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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요즘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성순 민주당 서울시당 위원장의 성명전이 제법 볼만하다.
누가 옳고, 누가 그른지를 미리 예단하지 않겠다.
오 시장은 지난 8일 자신의 블로그에 <망국적 복지 포퓰리즘의 시리즈 행진을 국민의 힘으로 막아 주십시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날 오 시장이 서울시 무상급식 문제를 넘어 민주당의 복지 전반에 대해 언급한 이유는 민주당의 ‘무상 의료’ 정책 때문이다.
실제 오 시장은 “민주당 전면 무상급식의 목표는 인격적인 차별이 없는 사회가 아닌 중학생 이하 자녀를 가진 부모님들의 표”라며 “나랏돈으로 생색을 내면서 30∼40대 표심을 공략하려 나온 것이 ‘전면 무상급식’이다. 이것을 ‘아이들 밥 좀 먹이자는데 뭐가 문제냐’고 선동하면서 따뜻한 이미지로 포장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또 최근 민주당이 내세운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방안’(무상 의료)에 대해서도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갔다.
오 시장은 “(민주당식) 무상급식이 ‘복지 포퓰리즘’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누차 말한 적이 있다”며 “보란 듯이 민주당이 제2탄 격인 무상의료 정책을 들고 나왔다. 이어 무상보육, 대학생 반값 등록금 정책도 시리즈처럼 줄줄이 등장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일본의 사례를 언급, “무리한 복지 포퓰리즘에 의해 GDP의 200%에 달하는 장기 채무 잔고를 떠안은 일본의 경우가 우리의 일이 되지 말란 보장이 없다”며 “일본의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가슴 깊이 새겨야 한다”고 경고했다.
참 재미있는 논리라는 생각이다.
오 시장의 글을 읽고 있노라면 마치 일본의 경제위기가 현금뿌리기 복지정책, 즉 표를 사기 위한 복지 때문인 것처럼 보인다.
물론 그는 “일본의 장기 채무 잔고가 늘어난 것은 현금 나눠주기식 포퓰리즘의 문제만은 아니라고” 살짝 연막을 쳤으나, 글의 문맥 전체를 볼 때에 ‘일본의 경제위기가 현금뿌리기 복지정책 때문’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익히 알려진 것처럼 오세훈 서울시장 재임 기간 동안에 서울시의 채무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복지정책 때문에 부채가 증가한 것이 아니다. 오세훈표 개발정책 때문에 부채가 늘어난 것이다. 일본의 경제위기 역시 마찬가지다. 복지 때문이 아니라, 잘못된 개발정책으로 인해 위기를 맞게 된 것이다.
아무튼 보다 못해 김성순 민주당 시당위원장이 한마디 했다.
그는 성명서를 통해 “복지는 이념의 문제가 아닌 국민 삶의 문제”라며 “보편적 복지는 보수, 진보와 관계없이 공동의 목표이며 과제인데, 이를 포퓰리즘으로 매도하고 폄하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특히 김 의원은 민주당이 당론으로 채택한 무상의료, 즉 2015년까지 단계적으로 입원진료비 본인부담을 10%로 축소하고 외래진료비 본인부담을 30~40%까지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는 정책에 대해 “우리나라의 의료공급체계는 민간이 90%이고, 공공의료 비중은 10% 수준에 불과한 실정으로 민간의료기관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어 비용효과적인 사전 건강증진ㆍ질병예방보다 고비용의 사후치료 중심의 후진적인 보건의료체계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공공의료 비중을 선진국 수준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30% 이상 확대해 국가의 직접적인 보건의료정책 집행수단을 확보하려는 노력이 절실한데 해가 갈수록 공공의료 비중이 낮아지고 있는 것은 시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세계는 이념경쟁의 시대에서 벗어나 복지경쟁을 하고 있는데 우리는 아직도 소모적인 이념논쟁에 머물러야 되겠는가”라며 “민주주의와 보편적 복지 정책은 모든 나라에서 추구하고 있으며 국민 건강보장을 강화하자는데 어떻게 좌파, 포퓰리즘이라고 할 수 있느냐”고 강하게 질타했다.
김 위원장은 행정 전문가 출신이다.
지난 1966년에 행정고등고시에 합격하여 공무원 생활을 시작한 김 위원장은 중구청장 1번, 송파구청장을 4번 (관선 2회, 민선 2회)이나 역임했다. 그런 그가 오세훈 시장을 향해 이처럼 공세를 취할 수 있는 것은 그만큼 자신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즉 ‘무상급식’이든 ‘무상의료’든 행정적으로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자신의 집무실에서 청와대를 바라보면서 대통령을 꿈꾸는 사람의 논리는 정치적일 수밖에 없다.
그런 면에서 김성순 위원장의 논리가 더 가슴에 와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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