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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손학규 대표 당선 이후 잠잠했던 민주당 주류와 비주류의 갈등 구도가 다시 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앞서 정동영 최고위원은 지난 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손학규 대표가 일본에서 했던 '원칙 있는 포용정책' 발언을 강하게 문제 삼으며 "원칙 있는 포용정책은 박근혜 전 대표의 발언"이라고 공세를 취했다.
이에 대해 손 대표는 "원칙 있는 포용정책은 평화를 유지하고 개방을 촉진하는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민주당 계파 갈등의 불똥이 엉뚱하게도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대북정책으로 튀어 간 셈이다.
일단 ‘원칙 있는 포용정책’이 박 전 대표의 발언이라는 정 최고위원의 말은 맞는 말이다.
그리고 "원칙 있는 포용정책은 평화를 유지하고 개방을 촉진하는 것"이라는 손대표의 반격도 맞다.
즉 박 전 대표의 대북정책은 평화를 유지하고 북한의 개방을 촉진하기 위한 ‘원칙 있는 포용정책’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는 말이다.
실제 박 전 대표의 대북정책은 평화정착→경제통일→정치통일의 ‘3단계 평화통일론’을 뿌리로 하고 있다.
북한의 핵무기 완전 제거와 군사적 대립구조 해소를 통해 한반도 ‘평화정착’을 실현하고, 나아가 남북을 하나의 경제공동체로 건설해 ‘경제통일’을 이룬 뒤에 마지막으로 정치·영토까지 통일을 실현하자는 것이 박 전 대표의 ‘3단계 평화통일론’이다.
이는 정치.영토적 통일에만 매달리거나, 평화보다는 대립을 우선하는 수구적 집단의 생각에 비하면 상당히 진보적인 견해다.
사실 통일 전 단계로 북한을 ‘포용’하고 남북 평화 정착을 이뤄야 한다는 점에서 박 전 대표의 대북정책은 진보진영과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내용면에서 박 전 대표의 포용정책과 진보진영의 포용정책은 현격한 차이가 있다.
진보진영은 사실상 ‘무조건적 포용’을 주장하고 있는 반면, 박 전 대표는 ‘원칙이 있는 포용’을 주장하고 있다.
그 원칙은 바로 북한이 개방·개혁에 나서고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평화공존의 마당에 나오도록 하는데 초점이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즉 북한이 개방 개혁약속을 이행하면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반대로 합의를 깨면 그만큼 불이익을 줘야 한다는 말이다.
박 전 대표는 북한을 지원하기 위해 남북과 동북아 국가들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동북아개발은행’을 설립해 “북한 재건을 위한 종합계획을 세우고 체계적인 지원방안을 수립”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다만 그 전에 북한으로부터 모든 핵무기, 핵프로그램을 완전 폐기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내야 한다는 게 박 전 대표의 생각이다.
그 이후에 경제통일을 위해 제2, 제3, 제4의 개성공단을 북한 전역으로 확대해 나갈 것이고, 그것이 장차 마지막 단계인 정치.영토적 통일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박 전 대표의 ‘3단계 평화통일론’이야말로 보수-진보 가릴 것 없이 모두가 환영할 만한 구상이라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그런데 제 1야당의 대표인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박 전 대표의 '원칙 있는 포용정책'에 공감하는 발언을 했다.
누가 한 말이든, 그것이 바른 방향이라면 여야가 함께 손잡고 나갈 수 있어야 한다.
남북 평화정착을 위해 여야가 함께 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불신의 늪’에 빠진 정치권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도 달라 질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바른 방향임에도 "원칙 있는 포용정책은 박근혜 전 대표의 발언"이라며 최초 발언자가 한나라당 유력 차기 대통령 후보여서 문제 삼는 것 같은 정동영 최고위원의 지적은 옹졸하기 짝이 없다.
어쩌면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지지도가 20%~30%대로 폭락했음에도 민주당 지지율이 한나라당과 엇비슷하거나 낮게 나타나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제부터라도 여야 정치인들은 정파 이익보다 국민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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