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주최, 청소년 대상 인권 에세이 공모전에서 대상 수상자로 뽑힌 여고생 김은총양이 "현병철은 인권위원장 자격 없다"며 인권위 수상을 거부해 화제가 되고 있다.
인권위는 최근 초·중·고교생과 탈학교 청소년을 대상으로 인권 에세이 공모전을 개최한 바 있고, 고등부 대상 수상자로 김 양을 선정했다.
인권위는 이달 10일 열리는 ‘62주년 세계인권선언 기념식’에서 김양 등에게 상을 수여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김 양은 인권위에 메일을 보내 “고민 끝에 상을 거부하기로 마음을 굳혔다”고 전했다.
대체 김양은 왜 수상을 거부했을까?
김양은 “상을 받는다는 건 참 기쁜 일이다. 내가 열심히 쓴 글이 좋게 평가 받아서 대상까지 받게 되었다면, 그건 참 과분할 정도의 일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이 상을 거부하기로 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현재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자리에 앉아있는 현병철 위원장이 주는 상은 별로 받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고 수상 거부 이유를 분명하게 밝혔다.
그는 또 “인권위가 직접 선정한 작품들에서 이야기하는 인권의 ‘반도 못 따라가고 있는’ 인권위의 모습을 제대로 돌아보아야 한다”며 “인권위원장으로서 자격이 없는 현병철 위원장은 지금과 같은 상황을 만들어온 것에 대해 책임지고, 부끄러움을 느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양은 이어 “(현 위원장이) 사퇴를 촉구하는 인권위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고 있다”며 “나와 나머지 수상자들에게 상을 줄 자격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심지어 그는 “발칙하고 건방지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현병철 위원장은 고등학생인 나도 느낄 만한 인권감수성도 가지지 못한 것처럼 보인다”며 “인권을 보장하고자 안간힘을 쓰고 애를 써야 할 국가인권위가 오히려 인권을 모욕하고 있는 것만 같다”고 한탄했다.
맞는 말이다.
필자도 최근 ‘현병철 인권위원장, 부끄럽지 않소?’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그의 자진 사퇴를 강력 촉구한 바 있다.
사실 현 위원장은 ‘인권’을 논할 자격조차 없는 사람이다.
지난해 7월 임명된 그는 임명권자인 이명박 대통령의 입맛에 맞는 인권위를 만들기 위해 운영절차를 무시하는 등 비민주적인 운영을 해왔기 때문이다.
실제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이후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사례가 빈번했음에도 현 위원장 취임 이후 인권위에서는 이와 관련된 권고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특히 지난 1일에는 유남영·문경란 인권위 상임위원이 상임위 역할을 축소하는 운영규칙 개정안 및 현 위원장의 운영방식 등에 항의하며 임기 중 동반 사퇴하고 말았다.
오죽하면 인권위 직원들조차 “인권위가 흔들리는 남파선 같다”고 한탄했겠는가.
따라서 현병철 위원장이 누구에게 ‘인권상’을 준다는 것 자체가 웃기는 이야기다.
물론 받는 사람 입장에서도 인권을 추락시킨 사람이 주는 인권상이 그리 달가울 리 없다.
그럼에도 현실적으로 대학 입시를 앞둔 여고생이 상을 거부한다는 것은 그리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치열한 대학 입시 경쟁에서 인권위 수상경력이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양은 단호하게 이를 거부했다.
어른으로서, 특히 언론인으로서 참으로 부끄럽다는 생각이다.
<시민일보>가 과연 인권 문제에 대해 얼마나 깊은 관심을 가졌었는지, 편집국장으로서 새삼 반성하게 된다.
지금 다음 ‘아고라’에는 “국가인권위의 수상을 거부한 여고생 김은총양에게 국민들의 성금으로 양심적 인권상을 국민들의 이름으로 수여하기를 청원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 글이 올라와 있다.
3000명을 목표로 서명을 받고 있는 이 청원이 이뤄져서 현병철 위원장을 부끄럽게 만들고, 인권에 대해 ‘침묵’하고 있는 언론과 어른들로 하여금 부끄러움을 느끼게 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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