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정치권에는 ‘무상급식’ 문제와 ‘4대강 사업’ 문제로 살기등등한 전운이 감돌고 있다.
먼저 무상급식 문제와 관련, 6일 민주당과 오세훈 서울시장이 장외여론전에 나섰다.
민주당 서울시당은 이날 오후 서울친환경무상급식추진운동본부, 친환경무상급식풀뿌리국민연대 등 시민단체들과 함께 서울시의회 본관 앞마당에서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이날 결의문을 통해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시의회를 통과한 무상급식 조례를 공포하고 예산 확보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같은 날 비슷한 시각에 오세훈 시장은 서울 중구 신당동 신당초교에서 학부모 100여명과 현장대화를 하고 민주당의 조례안 단독 강행 처리와 무상급식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비판하고 나섰다.
오 시장은 ‘무상급식’을 ‘포퓰리즘’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는 최근 자신의 블로그에 <아이들 밥 한끼 먹이자는데 왜 반대하냐구요?>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초등학교 무상급식이 교육정책 우선순위가 아니다”라며 한정된 서울시 예산의 우선 수위를 강조하고 있다.
그러면서 그는 “서울시가 무상급식을 실시하면 나라꼴이 말이 아니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말 오 시장의 말처럼 서울시가 무상급식을 실시하면 나라가 엉망이 될까?
대체 무상급식 예산이 얼마나 되기에 오 시장이 이런 걱정을 하는 것일까?
혹시 서울시 전체 예산의 절반이나, 아니면 반의반 정도를 차지할 만큼 많은 것일까?
그래서 확인 해 봤다.
서울시 전체 예산의 0.3%면 된다고 한다.
30%도 아니고, 3%도 아니다. 고작 0.3%다.
700억원이면 서울시내 초등학생 모두가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무상급식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이는 서울시내 편도 4차선 도로 2km 건설하는 비용보다 조금 더 많은 정도다.
그렇다면, 편도 4차선 도로 2km 건설하는 비용보다 조금 더 많은 돈을 초등학생들의 무상급식비용으로 쓰면 나라가 망한다는 말인데, 여기에 동의할 서울시민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더구나 서울시보다 재정자립도 취약한 경상남도 김두관 도지사는 초등학생들의 무상급식 예산을 반드시 관철시키겠다며 단단히 벼르고 있는 마당이다.
그래서 더더욱 오 시장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오히려 보수정당의 대권주자가 되기 위해 ‘무상급식’이라는 이슈를 이용해 자신을 띄우려는 것 아니냐 하는 의구심을 지우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만일 오 시장이 진정성을 가지고 있다면, 고작 700억원이면 해결되는 ‘무상급식’ 문제보다는 무려 30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예산이 투입되는 ‘4대강 사업’에 제동을 걸고 나서야 옳았다는 판단이다.
30조원이라면 309조6000억원 규모의 새해 예산의 10%에 해당하는 것이다.
서울시 예산의 0.3%가 들어가는 ‘무상급식’이 나라를 망칠 정도라면, 국가 예산의 10%를 잡아먹는 ‘4대강 사업’은 나라를 대체 몇 번이나 망치게 하겠는가.
오 시장은 이제 마음을 돌려야 한다.
지금 4대강 사업에 대한 국민 반대가 70%로 공고한 마당이다.
그런데도 이명박 정부는 일방적인 밀어붙이로 국민의 공분을 자아내고 있다.
따라서 오 시장이 겨누어야 할 화살의 방향은 ‘무상급식’이 아니라, ‘4대강 사업’이어야 한다.
즉 이명박 대통령의 눈치 보기에서 벗어나 먼저 국민의 뜻을 헤아릴 줄 알아야 한다는 말이다.
이것은 보수와 진보 같은 이념의 문제가 아니다.
가장 기본적인 인간의 도리를 말하는 것이고, 국가운영의 정의를 말하는 것이다.
만일 '무상급식' 문제와 '4대강 사업' 문제가 이념의 문제라면, 한나라당은 2012년 총선과 대통령 선거에서 결코 승리를 장담할 수 없게 될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오시장의 역할은 어린 초등학생들의 밥그릇을 빼앗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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