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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철로 접어들면 4대강 사업의 재앙이 일어날 것이라던 일부 우려가 현실화됐다.
실제 지난 25일 새벽 4시쯤 경북 칠곡군 왜관읍 ‘호국의 다리’(옛 왜관철교)가 일부 교각이 붕괴되면서 허무하게 무너져 내리고 말았다.
그동안 무리한 준설 공사에 따른 교량 위험을 계속 지적해 왔던 정수근 대구환경련 생태보존국장도 이런 광경을 보고 “나 자신도 많이 놀랐다”며 “위태롭다고 하면서도 그래도 우리 토목 기술이 발달해 설마 했는데 강물의 위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새삼 느꼈다”고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는 지난해 9월 여주 신진교 붕괴 사고를 목격했다. 당시 남한강 대규모 준설로 본류와 지류의 낙차가 커져 연양천 유속이 빨라지고 바닥의 모래와 자갈을 쓸고 가는 힘이 커져 신진교가 무너졌다.
이번 호국의 다리 붕괴 역시 그처럼 강력한 강물의 힘이 오래되고 불안정한 교량을 쳐 발생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는 성급한 4대강 사업의 불행의 알리는 서곡에 불과하다.
실제 충청권에 내린 장맛비로 4대강 공사가 진행중인 금강변의 수로가 유실되고 붕괴되는 등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이미 월송천, 불티교, 대교천, 금암 삼거리, 쌍신동(일명 SK길), 유구천 등은 폭탄을 맞은 것처럼 갈라지고 터져 버렸다.
최근 하상보호공을 설치해 물길을 직선화한 월송천 합수부는 좌측 사면이 무너져 내리고 있었고, 불티교는 좌측 경사도가 심해서 ‘와르르’ 무너져 버린 상태다.
특히 충남 공주시 쌍신동 4대강 금강 살리기 수변공원 공사 현장에서 20m 길이의 수로가 파손되기도 했다.
앞서 지난달 12일에는 낙동강 대구 달성보 건설현장이 강물에 완전히 잠겼다.
사흘간 이 지역에 125㎜의 비가 내리면서 불어난 강물이 공사현장 가물막이를 넘어 순식간에 공사현장을 덮친 것이다.
또한 달성보에서 20km 가량 상류에 있는 강정보도 가물막이가 물에 잠기고 임시제방 일부가 무너져 내렸는가하면, 지난 1월에는 구미시 해평취수장 인근에서 가물막이가 무너져 중장비 8대가 침수되는 등 본격적인 우기를 맞아 주민 불안이 커지고 있다.
원칙도 철학도 없는 4대강사업을 속도전으로 밀어붙이다보니 부작용이 여기저기서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 장마와 태풍이 한반도에 상륙할 경우 4대강공사 현장이 홍수피해를 입을 것은 불 보듯 빤하다.
박창근 관동대 교수는 "4대강 사업으로 하천이 불안정해지면서, 공사가 시작된 단계였던 작년보다는 올해가 더 위험하다"면서 "홍수피해가 발생하면 결국 일반 시민들이 피해를 입게 된다"고 우려했다.
실제 사업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4대강 공사 주변 지역주민들은 장마철을 맞아 잔뜩 긴장하고 있다. 인위적으로 파낸 강바닥으로 인해 본류와 지천 간 높이가 급격히 변해 홍수 시 빗물과 토사의 충격을 이겨낼지 염려되기 때문이다.
특히 준설공사가 마무리되지 않아 전국 16개 보에 물을 채울 수 없는 탓에 강물의 속도를 제어할 수 없다는 점이 큰 걱정거리다.
경북대 토목공학과 이영재 교수는 "겉으로는 4대강 공사가 순조롭게 마무리 단계로 가는 것 같지만 강바닥을 완전히 비운 상태에서 홍수를 맞을 경우 어떤 상황이 닥칠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24일 오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예고 없이 방문, 4대강사업장 및 구제역 매몰지에 대한 우려를 드러내며 공무원들에게 '주말 비상근무'를 지시한 것은 이런 상황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게 어디 공무원들을 닦달한다고 해서 피해갈 수 있는 문제인가.
아니다.
일부 구간을 모델 사업으로 먼저하고, 그 효과나 부작용 등을 점검하고 난 다음에 4대강 사업으로 확대하거나 포기했어야 하는데, 재작년 말부터 시작해 불과 1년 반 만에 무려 74% 공정률을 보일 정도로 밀어붙이다보니 이런 일이 발생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이명박 정부는 죽음과 파괴의 4대강 사업을 즉각 중단하고 이제부터라도 재앙에 대비한 안전대책을 서둘러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무엇보다도 우선 당장 급한 대로 정부와 시공사들은 공사가 진행되는 지역에 역대 최고 강수량의 큰비가 쏟아져도 피해를 막겠다는 각오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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