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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요즈음 BBK 문제가 다시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감사원장 후보자에서 낙마한 정동기씨 때문이다.
정씨는 대검차장으로 있으면서 BBK에 대하여 무혐의를 내렸다.
만약 대검차장이었던 정동기씨가 ‘BBK는 이명박 후보의 것’이라는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면 어찌 됐을까?
MB가 대통령에 당선될 가능성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
이런 면에서 정씨는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드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일등공신’ 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MB가 그를 청와대 민정수석에 이어 무리하게 감사원장 후보자에 내정했던 것도, 따지고 보면 이에 대한 보은 인사의 성격이 짙다.
사실 당시 모든 정황은 MB에게 불리한 상황이었다.
이장춘(70) 전 필리핀 대사가 MB로부터 명함을 받은 사실을 폭로했는가하면, MB 스스로 BBK는 자신의 것이라고 주장하는 발언이 담긴 동영상이 만천하에 공개되기도 했었다.
그런데도 정동기 차장은 MB에 대해 무혐의 결정을 내리고 말았던 것이다.
당시 국민여론은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검찰에 대해 공감하지 못했다.
실제 당시 SBS가 TNS코리아에 의뢰해 전국 성인 1000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검찰 수사에 공감하지 않는다”는 응답(49.7%)이 “공감한다”(39.8%)는 응답을 무려 9.9% 상회했다.
특히 한나라당 지지자의 28.9%, 이명박 후보 지지자의 20.1%도 검찰 수사에 공감하지 않는 의견을 피력했다.
<한국일보> 와 미디어리서치 조사에서도 비슷한 경향이 나타났다.
유권자의 50.4%가 “검찰 수사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한 반면, “신뢰한다”는 41.2%에 그쳤다.
<문화일보> 와 디오피니언 조사에서도 검찰 발표에 “믿음이 가지 않는다”(56.9%)가 “믿음이 간다”(35.9%)를 크게 앞질렀다.
한마디로 검찰의 ‘무혐의’ 결정에 대해 국민들은 ‘웃기는 결정’ 쯤으로 치부하고 있었던 것이다.
오죽하면 MB 지지자들 중에서도 믿지 못하겠다는 비율이 20%를 상회했겠는가.
이런 상태에서 정동기 씨가 국정원장 후보자로 내정되었다가 낙마했고, BBK 문제가 다시 여론의 도마 위에 올라 재조명을 받고 있는 것이다.
특히 BBK주가조작 사건은 과거 완료형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이다.
사건 당사자인 김경준 씨는 BBK주가조작 혐의 등으로 8년형을 선고받고 현재 서울 영등포구치소에 수감돼있지만 다스의 투자금반환청구소송은 미국 법원에서 계속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재미언론인 안치용 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블로그(http://andocu.t istory.com)에 “끝나지 않은 BBK?-김경준 ‘다스는 MB소유-MB는 미 법원에 출석하라’ 교도소서 미 법원에 육필 청원”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김경준씨가 지난해 11월 “다스는 이명박 대통령의 소유”라고 주장하는 육필 서류를 미국 법원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지난 2007년 8월20일 판결에서 다스가 패소했으나 항소를 제기, 재판이 진행되다 한국 대선 직전인 2007년 11월13일 중단됐다. 이후 2009년 1월 20일부터 재개됐다.
안씨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해 11월8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카운티 지방법원에서 진행 중인 다스의 투자금반환청구소송과 관련해, ‘다스는 이명박 대통령이 실소유주이므로 이명박 대통령이 이 재판에 출석해야 한다’며 MB는 이 소송과 무관하다며 배제해 달라는 원고 다스측의 청원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서류를 제출했다.
김씨는 “중죄로 기소되기도 했던 이 대통령은 BBK의 의사결정에 전권을 행사했으며, 강연을 녹화한 동영상을 보면 MB 자신이 BBK를 설립했다고 말했다”며 “다스는 MB가 BBK나 김경준과 무관하다고 주장하지만 다스 회장 이상은씨와 김재정 씨등이 EBK의 주요주주이며 사실상 다스는 MB소유이며 MB의 지배를 받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다스는 MB의 형 이상은 씨와 MB의 처남 김재정씨 명의로 돼 있지만 이는 현대차 회장이었던 MB와 현대차에 시트를 납품하는 다스의 이해관계가 상충되는 것을 숨기기 위한 것”이라며 “MB는 다스라는 회사를 BBK에 이용했다”고 말했다.
결국 김경준의 옥중 청원과 정동기 감사원장 지명으로 땅속에 묻혀버린 줄로 알았던 BBK 의혹이 자연스레 되살아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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