 개헌론자들의 빤한 속셈

고하승 / / 기사승인 : 2010-10-31 14: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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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한나라당 친이 핵심 세력들이 연일 개헌론에 불을 지피고 있다.

우선 이재오 특임장관이 총대를 메고 나섰다.

그는 지난 29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운영위 국정감사에 출석해 “특임장관 자격으로서 개헌에 대한 입장이 뭐냐”는 한나라당 권성동 의원의 질의에 “개헌은 특정 정치세력이나 정치인이 권력의 필요에서 하는 게 아니라 3만달러 이상 선진국, 깨끗한 나라를 위해서 해야 한다는 게 제 소신”이라고 밝혔다.

특히 그는 “(개헌) 논의의 틀, 논의의 계기는 특임장관이 만들 수 있는 것”이라며, “논의의 장을 만드는 것이 특임장관의 임무”라고 강조했다.

즉 자신의 임무가 ‘개헌 논의의 멍석을 까는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셈이다.

이 특임장관은 분권형 개헌론자다. 한나라당 분권형론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이원집정부제 개헌을 말하고 있다.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도 31일 "앞으로 G20(주요 20개국) 서울 정상회의가 성공적으로 끝나면 다양한 의견을 토대로 개헌을 서로 공론화해 논의해 볼 가치가 있다"며 개헌론에 계속 불을 지피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즉 이원집정부제 개헌을 지속으로 추진하겠다는 뜻이다.

이원집정부제란 국민이 직접 뽑은 대통령을 사실상 허수아비로 전락시키고, 대신 국회에서 여야 정치인들이 선출한 국무총리에게 사실상 전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한마디로 말해서 여야 정치인들이 끼리끼리 적당히 야합해서 권력을 나누어 갖겠다는 말이다.

물론 국민이 이를 용납할리 만무하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은 4년 중임제 대통령제를 가장선호하고 있으며, 그 다음으로 5년 단임제인 현행 체제를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생각을 지니고 있다.

반면 친이계 개헌론자들이 추진하고 있는 분권형 개헌에 대해서는 아주 냉담하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25일 전국 성인 700명을 대상으로 '선호하는 권력형태'에 대한 전화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4년 중임제'(38.5%), '5년 단임제'(22.7%), '의원 내각제'(10.7%), '분권형 대통령제'(6.2%) 순으로 조사됐다. 이번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7%p였다.

이는 지난 6월 조사 때보다도 분권형 개헌 찬성응답이 무려 3.6%포인트나 줄어 든 것이다.

즉 시간이 흐를수록 친이계가 추진 중인 분권형 개헌에 대한 국민적 외면이 심해지고 있다는 뜻이다.

더구나 여야 강력한 차기 대권주자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모두 ‘분권형 개헌’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는 마당이다.

야당의 유력한 대권후보인 손 대표는 이날 “개헌은 정치인을 위한 정치놀음”이라고 개헌논의 반대 뜻을 밝히면서 “(개헌이) 꼭 필요하다면 책임정치 차원에서 4년 중임제 정도는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여당의 유력 대권주자인 박 전 대표 역시 지난 2004년부터 줄곧 ‘4년 대통령 중임제’ 개헌의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따라서 개헌을 논의하려면 ‘4년 중임제 실시여부’에 대해 찬반의사만 묻는 형식으로 진행 되는 게 맞다. 그것이 또 가장 순리적이고, 현 정권 하에서 실현 가능성 있는 개헌추진 방식이기도 하다.

그런데 친이계 개헌론자들은 ‘제왕적 대통령제 폐해’를 운운하면서, ‘분권형 개헌’의 당위성을 설명하려고 무진 애를 쓰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고 갈 만큼, 그의 주변을 샅샅이 먼지 나게 털어 댄 것도 ‘제왕적 대통령제 폐해’라는 명분을 쌓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이 제왕적 권력을 휘두른 사실은 드러난 게 아무 것도 없었다.

그래서 과거 정부와 연관이 있는 태광그룹과 C&그룹 등을 표적수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거기를 털어서라도 ‘대통령제는 나쁘다’는 명분을 만들 만한 무엇인가를 반드시 찾아내야 한다는 절박함이 두 그룹을 표적수사하도록 만들었을 것이란 말이다.

그래도 뭔가 나오는 게 없다면,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 중 한사람을 희생시켜서라도 ‘대통령제는 나쁘다’는 명분을 쌓으려 할 것이다.

어쩌면 이명박 대통령의 대학 동문이자 절친한 친구인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가 그런 용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대체 친이계는 무엇 때문에 이토록 국민이 반대하고, 차기 유력 대권주자들이 반대하는 이원집정부제 개헌에 목을 매고 있는 것일까?

필자가 판단하기에는 두 가지 목적이 있다.

하나는 이명박 대통령 퇴임 이후를 염려하기 때문일 것이다.

한 대학 교수는 4대강 사업을 밀어붙이는 이명박 정권과 대선자금과의 연관 의혹을 제기한 마당이다. 또 제2 롯데월드 승인과정에 대한 의혹도 만만치 않은 상태다.

차기 정부가 들어서면 이 문제를 반드시 짚고 넘어 갈 것이고, 그렇게 되면 이 대통령은 결코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또 다른 이유는 조기레임덕 방지다.

이원집정부제 개헌을 통해 이 대통령이 퇴임 후 실권총리로 재집권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여당 의원들은 끝까지 이 대통령의 눈치보기를 하게 될 것이고, 그게 레임덕 방지에 결정적인 기여를 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런 의도들은 이미 국민들이 간파해 버렸다. 따라서 개헌론이 탄력을 받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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