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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이상하다.
요즘 정치권의 돌아가는 모습을 바라보면 정상이 아니다.
실제 청와대가 여당의 유력 대권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를 사찰했다는 소리가 들린다.
그동안 그런 소문이 무성하기는 했지만, 이번에는 단지 소문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증거가 나왔다.
이석현 민주당 의원은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청와대 기획조정비서관실 이창화 전 행정관의 수첩 사본을 공개했다.
이 전 행정관은 현 정권의 실세로 통하는 박영준 비서관 밑에 있었던 사람이다.
그의 수첩 사본에는 박 전 대표의 사찰 내용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C&그룹 임병석 회장의 누나가 강남에서 운영하는 D일식점에서 박 전 대표와 임 회장이 식사한 게 표적이 됐다고 한다.
이석현 의원에 따르면 이 행정관이 D일식집 여주인과 종업원을 매수해 전남 영광 출신인 친박계 이성헌 의원이 박 전 대표를 그 집에 데려간 이유, 박 전 회장과 임 회장의 회동 여부, 대화 내용 등을 알아내려 했다는 것.
대체 청와대가 박 전 대표를 사찰해 무엇을 얻어 내려고 한 것일까?
도무지 감이 잡히질 않는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국회와 서울시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먼저 국회에서는 정부의 무상급식 예산안이 교과위에서 처리가 안 되고 예결위로 넘어가고 말았다.
그런데 한나라당 의원들조차도 그렇게 된 이유를 모른다고 한다.
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이날 PBC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과의 인터뷰에서 “왜 그렇게 됐냐고 여쭈시면 아무도 모를 거다. 한나라당도 왜 그랬는지 모른다. 기본적으로 무상급식 예산은 단 한 푼도 반영할 수 없다는 게 정부 여당의 입장이니까 언급 자체를 할 수가 없다”고 꼬집었다.
무상급식 예산에 대해 여야 간 입장 차이에도 불구, 지난해에는 여야와 정부가 합의해 5000억원 정도를 반영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단 한 푼도 반영할 수 없다는 것.
그 이유가 무엇일까?
물론 4대강 사업에 천문학적인 예산이 투입되다보니까 어떻게든 국민들에게 돌아갈 복지예산을 줄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예산 문제 때문이라고 하기에는 여권의 태도가 너무나 이상하다.
만일 예산 때문이라면 1000억이든 2000억이든 되는대로 노력하는 모습이라도 보여야 할텐데, 그게 아니다.
특히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의원의 지역구에 있는 포항공대 같은 경우에는 거기는 사립대학인데도 4000억이 넘는 신규 사업을 타당성 조사도 제대로 하지도 않고 예산을 지원하려 하고 있다.
그 예산이면 전년도와 비슷한 수준의 무상급식 예산을 마련할 수 있지 않는가.
따라서 여기에는 분명히 뭔가 숨겨진 의도가 있을 것이다.
그 숨겨진 의도가 무엇일까?
오세훈 서울시장의 태도에서 그 의도를 파악할 수 있었다.
오세훈 시장은 최근 “무상급식은 망국적 포퓰리즘”이라며 서울시의회와 시정협의를 거부하는 등 강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오 시장 자신이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한강 르네상스 같은 경우는 약 5000억 정도의 예산이 들어가는데도, 불과 700억원의 예산이면 해결되는 초등학교 의무급식에 대해서는 이처럼 길길이 뛰며 반대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역시 잘 모르겠다.
안민석 의원도 “무상 급식을 세게 반대하면 보수층의 표가 결집되는 효과를 보지 않느냐”며 “앞으로 정치적인 입지에 도움이 된다는 정략적인 판단을 하고서 오세훈 시장답지 않은 거칠고 무모한 승부수를 던지는 것 같다. 아주 정치적 도박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데 이 세 가지의 이상한 현상을 퍼즐처럼 맞추다보면 그 의도가 무엇인지 어렴풋하게나마 손에 잡힌다.
박 전 대표의 사찰에는 분명히 한나라당 친이계의 뜻이 담겨 있을 것이다.
국회에서 작년까지만 해도 여야 합의에 의해 마련됐던 무상급식 예산이 올해에는 아예 논의조차하지 못하는 것 역시 국회를 장악하고 있는 한나라당, 그리고 한나라당을 장악하고 있는 친이계의 의중이 담겨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혹시 친이계가 박 전 대표를 주저앉히고, 다른 사람을 대권주자로 내세우기 위해 꼼수를 부리는 것은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면 오 시장의 돌출적인 행보가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어쩌면 한나라당 친이계는 ‘무상급식’을 정치 이슈화한 오세훈 시장에게 힘을 실어주고, 그를 ‘박근혜 대항마’로 키우기 위해 국회에서 무상급식 예산을 아예 논의조차 하지 못하게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혹시 친이계는 대통령을 국민이 선택하는 게 아니라, 자신들이 선택하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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