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한나라당

최민경 / / 기사승인 : 2011-04-20 13: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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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4.27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한나라당은 ‘완패 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실제 국회의원 재보궐선거가 치러지는 전남 순천, 경남 김해 을, 성남 분당 을 등 3곳은 물론 도지사 선거가 치러지는 강원도 역시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전남 순천은 아예 공천을 포기해 버렸고, 김해 을은 ‘난공불락’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한나라당 김태호 후보가 야권단일후보인 이봉수 후보를 만나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한나라당 후보들에게 ‘천당보다 좋은 분당’이라는 소리를 듣던 분당 을에서도 강재섭 후보가 손학규 후보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초접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당초 압도적 승리를 장담하던 강원도지사 선거 역시 최근 엄기영 후보와 최문순 후보의 격차가 급격하게 좁혀져, 역전 가능성마저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심지어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 인사가 공천을 받은 서울 중구청장 선거조차 쉽지 않은 싸움을 벌이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정두언 최고위원은 20일 한 방송에 출연, “서울 중구청장 선거에서 지면 수도권이 패닉상태에 빠질 것”이라며 “거기도 쉽지 않다고 해서 많이 지원하고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그렇다면, 이 같은 위기에서 한나라당이 탈출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사실상 0%에 가깝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왜냐하면, ‘박근혜 지원유세’라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을 해법으로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두언 최고위원과 김현철 여의도연구소 부소장 등 한나라당 사람들은 이날 이구동성으로 ‘박근혜 지원이 필승 비결’이라고 말했다.

특히 정두언 최고위원 같은 경우는 “현장에 가보면 다들 ‘박근혜 대표가 좀 와줘야 된다’ 그런 얘기들을 많이 한다”며 “그 정도 되는 분이 가서 지원 유세를 해야 유권자들이 움직이지 저희 같은 사람들이 한다고 그렇게 영향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친박 성향 표는 한나라당을 찍는 게 반, 안 찍는 게 반 그렇게 나온다”고 덧붙였다.

사실 정 최고위원의 이 같은 분석은 나름대로 일리가 있다.

박 전 대표는 김영삼-김대중 이후 유일하게 대중적 지지를 받고 있는 현실 정치인이다.

과거 한나라당 경선 당시, 이른바 ‘대세론’ 후보라는 이명박 후보의 연설현장에는 고작 손꼽을 정도의 사람이 모였지만 박근혜 후보 주변에는 인파가 구름떼처럼 몰려들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박 전 대표가 가는 현장 곳곳마다 인파가 모여든다.

따라서 그가 한나라당 후보와 함께 해당 지역을 돌아다니기만 해도 상당한 효과가 나타날 것은 분명하다.

특히 친박 성향표 가운데 절반은 한나라당 지지표가 아니라는 정 최고위원의 분석도 틀린 것은 아니다.

실제 박 전 대표를 지지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사람들도 상당수이고, 박 전 대표를 지지하지만 한나라당을 지지하지 않고 무당 층으로 남아 있는 사람들도 부지기수다. 심지어 박 전 대표를 지지하지만 정당은 민주당이나 자유선진당을 지지하는 사람들도 제법 눈에 띈다.

그러다보니 보수인사들 가운데서도 박 전 대표에게 ‘신당’ 창당을 요구하는 소리가 나오는가하면, 지지들 사이에서도 ‘신당파’와 ‘한나라당파’가 서로 첨예하게 논쟁을 벌이기도 한다.

대체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일까?

한나라당이,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당을 장악하고 있는 친이계가 박근혜 전 대표를 필요로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필요한 존재로 인식하기는커녕, 오히려 ‘정운찬 카드’나 ‘김태호 카드’등의 사례에서 보듯이 박 전 대표를 밀어내지 못해 안달이 난 것처럼 보이는 게 현실이다.

따라서 박 전 대표 지지자들이 한나라당 후보들을 곱게 보지 않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 할 것이다.

더구나 박 전 대표는 ‘모든 선거는 당 지도부 책임 하에서 치러야 한다’는 분명한 원칙을 지니고 있는 사람이다.

그런데 박 전 대표는 당 지도부에 속해 있지 않다.

당이 그를 지도부로 선택하지 않았다. 그래서 현실적으로 지원유세를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한나라당은 정말 이상한 정당이다.

평상시는 귀찮은 존재로 취급하다가도 선거 때만 되면, “지원해 달라”고 아우성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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