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시중, 악어의 눈물인가

전용혁 기자 / / 기사승인 : 2011-03-17 12: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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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17일 국회에서 열린 자신의 연임 인사청문회에서 언론자유를 억압했다는 일각의 비판에 대해 "비통하다"며 울먹였다는 보도가 나왔다.

기사의 제목을 보고, 처음에는 최 위원장이 자신의 잘못을 깊이 반성하며, 뉘우치는 것인 줄 알았다.

왜냐하면 최 위원장 임명 후 240여명의 언론인이 징계를 받고, 8명 이상은 해고되는 등 5공이래 최악의 사태가 벌어졌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게 아니다.

한마디로 그의 울먹임은 ‘악어의 눈물(crocodile tears)’일 뿐이었다.

악어의 눈물은 위정자를 빗대어 말하는 통속어로써 악어가 먹이를 씹으며 먹히는 동물의 죽음을 애도해 눈물을 흘린다는 이야기에서 전래된 것으로, 위선적 눈물을 가리킬 때 쓰인다.

실제 그는 "나는 1964년 기자로 시작해 동아일보 정치부장, 논설위원, 편집부국장 등을 거치면서 30년간 역사의 현장을 지키는 언론인이었다. 독재정권에 항거해 고문을 당하기도 했고, 투옥되기도 했다"며 "언론인으로서 이같은 표현은 참기 힘든 모욕과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즉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뉘우치는 것이 아니라 억울하다고 하소연 하는 것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이 기사가 나가자마자 인터넷에서는 난리가 났다.

이날 정오 현재 포털 다음에는 ‘댓글 가장 많이 달린 기사 2위’에 오를 만큼 국민의 관심이 높았다.

무려 1000개 넘는 댓글 중에서 1위는 “미~~친, 그래서 한국이 세계언론자유지수에서 순위가 그렇게 내려가고, 인터넷 검열국가에 리스트에 중국이랑 같이 올라가 있느냐?”라는 것이었다. 추천수가 698개나 됐다.

그 뒤를 이어 2위 댓글은 “미친... 욕이 안 나올 수가 없다”는 것으로 추천 수는 566개다.

3위는 “너 같은 넘에게 언론이 억압을 당하는 게 국민의 입장으로 비통하다”는 글로 추천수는 550개였고, 4위는 “최시중은 치매인가? 방송장악, 비판언론탄압, 언론통제의 주역이 그런 섭섭한 말을...”이라는 글로 추천수가 494개에 달했다.

이처럼 대부분의 댓글들은 최 위원장의 눈물을 ‘악어의 눈물’로 규정하고 있었다.

국민들은 최 위원장을 그만큼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가관인 것은 이날 최 위원장 연임을 위한 국회 청문회에서는 단 한명의 증인도 나오지 않았다.

한마디로 최시중 인사청문회는 ‘붕어빵에는 붕어가 없다’는 말을 실감케 하는 요식행위에 불과한 것이다.

실제 이날 인사청문회는 지난 3년간 최 위원장의 업무를 검증하는 자리임에도 여야 간 증인채택 문제가 합의되지 않아 증인이 한 명도 없는 ‘황당한 청문회’를 하게 됐다.

야당과 시민사회단체는 지난 3년 내내 방송탄압과 인사개입 의혹을 제기하며, 최 위원장에게 자진사퇴를 촉구했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이 같은 국민적 요구를 무시하고 또 다시 그를 재임명하려 하고 있다.

그리고 한나라당은 그 뜻을 관철시키기 위해 그에게 불리한 증인채택을 거부하고 나선 것이다.

한마디로 한나라당이 청와대의 시종 노릇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보면 맞을 것이다.

실제 여야 원내대표간에 증인채택을 위해 청문회 일정을 미루자는 합의가 있었다.

그런데도 한나라당은 이 같은 합의를 깨고 증인 한명 없이 청문회를 강행하고 말았다.

방송장악과 방송통제의 종결자로 낙인이 찍힌 사람이 악어의 눈물을 흘리는데도, 이를 입증할 방법이 없다.

한나라당이 모든 증인채택을 거부하는 등 온몸으로 그를 방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국민들이 분노의 눈물을 흘리고 있는 것이다.

이 분노가 지금은 비록 최시중 위원장을 향하고 있지만, 내년 총선에서는 한나라당 의원들을 겨냥하게 될 것은 불 보듯 빤하다.

행여 최 위원장이 여론조사 기관을 장악하고, 그를 통해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 일등공신이 됐던 것처럼, 내년 총선에서 그렇게 한나라당 후보들을 당선시켜 줄 것이라고 믿는다면, 아서라.

장담하건데, 내년 총선에서 최 위원장이 방송과 통신을 모두 장악하더라도 돌아선 민심을 되돌릴 수는 없을 것이다.

이게 바로 청와대의 시종 노릇이나 하는 한나라당의 자업자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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