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편집국장 고하승
민주당은 각종 선거 때마다 여론조사로 톡톡히 재미를 보았다.
실제 민주당은 2002년 노무현 전 대통령과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와의 대선주자 단일화를 비롯해 2007년 손학규 대표와 정동영 최고위원의 대선주자 단일화에도 여론조사를 활용했다.
그런 민주당이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여론조사 경선을 폐지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실제 민주당 개혁특위는 지난 달 대선 후보와 국회의원 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 때 여론조사를 배제한다는 내용의 개혁안을 당 지도부에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여론조사의 응답도가 갈수록 낮아져 신뢰도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각종 재·보궐선거과 지방선거의 결과가 여론조사와 다르게 나오면서 당내에는 여론조사에 대한 회의가 일었다.
이 같은 여론조사 회의론은 지난 4·27 재보선 당시 경남 김해을 지역 단일화와 관련, 민주당 후보가 국민참여당 후보에게 지면서 더욱 확산됐다.
특히 다른 정당 지지자들에 의한 역선택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더구나 분명히 오차범위가 존재하는데, 오차범위 내의 여론조사 결과로 순위가 뒤바뀌는 것은 비과학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민주당이 여론조사 경선을 폐지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 할 것이다.
반면 한나라당은 어떠한가.
민주당이 그동안 재미를 보고나서 용도폐기하려는 제도를 오히려 더욱 확대하고 있다.
실제 한나라당은 7.4 전당대회에서 여론조사를 무려 30%나 반영하는 전대룰을 확정했다.
물론 경선에 민심을 반영한다는 의도는 좋다.
하지만 민심을 반영하는데 왜 굳이 비과학적인 여론조사를 실시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민심을 정확하게 반영하려면 대의원과 당원이 아닌 일반 유권자들을 투표에 참여토록 하면 되는 것이다.
즉 선거인단을 21만명 이상으로 확대했는데, 거기에 일반 선거인단을 9만명 포함시키면 된다는 말이다.
그런데 대의원과 당원을 21만명으로 확대하면서도 여론조사는 겨우 3000명만 할 이유가 어디에 있는가.
집안에 가만히 앉아서 전화로 응답한 3000명의 표가 바쁜 와중에도 현장을 직접 찾아가 투표한 9만명의 표와 동일한 ‘표의 등가성’ 또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현장에 직접 찾아가 투표한 사람과 집안에 가만히 앉아서 전화로 응답한 사람 중에서 누가 더 당에 대한 애착이 많겠는가.
결국 여론조사 경선 방식은 당에 대한 애착이 많은 사람들보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 무려 30배의 표를 더 계산해 주는 꼴이다.
이런 여론조사 30% 반영 제도야말로 웃기는 제도 아니겠는가.
지금 당내 일부가 제기한 당헌 개정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서울 남부지방법원이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은 새로 바꾼 당헌을 재의결하기 위해 전국위원회를 다음 달 2일 재 소집키로 했다.
물론 법원은 기존의 대의원이 아닌 21만명의 선거인단이 선출하도록 한 개정안에 대해서만 효력을 정지시켰을 뿐, 여론조사 30% 반영에 대해서는 효력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기왕 전국위원회를 재소집하고, 당헌개정 문제를 재논의 하는 만큼 여론조사 대신 일반 유권자를 투표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그동안 여론조사로 재미를 보았던 민주당도 이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고 전면폐지를 검토하고 있는 마당에 한나라당만 굳이 여론조사를 고집할 이유는 그 어디에도 없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