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이, “나, 지금 떨고 있니?”

전용혁 기자 / / 기사승인 : 2011-03-02 14: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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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지난 24일 한상률 전 국세청장이 전격 귀국했다.


그의 귀국소식을 들은 여권 실세, 즉 친이(친 이명박)계들은 그의 입만 바라보며 전전긍긍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그가 지난 2009년 3월 15일 돌연 미국으로 출국한 지 약 2년 만에 검찰조사를 받게 됐는데, 조사 과정에서 어떤 폭탄발언을 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 그는 지난 28일 오후 1시 58분께 검찰(서울중앙지검 특수2부, 최윤수 부장검사)에 출두했다.


그는 이날 기자들로부터 ‘갑자기 들어온 이유가 뭐냐?’, ‘여권 실세에게 인사청탁을 했느냐?’ ‘도곡동 땅의 실소유주는 누구냐’ 등등의 질문공세를 받았다.


하지만 그는 이 같은 질문에는 입을 굳게 다문 채 “검찰조사에 성실하게 응하겠다”는 짤막한 답변만 남기고 바로 검찰 청사로 들어갔다.


실제 그가 ‘검찰 조사에 성실하게’ 응할 경우, 이른바 만사형통(萬事兄通)으로 통하는 이상득 의원 등 여권 실세들은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현재 한 전 청장을 둘러싼 ‘의혹들’은 크게 인사청탁 그림 로비 의혹, 국세청장 유임 로비 의혹, , 태광실업 세무조사 직권남용(기획 세무조사) 의혹 등 세 가지가 있다.


이 가운데 한 전 청장이 국세청 차장 시절 전군표 당시 국세청장에게 최욱경 화백의 그림인 ‘학동마을’을 건넸다는 그림 로비 의혹은 참여정부 시절에 이뤄진 일이기 때문에 친이계와는 무관하다.


물론 검찰은 참여정부를 흠집내기 위해 특히 이 부분에 역량을 집중하겠지만, 이는 사실상 ‘깃털’에 불과한 것이어서 국민들의 주요 관심사안도 아니다.


따라서 진실이 밝혀진다고 해도 그 파급효과는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나머지 두 가지 사안, 즉 ‘몸통’에 해당하는 국세청장 유임 로비 의혹과 태광실업 기획세무조사 의혹은 차원이 다르다.


진실이 밝혀질 경우, 이명박 정권은 물론 친이 실세들이 줄줄이 타격을 입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의혹의 내용은 대략 이렇다.


한 전 청장이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 여권 실세에게 유임을 청탁했고, 이후 유임되자 정권에 충성하기 위해 태광실업 세무조사를 기획했다는 것.


그러면 한 전 청장이 유임을 청탁한 여권 실세는 누구일까?


민주당은 안 전 국장이 국회의원회관에서 이상득 의원을 두 차례 만나 한 전 청장의 유임을 부탁했다고 주장했다.


송영길 인천시장은 민주당 최고위원 재임 시절인 지난 2009년 11월 23일 서울구치소에서 안원구씨를 만났다.


안 씨는 한 전 청장의 지시에 따라 MB 최측근을 만나 한 전 청장의 유임을 부탁한 인물이다.


그는 송 시장에게 “(지난해) 한상률 전 청장이 신성해운 국세청 로비사건으로 곤혹스런 상황에 놓여 있을 때 그를 변호하기 위해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를 만났다. 한 전 청장이 참여정부 때 국세청장에 임명된 인물이라 지난 정권과의 연루 의혹을 해소시키고, 이명박 정부에 충성할 자세가 돼 있으니 연임시켜도 된다는 뜻을 이 인사에게 전했다”고 말했다.


그 최측근 인사가 바로 이상득 의원이라는 것.


물론 이 의원은 “안 전 국장을 만난 적이 없다”고 부인한 바 있다.


하지만 한 전 청장은 지난 2008년 12월 25일 이 의원의 측근 인사, 이 대통령의 동서 등과 골프를 치는 등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해온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따라서 한 전 청장이 이상득 의원의 이름을 거명하는 순간, 이 의원은 물론이고 그의 주변 인사들이 줄줄이 불거져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특히 안 씨는 '도곡동 땅'의 실소유주가 이 대통령이라고 적힌 전표를 봤다고 주장했던 인물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검찰은 이 문제에 대해서도 조사를 해야만 한다.


이 역시 파괴력이 만만치 않다.

이 대통령이 직접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여권 실세인 친이계가 한 전 청장의 입만 바라보면서 ‘벌벌’ 떠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그러나 이미 권력의 시녀로 전락한 검찰이 과연 이런 의혹들을 제대로 파헤칠 수 있느냐 하는 점에서 회의적이다.


실제 검찰이 ‘깃털’만 조사하고, ‘몸통’은 시늉만 내다가 말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가 하면, 한 전 청장의 개인비리를 털어내는 수사로 여권 실세 연루의혹을 ‘물 타기’ 할 것이라는 소리까지 들린다.


어쩌면 이번이 ‘스폰서 검사’ 사건 등으로 추락한 검찰의 이미지를 개선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

그 기회를 잘 살려서 국민의 신뢰를 받는 검찰도 거듭 나든지, 아니면 ‘권력의 하수인’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영원히 국민들로부터 버림을 받든지, 그 선택은 전적으로 검찰의 의지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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