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햇살] ‘시베리아 호랑이’ 손학규의 공세

고하승 / / 기사승인 : 2010-11-30 14:3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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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 하 승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손학규 민주당 대표에게는 묘한 매력이 있다.

여당의 지지율을 높이는 견인차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라면, 민주당 지지율을 높이는 데는 손 대표가 한 몫을 하고 있을 것이다.

손 대표는 30일 햇볕정책에 대해 "햇볕정책이 모든 것을 다 치유하는, 그것만으로 모든 게 해결되는 만병통치약은 아니다"고 밝혔다.

손 대표는 이날 오전 여의도 렉싱턴호텔에서 열린 한국방송기자클럽초청토론회에 참석해 "햇볕정책의 유효성에 대해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변했다.

햇볕정책은 평화를 위한 하나의 조건일 뿐 그 자체로 완전히 충분한 조건은 아니라는 것.

그러면서 그는 북한의 연평도 도발에 대해 "이번처럼 북한이 무력도발하면 조금 더 강력하게 대응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발언을 보면 김대중 정부 시절에 햇볕정책을 추진하면서도 1,2차 연평도 해전에서는 북한의 도발에 대해 강력하게 응징했던 우리 해군의 믿음직한 모습이 떠오른다.

사실 그가 처음 정치에 발을 들여 놓은 것은 민주당이 아니라 한나라당이었다.

그는 한나라당을 선택하게 된 이유에 대해 “김영삼 전 대통령의 개혁성을 믿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막상 들어가 보니 한나라당은 수구꼴통들이 장악한 당이어서 실망했고, 그래서 결국 당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는 게 손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보다 직접적인 이유는 다른데 있다.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 당시 MB가 “"손학규는 안에 남아도 '시베리아'에 있는 것이지만 (당 밖으로) 나가도 추운데 나가는 것”이라고 노골적으로 비아냥거린 게 원인이었다.

손 대표가 지난 17일 "이명박 대통령은 나라 전체를 '시베리아'로 만들려고 하는 것인지 묻고 싶다"며 ‘시베리아’를 언급한 것도 그 때의 치욕스런 기억을 잊을 수 없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실제 한나라당의 대선후보 경선이 한창이던 지난 2007년 3월5일, 당시 경선 후보였던 이 대통령은 충북지역 방문 중 기자들을 만나 손 대표에 대해 "안에 남아도 '시베리아'에 있는 것이지만 나가도 추운데 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철저하게 계산된 그의 이 같은 발언이 결국 손 대표의 탈당에 직접적인 기폭제가 되고 말았다.

실제 '경선 룰'과 '당내 줄세우기·줄서기' 등에 대해 적잖은 불만을 갖고 있던 손 대표는 이 대통령의 비아냥거림에 불같이 화를 냈다.

손 대표는 이 대통령 발언 다음날인 3월6일 "(이 후보가) 예의와 품격의 빈곤을 드러낸 것"이라고 맹공을 퍼부었고, 급기야 강원도 산사 칩거에 들어간 그는 같은 달 17일 결국 "나는 이제 시베리아로 간다"며 탈당을 선언하고 말았다.

손 대표의 탈당은 당시 경선에서 팽팽하게 줄다리기를 하던 이명박-박근혜 양자대결에서 이명박 쪽에 힘을 실어주는 결과를 초래하게 됐다.

손 대표는 당시 이 대통령과 함께 수도권 지역을 지지기반으로 하고 있었는데, 그의 탈당으로 수도권 지역구 출신 의원들이 대부분 MB 대세론에 이끌려 그쪽으로 몰려갔기 때문이다.

즉 철저하게 계산된 이 대통령의 ‘시베리아’ 발언으로 손 대표가 탈당하게 되었고, 결국 그는 박 전 대표와의 경선에서 가까스로 승리할 수 있었다는 말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손 대표는 죽지 않았다.

물론 손 대표는 민주당 경선 탈락과 2년간의 춘천 칩거 등을 거치며 힘든 시간을 보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 3년 8개월간의 와신상담(臥薪嘗膽)을 마친 손 대표는 제 1 야당의 대표가 되어 이 대통령은 나라 전체를 '시베리아'로 만들려고 하는 것인지 묻고 싶다"며 연일 MB를 향해 공세를 펴고 있다.

가뜩이나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받지 못해 시베리아에서 ‘벌벌’ 떠는 처량한 신세가 되어 버린 이명박 대통령이 이제는 ‘시베리아 호랑이’로 성장한 손 대표로부터 매서운 공격을 받아야 하는 딱한 처지가 된 것이다.

MB는 손 대표를 시베리아로 밀어내는 전략을 사용해 결국 대통령 자리에 오르긴 했지만,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그 자리도 그리 따스한 곳은 못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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