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편집국장 고하승
6.2 지방선거와 4·27 재보궐선거 참패로 인해 한나라당 내에서는 '쇄신'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주류 책임론이 불거지는가 싶더니 급기야 비주류로 분류됐던 황우여 의원이 원내대표 경선에서 승리하는 이변이 발생하기도 했다.
그래서 국민들은 ‘이제 한나라당이 뭔가 달라지지 않겠느냐’는 기대를 하게 됐다.
하지만 7.4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대표 후보감으로 거론되는 인사들을 보면,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실제 선거 참패의 책임을 지고 총 사퇴한 전직 지도부 인사들이 조기전당대회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전직 지도부 중에서 지방선거와 재보선 참패의 책임을 지고 전대 불출마를 선언한 인사는 정두언 의원 단 한 사람 뿐이다. 그와 ‘젊은 대표’ 경쟁 관계에 있던 나경원 의원과 남경필 의원은 여전히 출마의지를 접지 않고 있다.
나 의원은 전 최고위원으로 선거 참패의 책임을 지고 지도부에서 물러난 사람이다. 그런데 불과 2개월 만에 다시 당 대표가 되겠다고 나선다면, 국민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남경필 의원 역시 6.2 지방선거 당시 인재영입위원장이라는 중책을 맡아, 지방선거 참패에 대한 책임을 어떤 형태로든 져야할 사람이다.
뿐만 아니라 지난 전대에서 2위를 하면서 차기 전대 도전이 공공연하게 거론되고 있는 홍준표 전 최고위원은 물론, 김무성 전 원내대표도 최근 의원들간의 교류가 부쩍 잦아졌다는 이야기들이 들려오고 있다.
여기에 원희룡 전 사무총장도 최근까지 전대 출마 의사를 갖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지방선거 및 재보선 참패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전직 지도부가 그대로 새 지도부를 구성하게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어쩌면 안상수 전 대표 한 사람만 바뀌고, 나머지는 그대로 가게 될지도 모른다.
말로는 '쇄신'을 한다고 해 놓고, 과거 당 지도부에 있거나 선거 패배의 책임을 져야할 위치에 있던 사람들이 그대로 다시 지도부를 구성하게 된다면 그것은 '도로 한나라당'이 되는 것 아니겠는가.
쇄신을 하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최소한 그 얼굴이 그 얼굴이라는 소리를 듣지 않도록 사람부터 바꿔야 한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당내에서 이런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별로 없는 것 같다.
동료애를 의식한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래 가지고는 ‘도로 한나라당’이라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한나라당의 실망스러운 모습은 이뿐만이 아니다.
5·6개각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을 과정에서도 한나라당은 '도로 한나라당'의 모습을 보이고 말았다.
실제 이번 인사청문회는 4·27재보선 이후 전면쇄신을 내건 한나라당의 실제 의지를 가늠하는 무대로 평가받았지만 인사청문 과정은 실망스럽기 그지없었다.
유영숙 후보자는 환경부 장관으로서의 업무 전문성에 의문이 제기됐고, 소망교회 낙하산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채필 후보자는 인사청탁 금품수수 의혹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고, 박재완 후보자는 이명박 정부 경제정책의 설계자로서, 경제실정 책임자 가운데 한 사람이다.
특히 서규용 후보자는 쌀직불금 제도를 만든 당사자인데도 쌀직불금을 부당수령한 사실이 알려져 한나라당 의원들도 매서운 질책을 받았다.
주택문제 담당자인 권도엽 후보자는 두 건의 다운계약서 작성을 인정했고, '김앤장 고문'이라는 경력을 통해 전관예우의 전형을 보여줬다는 비아냥거림이 쏟아지고 있다.
그런데도 정작 청문결과보고서 채택과정에서는 모든 후보자들에 대해 적격판정을 내리고 말았다.
목청껏 쇄신을 외친 '새로운 한나라' 등 쇄신파들도 인사청문 결과보고서 채택에 대해서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말았다.
사람도 바뀌지 않고, 행태도 바뀌지 않으면, 제아무리 목청껏 ‘쇄신’을 외친다고 해도 ‘새 한나라당’이 될 수는 없다.
정말 쇄신을 원하고, 새로운 한나라당이 되기를 바란다면, 먼저 사람을 바꾸라.
그리고 변화된 모습을 국민들 앞에서 보여주라. 그렇지 않고는 ‘도로 한나라당’이라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