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편집국장 고하승
최근 정치권을 ‘들썩’ 거리게 만드는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 조사에서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민주당 손학규 대표와 오차범위 내 초박빙의 접전을 벌이고 있다는 것.
그래서 ‘박근혜 대세론’이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실제 여론 조사전문기관인 리서치뷰가 지난 달 26일부터 28일까지 사흘 동안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ARS방식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박근혜 전 대표와 민주당 손학규 대표의 1대 1 가상대결 시, 박 전 대표는 41.1%, 손 대표는 37%, 박 전대표가 4.1%포인트 차이로 앞섰다.
이 조사의 표본오차가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인 점을 감안하면 양 후보간의 격차 가 사실상 오차범위 내에서 박빙의 승부를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자 당내 대선 경쟁자들이 ‘박근혜 대세론’에 의문을 제기하며 공세를 펼치기 시작했다.
실제 박 전 대표에 연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는 지난 1일 "박 전 대표 지지율이 손학규 민주당 대표에 역전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 전 대표는 이날 중진회의에 참석해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지지율이 역전됐다고 하고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박근혜 전 대표를 손학규 대표가 오차 범위 내로 따라왔다고 한다"며 "이대로 가다가는 전부 역전될 수 있다는 경고"라고 지적했다.
과연, 정몽준 전 대표의 말처럼 ‘박근혜 대세론’은 이미 무너진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물론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도와 한나라당 지지도의 하락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에게도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여전히 '박근혜 대세론'에는 변함이 없다.
실제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의 5월 넷째주 주간 정례조사 결과, 대선후보 지지율에서 박근혜 전 대표가 비록 전주 대비 3.2%p 하락했으나 29.9%로 여전히 선두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2위의 손학규 대표 11.7%와 비교할 때, 압도적인 차이가 아닐 수 없다.
이 조사는 지난 23일부터 27일까지 전국 성인남녀 3750명(유선전화 3000명+휴대전화 750명)을 대상으로, RDD(Random Digit Dialing. 전화번호부 미등재가구 포함 임의걸기) 방식으로 조사했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 1.6%p다.
특히 국민일보의 조사에서 박 전 대표는 차기 대권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40.2%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는 박 전 대표를 제외한 여야 차기 주자들 모두의 지지율을 합친 것과 맞먹는 수치다.
그런데 왜 유독 리서치뷰의 여론조사 결과는 박 전 대표와 손 대표가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났을까?
그 여론조사의 결과는 어느 정도나 신뢰할 수 있는 것일까?
알고 보니, 리서치뷰 여론조사 응답률은 5.32%로 매우 낮았다.
즉 100명에게 물었는데, 겨우 5명 정도만 여론조사에 응했다는 말이다.
응답률이 낮으면 표본의 신뢰성에 큰 문제가 생긴다. 즉, 여론조사에 응답한 이들이 전체 모집단을 대표할 만한지 의심이 생기는 것이다. 여론조사라는 '귀찮은' 전화에 응답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과는 성향과 관심사가 다를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여론조사 전문가인 강흥수 교수는 “한국에서는 전화면접조사라 해도 10%대, ARS 조사의 경우 한 자릿수 응답률이 보통”이라며 “이 정도면 조사 자체의 신뢰성을 믿을 수 없는 터무니없이 낮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참여정부 당시 총리를 지낸 이해찬 전 총리도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최소 20%의 응답률을 모아야 한다고 말한다”며 “(그 이하 응답률의 경우)여론조사를 정직하게 하는 전문가들은 발표하지 않아야 할 수치라고 말한다”고 밝힌 바 있다.
즉 리서치뷰 여론조사 응답률은 5.32%로, 매우 낮기 때문에 신뢰할 수 없고, 따라서 그 결과를 발표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이런 면에서 ‘박근혜-손학규 박빙’ 뉴스는 해프닝으로 막을 내리게 되는 것 같다.
끝으로 강흥수 교수는 "낮은 응답률은 조사업계의 문제만도 아니다. 언론이 여론조사를 자판기에서 커피 뽑듯 생각한다. 응답률이 높은 제대로 된 조사를 하려면 3일에서 1주일까지 시간이 필요한데, 언론이 그런 시간과 비용을 들이려 하지 않는다"라고 비판했다.
그의 쓴 소리에 이제는 모든 언론이 귀를 기울여야 할 때다.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