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대표론’ 좋다, 그러나...

관리자 / / 기사승인 : 2011-05-10 11: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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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4.27 재보선 참패로 촉발된 한나라당 쇄신 바람이 소장파들에게 힘을 실어주는가 싶더니 급기야 ‘젊은 대표론’까지 들먹거리는 상황에 이르렀다.


뼈를 깎는 내부 변화 없이는 내년 총선, 대선 승리를 기약하기 어렵다는 절박한 위기감이 소장파들을 ‘똘똘’ 뭉치게 했고, 결국 지난 6일 ‘비주류 원내대표’를 탄생시키더니만, 내친 김에 당권(黨權)을 향해 거침없이 질주하고 있는 모습이다.


한마디로 친이계가 급격히 퇴조한 한나라당에 초.재선 소장파들이 득세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실제 소장파는 안상수 전 대표가 물러나기 직전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통과시킨 비상대책위를 보이콧하고 있다.


비대위 위원장은 친이(親李)계인 정의화 의원으로, 소장파들은 "물러나는 지도부가 구성한 비대위를 '쇄신'이라고 할 수 없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따라서 오는 11일 의원총회에서 자신들이 당선시킨 황 원내대표를 비대위원장으로 하는 새 비대위를 구성하라는 것.


물론 이들의 이런 주장은 나름대로 일리가 있다.


따라서 소장파가 주장하는 이 부분에 대해서는 필자 역시 공감하는 바다.


하지만 그들이 비대위 주도권을 잡기 위해 이처럼 혈안이 된 까닭이 무엇인가.


당을 위한 충정이라기보다는 바로 7월 초쯤 치러질 전당대회에서 ‘젊은 대표’를 선출하고 당권을 장악하기 위함 아닌가.


그런 점에서 소장파들의 모습이 결코 순수해 보이지는 않는다.


특히 현재 소장파 중에선 남경필·정두언·나경원 의원 등이 ‘젊은 대표’의 '간판선수'로 거론되고 있다는 게 문제다.


그러나 단지 젊다는 이유만으로 아무나 ‘쇄신’의 주체가 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그가 살아온 삶의 역정이나 정치 궤적이 ‘쇄신’과 거리가 멀다면, 그가 누구든 나이와 상관없이 당 지도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이런 면에서 이른바 ‘간판주자’로 거론되는 남경필 나경원 정두언 의원은 모두 낙제점이다.


먼저 남경필 의원을 보자.


익히 알려진 바와 같이 그는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 당시 이른바 ‘대세론 후보’였던 이명박 후보에게 M&A를 제안하는 등 노골적으로 추파를 던졌던 사람이다.


그로 인해 지난 6.2 지방선거 당시에는 한나라당 인재영입위원회 위원장으로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기도 했다. 하지만 유능한 인재영입에 실패해 결국 한나라당은 지방선거에서 참패하고 말았다. 그런데도 그는 책임의식을 느끼기는커녕, 당 지도부가 되겠다고 나섰던 사람이다. 물론 중도에 사퇴하기는 했지만, 얼마나 몰염치한 모습인가.


나경원 의원은 어떤가.


친이계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최고위원에 선출됐던 사람이다. 당 지도부가 지금까지 당을 잘못 이끈 책임을 지고 모두가 물러나는 마당에 지도부 일원이었던 사람이 대표를 꿈꾸고 있다면, 이건 정상이 아니다.


특히 나 의원은 지난 지방선거 당시 자신의 서울시장 경선 출마와 관련해 이명박 대통령의 권유가 있었다고 인정한 일도 있다.


이처럼 자신의 거취문제까지도 대통령의 뜻에 따라 결정하는 사람이 당 대표가 된다면, 그 정당은 모르긴 몰라도 지금보다 더 충실한 ‘MB 거수기’ 정당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정두언 의원 역시 다를 바 없다.


그는 핵심 친이계 인사로 ‘이명박 방패’로 통하던 사람이다.


박근혜 전 대표가 이 대통령의 세종시 수정안에 대해 ‘정치 신뢰’ 문제를 거론하며 반대하자, 그는 박 전 대표를 향해 ‘제왕적’ 운운하면서 원색적인 비난도 서슴지 않았던 사람이다.


지난 6.2 지방선거 당시에는 지방선거기획위원장으로 선거를 진두지휘했으며, 선거 참패에도 자숙하기는커녕, 전당대회에 출마해 친이계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최고위원에 당선되는 등 당내에서 누릴 권력은 모두 누렸던 사람이다.


과연 이런 사람들이 단지 나이가 젊다는 이유만으로 ‘쇄신’을 추진하는 ‘젊은 대표’가 된다면, 그런 한나라당에 무슨 미래가 있고, 희망이 있겠는가.


소장파들은 당의 전면적 ‘쇄신’을 위해 ‘젊은 대표’가 나서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젊은 대표’가 ‘경륜 대표’보다 더 쇄신을 잘 추진할 것이라는 인식도 문제지만, 설사 백보를 양보해 그들의 주장이 옳다고 치자.


그렇더라도 남경필 나경원 정두언 의원은 빠져라.


정말 쇄신을 잘 추진할 것 같은 ‘젊은 대표’가 필요하다면, 홍정욱 김성식 권영세 의원 같은 소신파 가운데서 골라라.


홍 의원은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한-EU FTA(자유무역협정) 비준동의안에 대해 기권표를 던져 ‘한나라당에도 인물이 있다’는 사실을 전 국민에게 알렸던 멋쟁이 국회의원이다.


김성식 의원은 대통령 후보 경선 당시 국회의원들 상당수가 대세론 후보 앞에 나아가 머리를 조아릴 때도 끝까지 중립을 지킨 뚝심 있는 국회의원이다.


그는 또 소장파 의원 모임인 ‘민본 21’의 리더로서 필요할 때마다 당과 청와대를 향해 쓴 소리를 날리기도 했다.


홍 의원과 김 의원이 초선이라 망설여진다면 지난 서울시당위원장 경선 당시 정몽준-이재오 연합군 후보인 전여옥 의원을 상대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둬 ‘비주류 혁명’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던 3선의 권영세 의원이 있지 않는가.


그런 소신파들이 ‘젊은 대표’가 된다면 모르되, 남경필 나경원 정두언 의원은 결코 답이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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