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에 묻힌 아빠들

진용준 / / 기사승인 : 2011-05-31 16:2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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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4대강 공사를 맡고 있는 한 두산건설 계약직 사원이 안타깝게도 4대강에 묻히고 말았다.

그는 두 살 박이 어린 아들과 결혼직후 2주에 한 번씩 주말에만 만났던 아내를 두고 어떻게 눈을 감았을까?

그보다 그는 왜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해야만 했을까?

그의 아내에 따르면, 공사현장은 밤 9시부터 새벽 1시까지 쉬었다가, 뒤이어 새벽 5시까지 일하는 게 보통이었다고 한다. 사건이 일어나던 그날 밤에도 그는 쉬는 시간 없이 일했다.

그러다 결국 그는 다른 한명의 동료와 함께 무너지는 콘크리트 더미에 깔려 운명을 달리하고 말았다.

바로 그날, 사고 10여분 뒤인 낮 12시30분 이명박 대통령이 사고현장 인근인 경북 상주시 상주여중을 방문했고, 주검 수습 직후인 오후 2시 대통령은 상주 북천시민공원에서 열린 제3회 대한민국 자전거축전 개막식 연단에 올라, "4대강 가지고 이러쿵저러쿵하시는 분들도 많지만, 아마 금년 가을에 4대강 완성된 모습을 보게 되면 모두가 수긍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정말 모르겠다. 대통령의 말처럼 4대강 공사가 완성되면, 이런 안타까운 주검들마저 모두 이해될 수 있을까?

지난 2009년 여름 4대강 공사 준비 단계부터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특히 올해 들어 공사를 서두르면서 사망사고가 급증하고 있다. 2009년 이후 4대강 사망사고 18건(사망자 19명) 가운데 절반이 넘는 10건(사망자 11명)이 올해 발생했다.

그 이유가 공사 진척률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실제 국토해양부가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에게 제출한 ‘4대강 공사 월단위 누적공정률’ 자료에 따르면, 공사가 본격화된 2010년 3월부터 올해 4월까지 월평균 공사 진척률은 4.25%다. 이 기간에 모두 16건의 사망사고가 일어났는데, 3월에 3명, 4월에 4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3월 공사 진척률은 6.4%, 4월엔 5.1%로 평균치보다 훨씬 높았다. 즉 공사를 서두를수록 더 많은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말이다.

4대강 공사는 당초 계획인 2012년 말 완공보다 1년 반이나 앞당겨졌다.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은 “공사기간이 늘어나면 사업비가 증가하기 때문에 속도전으로 가야 한다”고 설명한 바 있다.

하지만 사업비가 과연 사람의 목숨 값만 할까?

사실 4대강 공사 속도전 후유증은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봄에는 작은 비에도 가물막이와 상수도관 등이 터져 식수대란이 일어나는가하면, 임시도로가 끊기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지난 11일 오후 영산강 6공구 서창교 앞에 대규모 준설에 따라 노출된 상수도관이 터져 광주시 광산구 신촌동·도호동과 서구 벽진동·세하동 등 강 양쪽 마을 200여가구에 수돗물 공급이 끊겨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경북 구미시에서도 4대강 공사와 관련한 사고로 상당수 주민들이 ‘물 없는 고통’을 겪어야 했다.

환경문제도 심각하다.

4대강 사업은 전 세계 환경, 생태 전문가들의 우려를 낳고 있다. 독일 수리전문가 한스 베른하르트 교수는 최근 유엔환경계획 슈타이너 사무총장에게 장문의 편지를 보내 ‘4대강 사업이 생태를 보존한다는 한국정부 주장은 아무런 학술적 근거도 없으며, 공사 강행 시 상상키 어려운 심각한 결과에 직면하게 된다’고 경고했다.

실제 현장 곳곳에서 환경파괴가 진행되는 모습이 각 언론의 카메라에 잡히고 있다.

정말 답답하다.

국민들은 안다. 왜, 누구를 위해 4대강 공사가 이처럼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지...

하지만 그 대가가 너무나 참혹하지 않은가.

가물막이와 상수도관 등이 터져 식수대란이 일어나는 것 정도는 참을 수 있다고 치자.

아니 환경파괴가 일어나는 것까지 인내할 수 있다고 치자. 하지만 그로인해 이 땅의 선량한 아빠들이 4대강에 묻히는 일만큼은 결코 용납하기 어렵다.

부디 지금이라도 4대강 공사 현장에서 일하는 이 세상의 아빠들과 그 가장을 기다리는 어린 자녀, 아내들을 위해서라도 속도를 늦춰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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