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표의 선택은?

안은영 / / 기사승인 : 2011-05-02 13: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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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신지호 한나라당 의원이 2일 대선 후보로 나오려면 1년6개월 전에 선출직 당직에서 물러나야 하는 현행 당헌·당규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친이(친 이명박)계인 신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의원연찬회에서 공개발언을 통해 "현재 당헌·당규는 대선 1년6개월 전부터 대선 주자가 대표를 못 맡게 돼 있어 실질적으로 힘을 가진 분들이 지도부에 있을 수 없다"며 "이 규정을 풀어서 이번 전당대회에 힘 있는 분들이 비전과 전략으로 당원의 선택을 받도록 하자"고 제시했다.

만일 신 의원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경우, 한나라당 내 대권주자인 박근혜·정몽준 전 대표는 물론 이재오 특임장관까지 모두가 차기 전당대회에 출마할 수 있게 된다.

결국 실세의 조정을 받는 ‘아바타’ 대표가 아니라, 실질적인 권한을 가진 당 대표가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선출된 대표는 당의 간판으로 내년 총선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가게 된다.

따라서 때문에 국회의원들은 계파의 이익이 아니라 자신의 당선에 도움이 되는 인물을 선택하게 될 것이다.

즉 박근혜 전 대표의 지원유세가 자신의 당선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박 전 대표를 선택할 것이고, 정몽준 전 대표나 이재오 장관의 유세가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그들에게 한 표를 행사할 것이다.

이런 면에서 ‘당권·대권분리 폐지’가 바람직한 쇄신방향은 아니지만, 어쩌면 가장 현실적인 방향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사실 ‘당권·대권분리’ 원칙은 박 전 대표가 대표 재임시절, 자신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점을 알면서도 기꺼이 수용했었다.

그것이 민주 정당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 당선 이후 이 규정은 철저하게 짓밟히고 말았다.

당은 이 대통령의 의중에 따라 ‘꼭두각시’처럼 움직였고, ‘MB 거수기’ 노릇조차 마다하지 않았다.

각종 선거에서 공천의 향배 역시 친이계에 의해 좌지우지 되고 말았다.

사실상 ‘당권·대권분리’ 원칙이 ‘사문화’ 되어 버린 셈이다.

그렇다면 굳이 이런 규정을 붙들고 있을 이유가 없다.

즉 사문화된 규정이 족쇄가 되어 유력 대권주자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면, 그 규정을 폐기처분하고 그들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것도 고려해 볼만하다는 말이다.

이럴 경우,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사람은 누구일까?

아마도 박근혜 전 대표가 아닐까 싶다.

박 전 대표는 차기 대권주자 가운데 ‘부동의 1위’ 자리를 확고하게 지키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반감이 민주당 등 야당 지지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같은 당 소속의 박 전 대표의 지지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박 전 대표의 지지율 가운데 상당수는 ‘이명박 대통령 독선 견제자’라는 점에 후한 점수를 주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그가 당 대표가 되면 상황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여당 대표이기 때문에 이명박 대통령의 실정에 일정정도 책임을 지게 된다는 말이다.

어쩌면 침몰하는 타이타닉 호에 승선한 승객들처럼, 이 대통령과 함께 비참한 최후를 맞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해서 이 같은 한나라당의 위기상황을 끝까지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전날 칼럼에서 밝혔듯이 만일 당헌당규가 개정되고, ‘대표 추대론’에 힘이 실리면 박 전 대표는 기꺼이 그 독배를 마셔야 한다는 말이다.

물론 오늘날 당을 이 지경에 이르도록 만든 사람들은 따로 있다.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해 당을 ‘MB 거수기’로 만든 친이계가 전적으로 그 책임을 져야 한다.

하지만 책임론을 따지기에는 지금 너무 시간이 촉박하다.

우선은 4.27 재보궐선거의 참패로 뇌사상태에 빠진 한나라당을 살려야 한다.

우리나라 정당사의 한 축을 이루는 민주당이 죽어서는 안 되는 것처럼, 한나라당 역시 완전히 무너져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여야가 어느 정도 균형 있는 지지를 받아야 국민 갈등이 완화되고, 대화와 타협이 가능한 정치판을 만들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다만, 그럼에도 당 주류 세력이 끝까지 기득권을 내놓지 않겠다고 고집한다면, 한나라당에 대한 미련을 버려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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