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의 무리수, 왜?

최민경 / / 기사승인 : 2011-07-12 16: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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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가 결국 사무총장에 자신의 핵심 측근인 김정권 의원을 임명하고 말았다.

홍준표 대표는 12일 낮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의원의 사무총장 임명 등이 담긴 당직인선안을 유승민 최고위원과 원희룡 최고위원 등 반대파들의 퇴장 끝에 의결했다.

그러나 유 최고위원은 당사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굳이 마음이 편한 분을 기용하려면 사무 1부총장에 임명하고 대신 사무총장은 계파색 옅은 3선 의원을 임명하는 것이 공정 공천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고 했지만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면서 "표결로 임명된 사무총장과 부총장을 정치적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강력 반발했다.

원 최고위원도 "홍준표식 사당화의 첫단추가 끼워졌다"며 "전례 없는 의사결정을 하고 이를 강행한 데 대해 전례 없는 사태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강력 대응 방침을 분명히 했다.

앞서 원 의원은 전날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내년 총선을 총괄지휘하는 사무총장은 3선 의원 중 계파색이 엷은 의원을 선택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홍 대표는 끝내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았고, 결국 이날 자신의 뜻대로 사무총장에‘홍준표 계’를 임명하는 거사(?)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상식적으로 참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홍 대표는 약 1년 전, 그러니까 안상수 대표 체제가 출범할 당시 안 전 대표가 캠프 출신 인사를 당직에 임명하려고 할 때 “당직을 빌미로 해서 캠프로 끌어들인 것 아니냐”며 “당직 매수행위”라고 강력하게 반발했던 당사자다.

그런데 자신이 대표가 되고 나서는 태도가 180도 돌변하고 말았다.

아무리 별명이 ‘럭비공’이라고 하지만, 이건 정말 해도 해도 너무했다는 생각이다.

대체, 홍 대표는 왜 이 같은 무리수를 두는 것일까?

정확한 의중은 잘 모르겠다.

다만 어떤 의도가 담겨 있는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어쩌면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자신의 역할을 극대화하려는 시도일지도 모른다.

사무총장이라는 자리는 내년 총선 공천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된다.

따라서 총선에서 홍대표의 입김이 막강해 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박근혜 대세론’이 팽배한 상태에서 그가 대선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은 별로 없다.

그런데 당내에서 ‘박근혜 대항마’가 나타나면 어찌 될까?

홍 대표의 위상은 급격하게 높아질 것이다.

문제는 과연 한나라당 내에서 박 전 대표에게 맞설 대항마가 나타나겠느냐 하는 점이다.

물론 현재로서는 그 누구도 박 전 대표에게는 상대가 안 된다.

그러나 지금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 있다.

바로 서울에서 진행되고 있는 무상급식 관련, 주민투표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내달 말 주민투표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남중빌딩 서울시당 사무실에서 열린 시당 운영위원회의에 참석 “(무상급식 주민 투표에서) 승리하면 총선·대선 국면에서 훨씬 유리한 지형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것”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투표율 34% 달성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 같다”면서 “그렇게 되면 6.3 대 3.5나 5.5 대 4.5로 이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물론 오 시장의 말처럼, 무상급식 주민투표에서 승리할 경우 한나라당은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유리한 지형을 만들게 될지도 모른다. 특히 주민투표를 이끌어낸 오 시장은 단숨에 박근혜 대항마로 떠오를 것이고, 박 전 대표를 위협하는 존재로 부각될 것이다.

이럴 경우 홍 대표는 대통령 후보 경선의 열쇄를 쥐는 셈이 된다. 그만큼 그의 영향력도 확대될 것이다.

어쩌면 홍 대표는 이런 상황을 기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실제 홍 대표는 최근 오세훈 서울시장이 주도하고 있는 전면 무상급식 저지 주민투표를 중앙당 차원에서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오 시장의 방향을 지지한다”면서 “중앙당 차원의 지원이 법적으로 가능한지 여부를 검토한 후 가능하다면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오 시장측은 즉각 환영 입장을 표했다.

오 시장과 홍대표가 손을 잡은 것이다.

하지만 무상급식 주민투표율이 저조하거나 찬성표가 많이 나올 경우, 한나라당은 치명타를 입게 될 것이다. 내년 총선에서 악재로 작용할 뿐만 아니라, 대선도 장담할 수 없게 된다.

결국 홍 대표의 무리수가 한나라당을 망치는 자충수가 될지도 모른다.

아무래도 내년 총선에서 한나라당 후보들은 7.4 전당대회에서 홍 대표를 찍은 대가를 혹독하게 치러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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