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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4.19 혁명 51주년이다.
우리나라 역사상 세상을 바꿔보려는 기층 민중의 시도가 여러 차례 있었다.
고려시대에는 ‘망이-망소의 난’이 있었다.
망이 망소의 난은 고려 특수 행정 구역인 향소부곡 중에 하나인 공주 명학소에서 일어난 최초의 천민 신분 해방 운동이었다.
이후 농민이 중심이 되어 일으킨 김사미의 난과 효심의 난도 있었다.
조선시대에도 유명한 홍경래의 난과 동학농민전쟁이 있었다.
하지만 이들 기층민중의 거사는 단 한 차례도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그래서 역사는 그들의 거사를 ‘혁명’이 아니라, ‘난’으로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4.19는 달랐다.
부정부패한 이승만 독재정권을 몰아내는 데 성공했다.
따라서 4.19 혁명은 위대한 ‘시민혁명’으로 역사에 기록될만한 하다는 판단이다.
우리나라 헌법 전문에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 민주이념을 계승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4.19 혁명’을 ‘4.19 데모’라고 부른다.
실제 이명박 정부의 교과부가 펴낸 소책자 '기적의 역사' 6쪽에 보면, '4.19데모'라고 써있다.
물론 나중에 이에 대한 비난여론이 거세지자 교과부가 뒤늦게 사과하면서, 소책자를 전량 거둬들여 폐기하도록 지시하기는 했다.
또 이날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 강북구 수유동 국립 4.19 민주묘지를 찾아 윤영오 4월회 회장, 오경섭 4·19민주혁명회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분향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해서 4.19를 바라보는 이명박 정부의 인식까지 달라진 것은 아닌 것 같다.
4.19 정신은 권력이 국민을 짓밟을 때 국민이 일어서서 주인 된 권리를 지킨다는 것이다.
따라서 4.19 정신을 계승한 정부라면, 마땅히 민주주의를 더욱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어떤가?
지난 대통령 선거 때부터 줄곧 한나라당과 정책연대를 맺었던 한국노총이 최근 연대파기를 선언하면서 “이명박 정부는 20~30년 전 독재시절로 노동정책을 후퇴시키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조국 서울대 교수도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명박 정부는 ‘잃어버린 10년’을 이야기해왔는데 지금은 우리사회 수준을 10년 전으로 돌리고 있다”며 “표현의 자유 후퇴가 심각하다. 정부 정책을 비판한 네티즌, 기자, 피디를 감옥에 넣겠다고 시도하는 나라가 OECD 국가 중에 어디에 있나”라고 장탄식했다.
지난 2009년에는 UN 관계자들이 이구동성으로 “대한민국에서 표현의 자유는 암담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실제 당시 유엔특별보고관인 프랑크 라루씨가 참석한 가운데 열린 심포지엄에서 우리나라는 언론인들의 보도와 교사·공무원들의 시국선언, 시민들의 집회·시위, 누리꾼의 글까지 억압 사례는 다양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노마 강 무이코 국제앰네스티 동아시아 조사관은 "한국의 인권상황이 뒷걸음치고 있다, 표현의 자유가 유린당하고 있다"며 "모범사례였던 한국이 경찰국가 같다는 생각 들 정도"라고 분명하게 지적했다.
이게 이명박 정부의 민주주의의 지표다.
국민의 70% 정도가 반대하는 4대강 사업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영남권신공항 백지화 등 국민과의 약속을 헌신짝처럼 취급하는 것 역시 국민을 주인으로 보고 있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대통령이 4.19 혁명을 4.19 데모로 인식하는 한 우리나라 민주주의 발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해서 포기해서는 안 된다.
국민에게 주어진 권리가 무참히 짓밟힐 때 ‘분연히 일어서라’는 외침이 바로 4.19 혁명이기 때문이다.
이 소리를 듣지 못한다면, 우리는 권력으로부터 복종과 희생을 강요받는 비참한 노예 아닌 노예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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