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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25일 개헌의총을 앞두고 있는 한나라당 내부 갈등이 심상치 않아 보인다.
현재 여야 각 정파 가운데 개헌에 적극적인 쪽은 한나라당을 장악하고 있는 친이계다.
그 중심에는 이명박 정부의 실세인 ‘개헌전도사’ 이재오 특임장관이 있고, 안상수 대표와 김무성 원내대표 등 여당 지도부가 지원사격에 나섰다.
여기에 자유선진당이 우군(友軍)이 되어 힘을 보태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민주당과 친박계의 반응은 냉담하다.
특히 한나라당 내 친이 일부 소장파 의원들도 ‘개헌의총’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는 마당이다.
한마디로 여야의 갈등이 아니라, 각 정파간 갈등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먼저 한나라당을 장악하고 있는 친이계를 보자.
이재오 특임 장관은 지난 18일 친이계 의원 40명과 만나 분권형 개헌의 필요성을 설명한 데 이어, 개헌 의총 이후에도 ‘개헌특강’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여기에 안상수 대표와 김무성 원내대표가 힘을 실어주고 있다.
친박계가 의원총회 불참을 고려하고 있는가하면, ‘민본 21’ 소속 친이계 의원들도 개헌의총을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안 대표와 김 원내대표 등은 이를 묵살하고 말았다.
안 대표는 “모든 것은 의원총회에서 용광로처럼 거기에서 녹여서 모든 결론을 내면 된다”고 개헌의총의 필요성을 강조했고, 김 원내대표는 “‘다른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 ‘줄세우기 될 수 있다’, ‘목적이 있다’는 식의 자극적인 용어는 삼가해 달라”고 ‘개헌 의총’을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노골적인 불쾌감을 드러냈다.
한마디로 누가 뭐라고 하든 말든 상관없이 무조건 개헌 의총을 열겠다는 것.
여기에 개헌물살을 타고 원내교섭단체를 꾸리겠다는 자유선진당이 가세하고 나섰다.
실제 이회창 자유선진당 대표는 “개헌 논의는 하루라도 빠른 게 좋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개헌의총에 대한 한나라당 내 반대 목소리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우선 친박계는 ‘박근혜 견제용’이라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
친박계 유기준 의원은 “시간도 부족하고 국민들께서도 공감하지 않기 때문에 다른 정치적 목적, 의도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강한 의구심을 드러냈다.
이런 가운데 당내 소장파 모임인 ‘민본 21’은 개헌 의원총회 자체를 연기할 것을 당 지도부에 공식 요청하기도 했다.
민본 21 소속 김성태 의원은 “일각에서 이야기 된 것을 가지고 의원총회까지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국민적 공감 없이는 원내 개헌 논의는 시기상조”라고 개헌의총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제1야당인 민주당의 반응은 더욱 냉담하다.
실제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신년 기자회견에서 “개헌을 통해 정국 돌파를 꾀하고 종국적으로 정권 연장 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강력 비판했다.
대체 당내 친박계는 물론, 친이계 소장파 일부와 제 1야당인 민주당이 모두 반대하는 개헌에 친이계가 이토록 목을 매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말 개헌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것일까?
사실 이론적으로는 전혀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현재 한나라당 국회의석은 171석이다. 여기에 한나라당과의 합당을 의결한 미래희망연대 의석 8석과 개헌에 적극적인 자유선진당 16석을 포함하면 195석이다.
물론 개헌 가능 의석에 5석이 모자라지만, 친한나라당 성향의 무소속 의원들을 끌어들이면 개헌 가능의석인 200석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만일 이들이 ‘똘똘’ 뭉치면 제 1야당인 민주당이 아무리 반대해도 국회 개헌 통과를 막을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당내에서 친박계가 반대하고 있다. 당내 친박계는 현재 50여석이다. 여기에 미래희망연대까지 포함하면 60석 가까이나 된다.
따라서 친박계가 찬성하지 않으면, 개헌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런데도 친이계가 일방적으로 이를 밀어붙이고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우선 당내에 개헌 특위를 구성하기 위함이다.
당내에 개헌 특위만 구성되면, 당내에서 개헌논의를 할 수 있는 명분이 생긴다. 그렇게 되면, 당연히 힘 있는 쪽이 유리하다. 현재 당을 장악하고 있는 쪽은 친이계다. 따라서 친이계가 원하는 방향, 즉 분권형 대통령제로 당론을 몰아 갈 것은 불 보듯 빤하다.
물론 친박계의 반발을 무마시키기 위해 ‘분권형 + 4년중임제’라는 기상천외한 방식을 대안으로 제시할 것이다.
한나라당 당론이 결정되면, 민주당도 불가피하게 개헌 논의에 빨려 들어갈 수밖에 없다.
민주당은 지금까지 “한나라당 당론부터 먼저 정하라”고 공박해 왔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개헌논의에 가세할 경우, 민주당내 ‘분권형 개헌론자’들이 영호남 패권주의를 위해 한나라당 친이계와 결탁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결국 친박계가 외로운 싸움을 해야 하는 어려운 처지에 놓일 수도 있다.
따라서 친박계는 당내에 개헌특위가 구성되는 것을 반드시 저지해야 한다. 그게 국민의 뜻이기도 하다. 국민은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 우리나라에 이원집정제 정부가 들어서는 것을 원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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