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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내년 총선에서 현역 의원 ‘물갈이’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연초에 한국지방신문협회가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내년 총선 때 현 국회의원을 지지할 것인가를 묻는 질문에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는 응답률이 38.1%로, '지지할 것'이라는 응답률 36.7%보다 높게 나타났다.
특히 '모르겠다'며 사실상 부정적인 응답을 한 비율도 25.3%나 됐다.
<주간경향>이 최근 서울지역 18개 선거구를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는 더욱 참담하다.
실제 <주간경향>과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서치뷰가 공동으로 지난 1월 13일부터 24일까지 12일 동안 만 19세 이상 서울시민 2만4336명(48개 지역구 500명 이상)을 대상으로 각 지역의 현역 의원과 원외위원장을 대상으로 가상대결을 붙인 결과 현역 의원들의 승리가 보장된 곳은 절반도 안 된다.
현역 의원들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극에 달했다는 말이다.
대체 국민들은 왜, 현역 의원들을 이처럼 불신하고 있는 것일까?
혹시, 그들은 나름대로 열심히 하고 있는데도 국민들의 오해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그들은 얼마나 억울하겠는가.
그런데 그게 아니다.
국민들이 ‘물갈이’ 필요성을 느끼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우선 여야가 정치자금법을 기습 처리한 것부터가 잘못이다.
이는 한마디로 국회의원들이 얼마나 후안무치(厚顔無恥)한 집단인지를 보여주는 행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 국회 행안위는 지난 4일 ‘단체의 자금’이란 사실이 명확할 때만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정치자금법 개정안을 기습 처리했다.
거기에는 지난해 10월 검찰의 ‘청목회 입법로비 의혹’ 수사로 후원금이 대폭 줄어 의정활동이 힘들어진 데다가 각종 불법정치자금 의혹 사건의 수사 대상에 오른 정치인에 대한 수사를 무력화하려는 불순한 의도가 담겨 있다.
즉 ‘돈가뭄’이란 현실적 이유와 정치권의 ‘제식구 감싸기’가 어우러진 결과라는 말이다.
또 한나라당 임동규 의원 등 54명은 지난 4일 국회에 직계존비속이 선거법을 위반할 경우, 선거 당선자도 당선이 무효되는 조항을 개정하는 '공직선거법 일부개정안'을 제출했다.
이 개정안은 공직선거법 제265조에서 '직계존비속'의 잘못으로 인해 당선무효가 되도록 한 부분을 삭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행법에는 선거사무장·선거사무소의 회계책임자 또는 후보자의 직계존비속 및 배우자가 기부행위나 정치자금법 등을 위반해 징역형 또는 3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은 때에는 그 후보자의 당선을 무효로 하고 있다.
바로 이 조항을 삭제해 배우자 등의 잘못으로 인해 자신의 당선이 무효화 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과정이야 어찌됐든 당선만 되면, 그 자리를 지키겠다는 극단적인 이기심에서 비롯된 법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니 국민들로부터 “현역 의원을 물갈이 하자”는 불만의 소리가 터져 나오는 것도 결코 무리는 아니다.
그런데도 여야 원내대표의 태도가 너무나 안이하다.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는 7일 “이번 본회의에서는 당론을 정하지 않고 프리보팅(자유표결·Freevoting)하려고 한다”고 밝혔고,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도 "아직 의원총회를 하지 않아 잘 모르겠지만, 자유표결을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야 원내대표들이 지난 정기국회 때 논의했고, 의원들 간에 공감대가 형성됐으므로 이번 3월 국회에서 합의처리 돼야 한다는 것.
참으로 가관이다.
현역 의원들이 끼리끼리 모여서 공감대가 형성되면, 그것이 무슨 일이든 처리해도 된다는 사고방식을 가진 이들이 여야 원내대표라니 정말 한심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는 않을 것이다.
국민들이 지금 냉혹한 시선으로 국회를 바라보고 있다.
따라서 법사위에서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결과 여부와 상관없이 이런 ‘못된 법안’을 기습 처리한 책임을 묻고, 양당의 원내대표인 김무성 원내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가 물러나야 한다는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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