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민영화, 황당하고 수상하다

안은영 / / 기사승인 : 2011-06-23 12: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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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정부와 여당이 6월 정기국회에서 인천공항 민영화 방안을 처리한다는 황당한 소식이 들린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흑자를 내는 우수한 공기업을 현 단계에서 민영화해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그런데도 6년 연속 세계 최고 공항의 위치에 오른 인천국제공항이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민영화 논란에 휩싸였다.


실제 정부와 한나라당은 최근 외국인과 항공사의 지분 보유 한도를 각각 30%와 5%로 제한하는 내용의 '인천국제공항공사법 개정안'과 공항 사용료의 상승을 막기 위해

사용료 승인제를 도입한다는 내용의 '항공법 개정안'을 처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는 인천국제공항 민영화를 위한 필수적인 법안들이다.


정부와 여당은 기업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세계적인 경영기법을 동원해서 인천공항을 더욱 경쟁력 있게 만들기 위해 민영화가 불가피 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인천공항은 국제서비스 평가 6년 연속 세계 1위, 또 국제화물처리 세계 2위, 국제여객운송 세계 10위로 이미 상당한 국제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공기업이다. 따라

서 정부 여당의 논리는 아무래도 궁색하기 짝이 없다.


또 정부 여당이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민영화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이미 인천공항은 88% 이상을 아웃소싱하고 있는 상태여서 역시 타당한 이유가 될 수 없다.


특히 인천공항이 현재 3단계 확장공사를 하고 있는데 그 투자재원을 마련하기 민영화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은 어처구니없다.


왜냐하면 3단계 공사는 2017년 완공 예정으로 약 4조원 정도의 예산이 들어가는데, 그 때까지 인천국제공항의 순이익은 무려 2조 2000억원이나 되기 때문에 추가차입 필

요 액은 얼마 되지 않는다. 그런 정도라면 공사 스스로 얼마든지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


더구나 현재 공항 주변 영종도에 대한 개발이 한창 진행 중에 있어, 개발이 완료되면 인천국제공항의 가치는 더욱 높아진다.


따라서 현재 공항을 매각할 경우, 당연히 헐값매각 논란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


더욱 의아스러운 대목은 매각대상자 0순위로는 오스트레일리아 투자회사 맥쿼리그룹이 꼽히고 있다는 점이다.


매쿼리는 SOC 투자전문금융기관이다.


즉 알짜 SOC 사업에 장기투자를 통해 이익을 얻는 그런 그룹이라는 말이다.


다시 말하면, 정부와 여당이 주장하는 것처럼 선진공항경영기법을 배우는 것과는 전혀 거리가 먼 일반금융투자그룹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인천공항을 민영화하려는 진짜 속셈은 다른데 있을지도 모른다.


인천공항을 인수하려는 맥쿼리 그룹의 펀드를 운용하는 회사는 현재 골드만삭스다. 골드만 삭스는 이지형씨가 대표로 있던 맥쿼리-IMM자산운용을 인수했었다.


그런데 이지형씨는 이명박 대통령의 조카이고, 현 정부 최대 실세 이상득 의원의 아들이다.


물론 이 씨는 3년 전에 대표직을 사임하고 지금은 회사와 아무 관련이 없다는 게 골드만삭스 측의 주장이다. 그렇다고 해도 왜 하필 골드만삭스냐 하는 의구심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혹시 인천공항 민영화가 이명박 대통령의 마지막 비자금 조성을 위한 방편은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든다면 지나친 것일까?


실제 송영길 인천 시장은 23일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게(인천국제공항 민영화) 다른 데에 돈이 필요한 게 아닌가 이런 의문이 나오고 있다”고 우회적으로 이

같은 의구심을 드러냈다.


정말 그렇다면 큰일이다.


민주당 등 야당은 당력을 집중해 반드시 이를 저지해야 한다.


특히 7.4 전당대회를 앞둔 한나라당 당권주자들이 나서서 인천공항 민영화 반대 목소리를 내주어야 한다.


이제 다시는 ‘MB 거수기’ 노릇을 하지 않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던, 한나라당 당권주자들이 왜 이 문제에 대해서는 약속이나 한 듯이 모두가 입을 굳게 다물고 있는가.


권영세 나경원 남경필 박진 원희룡 유승민 홍준표 의원 등 7인의 당권주자들은 이 문제에 대해 분명하게 자신의 입장을 밝혀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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