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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4.27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한나라당에 비상이 걸렸다.
소위 ‘천당보다 좋은 분당’이라는 경기도 성남시 분당을과 ‘전통적인 한나라당 텃밭’으로 불리던 경남 김해을에서 한나라당 후보들이 고전할 것이라는 여론조사결과 때문이다.
그동안 한나라당에 우호적이었던 강원도민의 민심이반도 심상치 않다.
물론 민주당 안방 격인 전남 순천에서는 한나라당 후보가 아예 명함조차 내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다 정말 4대 0으로 완패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한나라당 내부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실제 김해을에 나타난 민심이반은 심각한 상황이다.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서치뷰가 지난 24일 국민일보와 함께 RDD(Random Digit Dialing) 방식으로 경남 김해(을) 지역에 거주하는 만19세 이상 시민 1,213명을 대상으로 ARS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는 매우 충격적이었다.
먼저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라는 질문에 ‘잘하고 있다 37.2%(매우 잘함 12.2%, 대체로 잘함 25.0%)’는 응답보다 ‘잘 못하고 있다’ 56.6%(대체로 잘못함 24.3%, 매우 잘못함 32.3%)는 응답이 무려 19.4%p나 높았다.
전통적인 한나라당 텃밭인 경남에 나타난 ‘반(反) MB’ 성향이 이런 정도라면 다른 지역은 물어보나 마나다.
이런 민심은 이번 4.27 재보궐선거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실제 ‘만약 이번 선거에 한나라당 김태호, 민주당 곽진업 두 사람만 출마할 경우 내일이 투표일이라면 누구에게 투표겠느냐’는 질문에 ‘김태호 37.1%’, ‘곽진업 47.7%’, 무응답 15.2%로, 민주당 후보가 오차범위(±2.8%p)를 훨씬 벗어난 10.6%p나 앞서고 있다.
야권단일후보를 국민참여당 이봉수후보로 바꿔서 물어본 결과 역시 이봉수 후보가 김태호 후보를 5.2%p 정도 앞섰다.
여론조사에서 유리한 여당 프리미엄을 감안할 경우, 실제로는 그 격차가 더 벌어질 것은 자명한 일이다.
앞서 분당을 여론조사에서도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출마하면, 한나라당 후보들은 힘 한번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패배할 것이라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바 있다.
강원도의 상황은 어떤가.
당초 한나라당 엄기영 후보가 인지도 면에서 훨씬 앞섰고, 그래서 더블스코어 가까운 차이로 앞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었다.
그러나 본격적인 게임에 들어서자마자 엄기영 후보의 지지율은 급락했고, 민주당 최문순 후보와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이는 급박한 상황에 직면하고 말았다.
물론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지난 15일 춘천에 가면서 엄기영 후보의 하락세에 일단 제동이 걸리기는 했으나, 이미 전국적으로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는 ‘반(反) MB’ 민심을 되돌리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더구나 박 전 대표는 당의 선거를 책임질만한 위치에 있지도 않다.
현재 당을 장악하고 있는 것은 어디까지 친이계이지 박 전 대표는 아니라는 말이다.
실제 선거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여당 지도부, 즉 친이계의 몫으로 남게 될 것이다.
만일 4대 0으로 완패할 경우, 여당 지도부는 그 다음날 바로 모두 물러나야 할지도 모른다.
여당 지도부가 좌불안석(坐不安席)인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반면 민주당 지도부는 지금 꽃놀이패를 쥐고 있다.
전남 순천은 민주당이 무공천을 해도 한나라당 후보가 감히 넘볼 수조차 없는 상황이다.
경남 김해을은 민주당 후보가 단일후보로 출마만 하면 당선은 이미 보장된 것이나 다를 바 없다.
경기도 분당을 역시 손학규 대표가 출마를 결심하기만 하면, 어렵지 않게 승리할 것 같은 분위기다.
한나라당 지도부가 4.27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전전긍긍하는 반면, 민주당 지도부는 표정관리를 해야 할 만큼 만면에 웃음기 가득하다.
최근 한나라당 소장파 모임인 ‘민본 21’이 원내대표 경선과 관련해 “친이계가 나오면 안 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한 것도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과연 당을 장악하고 있는 친이계가 이런 소장파들의 충정을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장담하건데 만일 소장파들의 요구를 친이계가 받아들인다면, 그나마 한나라당이 내년 총선에서 기사회생할 가능성이 남아 있지만, 이를 거부할 경우 한나라당은 반토막도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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