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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소장파 모임인 ‘민본21’ 소속 의원들이 당내 친이 주류 측에 반기를 들고 나섰다.
5월 예정된 원내대표 경선에 친이계가 나오면 안 된다는 것.
현재 원내대표 후보로 친이계인 안경률·이병석 의원, 중립의 황우여·이주영 의원이 뛰고 있지만, 사실상 친이재오계인 안경률, 친이상득계인 이병석 의원의 양자구도로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 민본21은 유력 후보인 이 두 사람이 원내대표에 나오면 안 된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그동안 한나라당은 친이계의 손아귀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지금의 김무성 원내대표도 친이계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그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고, 안상수 대표나 홍준표, 나경원 최고위원 등도 모두 친이계의 지원으로 당대표와 최고위원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한마디로 청와대의 의중을 받들어 모시는 친이계가 아니면, 당내에서 아무 일도 할 수 없다는 말이다.
그러다보니 여당은 ‘MB 거수기’로 전락했고, 급기야 지난해 연말에는 새해 예산안을 날치기 처리하는 황당한 모습을 국민들 앞에 보이고 말았다.
당시 여론조사를 보면, 국민 10명 중 6명은 한나라당의 예산안 날치기 처리 배후에 이명박 대통령이 있고 한나라당은 청와대 거수기로 전락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 지난 해 12월 10일과 11일 <내일신문>이 여론조사 기관 <한길리서치>에 의뢰, 전국 만19세이상 성인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전화면접방식 여론조사(표본 오차는 95%신뢰수준에 ±3.5%p)를 실시한 결과, '예산안 강행처리 배후에 이명박 대통령의 뜻이 작용했고 한나라당은 거수기 역할만 했다는 지적에 동의하느냐'는 질문에 60.3%가 '동의한다'고 답했다.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29.3%, '잘모름' 10.4%에 그쳤다.
한나라당의 예산안 단독처리에 대해서도 '여당의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긍정적 답은 23.3%에 그친 반면, '최대한 여야가 대화와 타협을 모색했어야 한다'는 비판적 답이 72.7%로 압도적이었다.
또 예산안 날치기후 4대강 사업에 대한 비판여론도 다시 높아졌다.
4대강 사업에 찬성한다는 의견은 39.9%에 그친 반면, 반대 의견은 54.9%로 나타났다.
이런 민심은 내년 총선에서 한나라당을 찍지 않겠다는 의지로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수도권 지역 한나라당 의원들이 위기의식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실제 지난해 6월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수도권의 경우 현역 의원 교체 의사를 물으면 ‘바꿔야 한다’는 여론이 70%가 넘을 것이라는 우려의 소리가 당내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민본 21’이 친이 경계령을 내린 것이다.
실제 ‘민본21’은 지난 24일 “새 원내대표는 당내 주류(친이계)의 세몰이식으로 선출돼서는 안 된다”며 “청와대로부터 자유로운 중립 인사가 돼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한 바 있다.
권영진 의원은 27일 <시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그래야만 내년 총선이나 대선에서 민심을 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현재 상황으로 볼 때, 이들의 반란이 성공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이미 친이재오계 안경률 의원과 친이상득계 이병석 의원 쪽으로 무게 중심이 상당히 기울어져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수도권 지역구 의원들이 위기의식을 느끼고, “잘 해 한다”고 호소해도 당을 장악하고 있는 친이계에게는 우이독경(牛耳讀經)일 뿐이다.
그렇다고 해서 희망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한나라당 의원들로 하여금 위기의식을 느끼게 만드는 ‘반(反)MB’ 정서가 지난 17대 총선 당시의 ‘탄핵역풍’에 버금갈 만큼, 거세기 때문이다.
그 때 남원정(남경필 원희룡 정병국)과 같은 소장파들은 박근혜 전 대표를 찾아가 머리를 조아렸고, 박 전 대표는 기꺼이 한나라당을 구원하는 ‘잔 다르크’로 나섰다.
그 때처럼 지금의 소장파들이 그 앞에 나아가 간절하게 총선 구원자가 되기를 간청하면, 박 전 대표도 이를 외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만일 ‘민본 21’의 쿠데타가 성공하면, 한나라당이 내년 총선에서 기사회생하고, 그 사건은 당내 혁명으로 기록되겠지만, 실패하면 그들조차 공천 받지 못해 실패한 반란으로 기록될 것이다.
과연 어떤 결과로 나타나질 궁금하다.
그나저나 17대 소장파들은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 당시 ‘이명박 대세론’이나 뒤쫓는 기회주의적인 모습을 보였는데, 18대 소장파들은 과연 그들과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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