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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7.4 전당대회를 앞둔 한나라당 내에서 이상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그동안 친이직계 혹은 범친이계로 분류되던 당권주자들이 한결같이 “나, 친이 아니다”라며 손사래를 치는가하면, 박근혜 전 대표를 향해서는 간절한 구애의 눈짓을 보내고 있다.
사실 한 때 한나라당 내에서는 친이계가 아니면 감히(?) 명함조차 내밀지 못했던 시절이 이었다.
실제 이명박 대통령 당선 이후 4.27 재보궐선거 때가지만 해도 당은 완전히 친이계가 장악하고 있었다. 지난 18대 총선에서는 그들에 의해 이른바 ‘친박 대학살 공천’이 자행되기도 했다.
그러자 너도 나도 앞 다퉈 친이계 쪽으로 ‘쪼르르’ 달려가 줄서기 하는 현상이 곳곳에서 나타났다.
친박계 좌장으로 불리던 김무성 전 원내대표가 그렇게 했고, 박근혜 전 대표가 대변인으로 발탁한 전여옥 의원도 그런 모습을 보였다.
그 이외에도 그렇게 박 전 대표의 곁을 매정하게 떠난 인사들이 어디 한둘이었는가.
그런데 7.4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주자들이 서로 앞 다퉈 이제는 “나, 친이계 아니다”라며 손사래를 치고 있다.
참으로 우스꽝스런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지난 16일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한 김무성 전 원내대표와 친이 단일 후보를 꿈꾸는 나경원 전 최고위원이 그렇다.
또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 당시 MB에게 M&A를 제안하는 등 노골적으로 추파를 던졌던 남경필 의원 역시 마찬가지다.
실제 언론으로부터 친이계로 분류되고 있는 김 의원은 “내가 언제부터 친이계이었냐”며 “나는 친이계를 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그는 또 자신이 이명박 대통령의 '정치적 경호실장'이라는 정치권 안팎의 시각에 대해 불편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나 의원도 마찬가지다.
그는 “이번 전대가 계파를 뛰어넘는 선거로 치러질 것인데 나를 친이계로 분류하는 것은 좀…”이라며 자신이 원희룡 의원과 함께 친이계 대표주자로 분류되는 것에 대해 못마땅하다는 의사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친이계 당 지도부에 의해 6.2 지방선거 당시 인재영입위원장이라는 중책을 맡았던 남경필 의원은 아예 자신을 ‘중립’으로 포장하고 나섰다. 하지만 그가 친이계 핵심인 정두언 전 최고위원의 측면지원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은 별로 없을 것이다.
더욱 가관인 것은 지금, 친박 성향의 권영세 의원이나 유승민 의원은 물론, 나경원 원희룡 홍준표 같은 친이계 주자들까지 모두가 박심(朴心)을 사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는 사실이다.
실제 나 의원은 "여성 당 대표는 안 된다는 편견을 깨는 게 여성 대통령이 탄생하는 데 있어 상당한 기반이 될 것"이라는 말로 친박계에게 은근한 추파를 보냈고, 원 의원은 아예 박 전 대표의 상징인 '천막당사'정신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홍준표 의원은 보다 노골적이다.
그는 당 대표 출마 선언을 하면서 이른바 '박근혜 지키기'를 공언하고 나섰다.
실제 그는 “당 대표가 되면 박근혜 전 대표를 비롯한 당의 대선후보들을 야당의 공세로부터 막고 그분들이 상처 입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그는 자신을 “박근혜 보완재”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세종시 논란 당시 박근혜 전 대표를 정면으로 겨냥해 “혼자 탈당하고 당을 만들어야 한다”고 비난을 쏟아 부었던 홍 의원의 모습과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아무튼 박 전 대표를 향한 홍 의원의 잇따른 구애에 <부산일보>는 전날 "홍준표 의원과 박근혜 전 대표 간 밀약으로 '홍 대세론'이 힘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실제 박 전 대표의 대변인 격인 이정현 의원은 "전혀 사실 무근"이라고 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박 전 대표가 전대와 관련해 어떤 밀약을 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있을 수도 없다"며 "전대가 다가오면서 박 전 대표를 거명하면서 허위사실을 유포해 여론을 호도하려는 시도는 구태정치의 전형으로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비난했다.
이 의원의 이 같은 발언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어쩌면 “홍준표에게 박심이 없다”는 강력한 메시지가 담겨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박심은 어디로 향하고 있을까?
아무래도 1인 2표제 하에서 박심은 유승민 권영세 두 후보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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