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햇살] 검찰은 일인지하 만인지상인가

고하승 / / 기사승인 : 2010-11-08 13:4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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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청목회 로비의혹과 관련한 검찰의 수사로 정치권이 발칵 뒤집혔다.

검찰은 지난 5일 국회의원 11명의 현역의원 후원회 사무실 등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정당별로 보면 한나라당 소속 5명, 민주당 소속 5명, 그리고 자유선진당 1명이다.

검찰이 현직 의원 11명의 지구당 사무실 등을 한꺼번에 압수수색한 것은 유례없는 일이다.

그런데 검찰의 압수수색에 대해서는 법무부장관도 사전에 알지 못하고 있었다.

뒤늦게 알고는 무척 당황해 할 정도였다니, 그가 이번 사건에서 얼마나 철저하게 배제됐는지는 짐작이 가고도 남을 일이다.

대체 청목회 사건이라는 게 뭘까?

이명수 자유선진당 의원, 최규식 민주당 의원이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에 근무하는 청원경찰의 봉급과 정년 등 처우를 개선하는 내용으로 청원경찰법 개정을 주도했고, 이 법안은 지난해 12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의원 전원 동의로 통과돼 국회 본회의에서 원안 가결됐고 지난 2월 공포됐다.

사실 이 법안은 상당한 설득력이 있었다.

청원경찰은 경찰은 아니지만 관할 경찰서장의 감독을 받고 있다. 특히 경찰관과 비슷한 업무를 하지만 처우는 경찰관에 비해 매우 열악한 상황이다.

실제 청원경찰들은 그동안 정년까지 근무해도 경찰 최하위 직급인 순경 봉급을 받아 왔는데, 법안통과로 인해 정년은 1년 연장됐고 단결권, 단체교섭권이 인정됐다. 보수도 15년 근무 미만은 순경, 30년까지는 경장, 30년 이상이면 경사에 준하는 보수를 지급하도록 했다.

그런데 문제는 청목회, 즉 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가 개정안 통과를 위해 특별회비 약 8억원을 걷어 이 가운데 2억 7000만원을 국회의원 30여명에게 후원금 형식으로 제공하며 로비를 했다는 것.

특히 일부 의원의 경우, 이를 빌미로 청목회에 먼저 후원금을 요구했다는 게 검찰 측의 주장이다.

만일 이 같은 검찰 측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국회의원들에 대한 검찰수사는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 할 것이다.

그러나 검찰의 이런 태도를 칭찬하기에는 석연치 않은 구석이 너무나 많다.

그동안 검찰이 정치권과 얽힌 모든 사건을 공정하게 수사를 했느냐 하면 전혀 그렇지 않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 동창인 천신일 사건이나 한상률 전 국세청장 사건의 경우 핵심 피의자가 해외로 도피하도록 방조하는 등 지지부진한 수사를 한 게 바로 지금 요란하게 ‘압수수색’을 벌인 검찰이다.

또 총리실의 민간인 불법사찰과 관련한 수사에서는 청와대에서 대포폰을 지급한 사실이 만천하에 알려졌는데도 이를 덮어두고 있는 것 역시 검찰이다.

따라서 '공정수사'니 ‘엄정한 법집행’이라라고 아무리 떠들어대도 설득력을 갖지 못하고 있는게 현실이다.

민주당이 검찰의 청목회 수사가 민간인 사찰과 관련한 청와대의 대포폰 지급 등을 덮기 위한 기획사정이라고 주장하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심지어 개헌 문제 등 이명박 대통령과 비교적 뜻을 함께 하고 있는 자유선진당 이회창 대표마저 검찰의 의원 후원회 압수수색은 입법부를 모독한 것이며, 형평을 벗어난 검찰권의 남용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여당인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불만의 소리가 만만치 않다.

지난 7일 밤 총리공관에서 열린 당정청 수뇌부 9인 회동에서 안상수 대표와 김무성 원내대표는 정부와 청와대에 강력한 유감을 표명했을 정도다.

안 대표 등은 "후원금 계좌가 선관위에 다 공개돼 있는데 이렇게 압수수색까지 할 이유가 뭐가 있었느냐. 과잉수사 아니냐"고 강력히 항의했다는 것.

아직까지 구체적인 실체가 무엇인지는 잘 모른다.

다만 이명박 대통령이나 청와대와 관련된 비리와 부패의혹에 대해서는 철저히 ‘외면’하는 검찰이 국회의원들에 대해서는 ‘엄정한 수사’를 외치며 큰 칼을 빼든 망나니 같은 모습이 마치 ‘일인지하만인지상의 검찰’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기 그지없다.

노무현 정권 당시 검찰권을 견제하는 의미에서 공직자비리수사처를 도입하자는 논의가 한나라당의 반대로 무산된 것이 그저 안타가울 따름이다.

누구 말마따나 검찰이 통치권자의 개가 되어 그를 따르지 않는 사람들을 마구 물어뜯는다면, 법무부장관도 검찰권을 통제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됐다면, 검찰권 견제를 위해 제도 정비가 필요한 것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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