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햇살] 개헌, 민주당 당론은 뭐냐

고하승 / / 기사승인 : 2010-11-16 14:5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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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여권 친이 핵심세력들이 연일 개헌 드라이브를 걸고 나섰다.

지난 14일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가 ‘개헌특위’ 구성을 제안하는가 하면, 같은 날 이재오 특임장관이 ‘개헌 전도사’를 자임하고 나섰다.

급기야 15일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선거구제-행정구역 개편’을 거론함으로써 본격적인 개헌 불 지피기에 나선 모양새다.

이들 여권 실세들이 추진하는 개헌 방향은 ‘분권형 대통령제’다.

이 대통령은 자타가 공인하는 분권형 개헌론자다.

안상수 대표도 원내대표시절부터 ‘분권형 개헌이 소신’이라고 누누이 강조했던 사람이다.

이재오 특임 장관 역시 "소득 3만달러 이상이 되는 24개국, 그리고 부패지수 7점(10점 만점)이상 되는 나라 가운데 우리와 같은 형태의 대통령제를 하는 나라는 없다"며 "선진국으로 가고 부패를 없애고 국민소득 3만달러 이상을 이루려면 나라의 체질을 바꿔야 한다"고 지론인 '분권형 대통령제'를 제시했다.

또 홍준표 최고위원도 "정치 선진화를 이루려면 분권형 대통령제로 가야 한다"며 "4년 중임제를 하려면 개헌할 필요가 없다. 그러면 국민이 8년 동안 노예가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이 16일 공식 논평을 통해 “이명박 대통령이 주도하는 선거구제 행정구역 개편은 레임덕을 우려한 정치적 노림수”라고 평가절하 했다.

전현희 대변인은 “이명박 대통령이 선거제도와 행정구역 개편과 관련해 구체적인 내용을 연내에 제시하겠다고 밝힌 것은, 그 목적이 매우 의심스럽고 국회와 정치를 무시한 처사”라고 자적했다.

이날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도 원내대책회의를 통해 “자기들 내부에서조차 정리되지 않은 개헌안을 ‘특위를 구성하자’고 제안하고, 선거구제와 행정구역 개편을 또다시 들고 나오고 있다”며 “이명박 정부가 총체적으로 국회를 흔들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단순히 외형적으로 드러난 민주당의 이런 반응만 보자면, 여권 주류가 추진하고 있는 ‘개헌’에 대해 민주당이 부정적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그런데 민주당이 우려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정치적 노림수’에 대한 의구심 때문이지, 그 내용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물론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분권형 대통령제 반대, 4년 중임제 찬성’ 입장을 밝히긴 했으나 그것이 당론으로 구체화 된 것은 아니다.

특히 분권형 개헌을 추진하고 있는 여권 주류 측은 민주당과의 합의에 대해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실제 이명박 대통령은 “(개헌을)구상하고 눈에 보이지 않게 스타트하고 있었다”면서 조금 더 구체화해서 연내에 분야별로 제시하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만일 제 1야당인 민주당과의 물밑 교섭이 없었다면, 이처럼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었을까?

그래서 걱정이다.

유시민 국민참여당 정책연구원장도 최근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지금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과 이재오 특임장관을 비롯한 친이명박계 정치인들 사이에 (개헌 문제를 놓고) 비공개 협상을 하는 것으로 전해 듣고 있다"고 폭로한 바 있다.

유 원장은 밀실 협상에서 논의되는 개헌 방향과 관련, "대통령을 껍데기로 만들고 내치와 권력기관 운영에 관해서 모든 것들을 국무총리가 담당하게 하고 총리 선출은 국회에서 하는 이원집정부제 또는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안"이라고 밝혔다.

즉 여권 주류와 민주당이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을 위해 물밑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

이는 이 대통령의 ‘눈에 보이지 않게 스타트하고 있었다’는 발언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그래서 걱정이다.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도 전날 최고위원회 모두발언을 통해 “일부 야당 의원들이 눈앞의 이익에 급급해 (이명박 정부의 선거구제 개편 등에)동조해서는 안 된다”며 “이 논의에 참여하는 것 자체가 야권연대를 흔들리게 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이정희 대표 역시 민주당의 태도가 석연치 않음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이 같은 경고장을 보낸 것 아니겠는가.

분권형 대통령제는 영호남 패권주의와 양당구조를 더욱 고착화시키는 방향으로 나갈 것이 불 보듯 빤하다.

따라서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담합'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이 같은 야합은 결과적으로 국민을 배신하는 행위다.

만일 민주당이 한나라당과 야합하지 않겠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면, 민주당 당론을 확실하게 ‘4년 중임제’로 못 박을 필요가 있다.

특히 17대 국회에서 여야가 합의한 것은 ‘4년 중임 정부통령제’ 아닌가.

그렇다면, 여야는 4년 중임제 찬반을 묻는 형식으로 개헌 논의를 진행시키는 게 맞다.

그게 정치 신뢰이고, 대국민 약속을 이행하는 길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상한 이원집정부제, 분권형 대통령제 이야기가 나오고 있으니 국민들의 걱정은 이만저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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