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권영세-박진 중용하라

안은영 / / 기사승인 : 2011-07-10 11: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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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에게는 ‘럭비공’이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이 따라다닌다.


그가 어디로 튈지 모르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아니나 다를까.


홍준표 대표는 7.4 전당대회에서 자신을 도왔던 측근 인사들을 주요 당직에 임명하려 하고 있다.


쟁점이 되고 있는 당직은 내년 총선 공천 업무와 연관된 당 사무총장과 제1ㆍ2 사무부총장, 여의도연구소장 등 4개이다.


특히 홍 대표는 사무총장에 측근인 김정권(재선·김해갑) 의원을 앉히고 싶어 한다. 대표 경선 때 그로부터 큰 도움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경원 최고위원을 제외한 다른 3명의 최고위원들은 “홍대표 캠프에서 활동했던 사람은 안 된다”며 일제히 반대의사를 표명하고 나섰다.


먼저 친박계인 유승민 최고위원은 최근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사무총장과 1·2 부총장, 여론조사를 하는 여의도연구소장은 공천의 공정성과 직결되는 자리이기 때문에 (홍준표 대표) 캠프인사는 안된다”고 말했다.


친이계 원희룡 최고위원도 “홍준표계의 당직 독식”이라고 비판했고, 남경필 최고위원 역시 “당직 인선이 이런 식으론 통과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들 최고위원들의 지적은 전적으로 옳다.


홍 대표 역시 과거 자신이 최고위원으로 있을 당시에는 같은 논리로 안상수 전 대표의 당직 인선에 반대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실제 그는 지난해 7월 전당대회에서 안상수 전 대표에게 밀려 2위를 차지한 후, 안 전 대표가 자신의 측근들을 기용하려 하자, “당직이 승리의 전리품을 나누는 자리냐”라고 일갈하면서 회의장을 박차고 나간 일이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홍 대표가 자신의 측근들을 사무총장 등 요직에 앉히려 하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홍준표 계파’를 만들겠다는 뜻이다.


취임 일성으로 ‘계파 해체’를 제안하면서 공천과 연결하는 발언으로 구설수에 올랐던 일이 바로 엊그제라는 사실을 벌써 잊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홍 대표의 ‘전리품 잔치’ 당직 임명에 대해 최고위원들만 반대하고 있는 게 아니다.


현재로선 친이·친박은 물론 소장파까지도 모두 홍 대표의 인선안에 불만을 표시하는 상황이다.


한 친이계 의원은 “당 대표가 됐다고, 하루아침에 입장이 바뀔 수 있느냐. 일관성을 가져야 한다”고 꼬집었고, 한 소장파 의원은 “공천 실무자인 사무총장에 자기사람을 앉히겠다는 것은 공천을 전횡하겠다는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이런 식의 당직 인선은 안 된다.


홍 대표가 진정 당내 계파 갈등을 완화시키고, 화합을 바란다면 지난 대통령 경선에서 마지막까지 중립을 지켜온 인사들을 중용해야 한다.


7.4 전대에 출마했다가 낙마한 권영세 박진 의원은 지난 경선 당시 수도권 전역을 휘몰아친 ‘이명박 대세론’에도 굴하지 않고 ‘당 중심 모임’의 핵심멤버로 끝까지 중립을 지켰던 사람들이다.


그로 인해 그들은 친이계가 장악한 한나라당 내에서 비주류로 몰려 단 한 번도 중앙당의 요직을 맡아보지 못했다.


그렇다고 친박계가 그들을 적극적으로 감싸 안아주는 것도 아니다.


어찌 보면 중립을 지킨 그들이 있었기에 오늘 날 한나라당이 분열하지 않고, 하나의 정당으로 남아 있게 된 것인지도 모른다.


이런 면에서 그들이야말로 한나라당을 살린 일등공신인 셈이다.


따라서 홍 대표는 권영세 박진 의원과 같이 중립을 지켜 온 인사들에게도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판단이다.


한 사람은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또 한 사람은 사무총장으로 임명하면 어떨까?


특히 전당대회 당시 홍 대표 등 전직 지도부의 책임론을 집중 거론했던 권영세 의원을 사무총장으로 기용한다면, 홍 대표의 포용력 있는 리더십을 대내외적으로 과시하는 계기가 되지 않겠는가.


모쪼록 홍준표 신임 대표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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