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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2년 전, <시민일보> 홈페이지 ‘민토방’에 글을 올리는 정치논객 10여명과 함께 간담회 형식의 모임을 가진 일이 있다.
당시 필자는 이명박 대통령과 친이계가 당을 장악하고 나면 본격적으로 이원집정부제 개헌을 추진할 것이라며 ‘논객 여러분들이 정의감을 가지고 이를 저지해야 한다’는 요지의 발언을 한 바 있다.
그로부터 약 6개월 후에는 친이계가 친박계의 반발을 무마하고, 국민을 현혹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4년 연임제 + 분권형’을 제안할 것이기 때문에 이에 현혹되어서는 안된다는 내용의 칼럼을 쓰기도 했다.
당시 정치논객이나 독자들은 대체로 ‘생뚱맞다’거나 ‘너무 앞서가는 예측’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지금 그 예측이 모두 정확하게 맞아떨어지고 있다.
먼저 ‘MB 복심’으로 통하는 안상수 대표가 당 대표로 선출되자마자 친이계는 분권형 개헌, 즉 이원집정부제로의 개헌을 끊임없이 추진하고 있다.
그러다 급기야 이재오 특임장관은 최근 ‘4년 연임제 + 분권형’을 공식적으로 제안하기에 이르렀다.
실제 이재오 특임장관은 지난달 9일 ‘대통령 4년 중임제와 연계한 분권형 대통령제’라는 기형적인 제도를 제안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독자들이 묻는다.
개헌론과 관련, 1단계와 2단계를 정확하게 예측했으니, 다음 단계인 3단계는 어찌 되는 것인지 예측할 수 있느냐고.
그래서 “민주당을 개헌 협상 테이블로 끌어 들이는 ‘당근’을 제시하는 게 수순”이라고 간단하게 답변했다.
그러나 사실 새해 예산안 날치기로 인해 부글부글 끓고 있는 민주당으로 하여금 개헌 협상 테이블에 나오도록 할만한 ‘당근’을 찾는 게 쉽지 않다.
대부분의 언론이 개헌론을 ‘친이계 결집을 위한 수단일 뿐’이라고 분석하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럼, 정말 민주당이 솔깃할만한 당근은 전혀 없는 것일까?
아니다. 분명히 있다.
그것은 바로 ‘대통령 임기 단축’이다.
2012년은 총선과 대선이 함께 있는 해이다. 총선은 4월, 대선은 12월에 있다.
올해야 말로 대통령 5년 단임제를 4년 연임제로 바꿀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총선과 대선을 동시에 치르면 엄청난 국가적 이익이 있다.
우리나라는 대선.총선.지방선거.보궐선거 등등 수많은 선거로 인해 국가 재정적인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가하면, 국민 갈등으로 사회적 에너지 낭비가 막대하다.
2012년 대선과 총선에 대해 동시 선거를 할 경우, 이 같은 낭비를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원포인트 개헌’을 제안했던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이 대통령이 이런 이유를 들어 자신의 임기를 단축해 대선과 총선, 동시선거가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선언할 경우, 민주당도 개헌논의를 거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이게 함정이다.
MB와 친이계의 무게 중심은 대통령 4년 연임제가 아니라, 분권형 대통령제이기 때문이다.
실제 친이계가 추진하고 있는 분권형 대통령제는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은 실권이 없는 ‘허수아비 대통령’에 불과하다. 따라서 5년 단임제에서 4년 연임제로 바뀐다고 해도 아무 의미가 없다.
그저 4년 연임제를 선호하는 사람들을 현혹하기 위한 ‘미끼’에 지나지 않는다.
반면 국회에서 선출된 총리는 사실상의 실권을 가진 권력자가 된다.
그 자리를 자신들이 차지해 영구 집권하겠다는 속셈이 담겨 있는 것이다.
그래서 걱정이다.
만일 이 대통령이 자신의 임기 단축을 선언하면서, 자신의 희생을 통해서라도 개헌을 하려는 진정성 어쩌고저쩌고하면 믿지 말라.
자신의 얼마 남지 않은 임기를 불과 몇 개월 축소하고, 대신 국회에서 선출하는 총리가 되어 재집권하겠다는 음모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필자는 이번 3단계 예측만큼은 제발 빗나갔으면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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