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기영 선배, 후보직을 사퇴하십시오.

안은영 / / 기사승인 : 2011-04-24 12:34:00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편집국장 고하승

언론계 대선배인 엄기영 한나라당 강원도지사 후보의 말을 듣는 순간, 하늘이 무너지는 참담한 기분이 들었다.

그는 지난 23일 밤 11시 춘천MBC 주최로 열린 TV토론회에서 "적극적 지지자들의 지나친 행동으로 인한 사건이었다. 경찰조사를 기다려야 한다. 동계올림픽 명단이 어떻게 그곳에 있었는지 나도 모르겠다. 한나라당이나 민주당 모두 불법 선거중이니 서로 자제하자"고 말했다.

앞서 지난 22일 낮 12시경, 한나라당 엄기영 후보 측의 불법 선거운동 첩보를 입수한 경찰이 강릉시 경포의 모 펜션을 급습해 불법 선거운동을 하던 ‘아줌마 부대’ 운동원 30여 명을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단속된 현장에서는 엄기영 후보의 선거자료와 다수 유권자의 전화번호 명부, 식비 영수증, 찢겨져 쓰레기통에 버려진 동계올림픽 서명서 등의 자료가 대거 발견됐다.

체포된 선거운동원들은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 되지 않은데다 사무실로 쓰인 펜션 역시 신고 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고, 이들은 엄기영 후보 지지를 부탁하는 문자메시지와 전화 운동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물론 아직까지 이들이 선거운동의 대가로 돈을 받았는지, 식사 및 금품 등을 제공 받았는지 는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자 한나라당 엄기영 후보 선거대책위원회는 "자원봉사자들의 자발적 행동"이라며 발뺌하고 나섰다.

선대위야 그렇다고 해도 언론인으로 잔뼈가 굵은 엄 후보마저 같은 말을 되풀이 하는 것은 정말 너무 뻔뻔하다는 생각이다.

사건 현장에 한나라당 당직자 두 명이 함께 있었다.

특히 펜션의 임차계약자와 아줌마들을 모집한 사람이 모두 한나라당 당직자들이다.

게다가 아줌마들의 출퇴근을 관리하는 문서까지 나왔다.

이래도 한나라당과 무관하다고 말할 수 있는가?

자발적인 행동이라면, 굳이 출퇴근을 관리할 이유가 무엇인가.

민주당에 따르면 불법콜센터 운영에 무려 1억원 가까운 돈이 들어간다고 한다.

과연 그 어마어마한 돈을 아줌마 부대들이 자발적으로 각출해 운영했다는 게 납득이 되는가.

아무 상관도 없는 엄 후보 당선을 위해 그 아줌마 들이 1인당 최소한 300만 원 이상씩을 각출하고, 출퇴근 감시까지 받아가면서 묵묵히 자원봉사 했다는 주장을 과연 누가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더구나 엄기영 후보가 주도적으로 활동한 평창유치기원 100만인 서명명단이 현장에서 발견됐다.

만일 엄 후보가 지금 도지사 후보가 아니라 언론인으로 활동하고 있다면, 똑같은 상황에서 “적극적 지지자들의 지나친 행동으로 인한 사건이었다”며 ‘엄정수사’를 운운하는 등 발빼하는 후보를 보면 무엇이라고 하겠는가.

언어도단(言語道斷), 적반하장(賊反荷杖)이라는 극단적인 용어를 써가면서 그 후보를 맹비난했을 것 아니겠는가.

그것이 언론인의 올바른 태도이기도 하다.

그런데 지금 언론인의 양심은 다 어디에 두고, 이렇게 뻔뻔해 졌는가.

언론계 대선배인 엄 후보의 도덕성이 이런 정도인줄은 정말 몰랐다.

그런 분이 언론계 선배였다는 사실이 심히 부끄러울 정도다.

엄 후보에게 묻겠다.

정말 한나라당과 아줌마 부대는 아무 관련이 없는 것인가?

엄 후보는 이런 아줌마 부대가 불법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사실을 정녕 모르고 있었는가?

아니라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강원도민과 국민들 앞에 머리 숙여 사죄하고 도지사 후보직을 사퇴하고 정치판을 떠나주기 바란다.

그것이 열악한 환경에서도 꿋꿋하게 언론현장에 남아 정도를 추구하고 있는 수많은 후배 언론인들에 대한 선배의 도리이기도 하다.

엄기영 선배는 부디 후보직을 사퇴해 주기 바란다.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안은영 안은영

기자의 인기기사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