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햇살] 오세훈 vs. 김문수

고하승 / / 기사승인 : 2010-12-15 13:5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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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무상급식 예산편성을 둘러싸고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15일 경기도의회와의 정면충돌을 피하고, 400억원에 달하는 친환경급식 예산편성으로 대타협을 이뤄냈다.

경기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이날 2차 소위원회 계수조정을 통해 13조8천19억원 규모로 편성한 내년 예산안을 통과시키며, '친환경 학교급식 예산'을 올해 58억원에서 400억원으로 342억원이나 대폭 늘렸다.

이에 따라 경기도 시.군은 내년 초등학생 전원에게 무상급식이 가능할 전망이다.

물론 무상급식 명목으로 예산이 반영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시·군의 내년 초등 무상급식지원예산이 모자라는 점을 감안할 때 친환경급식지원 명목으로 확보한 예산이 결국 무상급식예산으로 쓰이는 만큼, 결과는 그게 그거다.

반면 오세훈 서울시장은 완강하다.

4대강 사업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이명박 대통령처럼, 그에게는 ‘타협’이니, ‘대화’니, ‘소통’이니 하는 말들이 아무 소용없는 것 같다.

실제 그는 무상급식 조례안 통과에 반발해 열흘 넘게 서울시의회 출석을 거부하는가 하면, 시정협의마저 거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오 시장은 기자회견과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무상급식을 '망국적 복지 포퓰리즘'이라고 비난하는 여론전을 전개하는가 하면, 최근에는 공무원들에게 무상급식을 반대하는 이유를 알리는 장문의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 시의원들은 15일 오후 무상급식 필요성을 알리는 거리홍보전을 가진대 이어 시의회 본관 앞에서 집회를 열고 “시정협의를 거부한 오 시장의 행보는 의회의 견제·감시 기능을 무시한 처사”라고 강력 비난했다.

이어 민주당 의원들은 무상급식 실시를 위한 예산을 즉각 편성해 오는 17일이 시한인 내년 예산안 처리에 협조할 것을 촉구했다.

하지만 오 시장은 요지부동이다.

이미 6.2 지방선거에서 무상급식에 대한 민심은 분명하게 나타났다. 찬성이다. 따라서 오시장의 ‘무상급식 반대’ 행보는 민심을 역행하는 것으로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태도다.

대체 오 시장의 노림수는 무엇일까?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그런데 서울시의회 김종욱 의원이 "오 시장은 여소야대 시의회가 발목을 잡는다는 이미지를 만드는 중이다. 시장 직을 중도사퇴하고 차기 대선으로 직행하기 위한 명분을 쌓고 있다. 대선 전에 사퇴할 걸로 본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오 시장의 행보가 전혀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사실 민주당 79명 대 한나라당 27명이라는 절대적 열세로 꾸려진 서울시의회를 상대로 오 시장이 임기 4년을 보낸다는 게 편한 일은 아닐 것이다.

더구나 25명의 구청장 가운데 21명이 민주당 소속이고, 강남 서초 송파 등 ‘강남3구’ 구청장들과 중랑구청장 등 단 4명만 한나라당 소속이다.

이런 구도 속에서 오 시장의 서울시장 재임은 차기 대권가도에서 득(得)이 아니라 실(失)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렇다면, 차라리 발목을 잡는 서울시의회와 싸우는 모습을 보이다가 중도에 시장 직을 내 던지는 것으로 자신의 이미지를 ‘대의를 위해 욕심 없이 시장 직을 내던진 사람’으로 포장하는 게 훨씬 유리하다는 판단을 했을 것이다.

실제 그는 지난 2004년에 의원직을 던지고 '오세훈 법' 만들어 단숨에 스타반열에 오른 바 있다. 어쩌면 그는 그 때처럼 시장 직을 내던지는 것으로 ‘대권스타’, 즉 ‘박근혜 대항마’가 되는 꿈을 꾸고 있는지도 모른다.

현재 오 시장의 지지율은 박 전 대표에 비해 너무나 초라하다. 김문수 경기도지사에게도 뒤지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오 시장은 어떤 ‘돌파구’가 절실하게 필요했을 것이고, 그것이 바로 무상급식 반대를 명분으로 하는 시장 직 사퇴일지도 모른다.

특히 그것이 한나라당을 장악한 친이계의 욕심에 부합하는 일 아니겠는가.

최근 오 시장이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이른바 ‘부자감세’를 주장한 박근혜 전 대표를 향해 “한심하다”고 강도 높은 비판을 한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하지만 오 시장이 던진 패는 그리 좋은 패가 아니다.

어쩌면 오 시장은 하필 폭발력이 큰 무상급식 이슈를 ‘대선 돌파구’ 명분으로 선택한 것에 대해 두고두고 땅을 치며 후회할 지도 모른다.

그에 비하면 김문수 지사의 이번 타협은 그로서도 결코 손해는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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