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편집국장 고하승
이명박 대통령의 '아바타'로 불리는 이동관 대통령언론특보가 박근혜 대세론을 독약에 비유했다.
한마디로 박 전 대표를 향해 독설(毒舌)을 퍼부은 셈이다.
실제 이 특보는 18일 발간된 월간조선과의 인터뷰에서 "내년 대통령선거는 전문가도 동의하듯 박빙 선거가 될 것이므로 특단의 경쟁력 강화가 필요하다"며 "박근혜 대세론은 독약"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박 전 대표가 압도적이고 소중한 자산이라는 건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면서도 “과연 두 차례 대통령선거에서 실패한 이회창 전 후보보다 강력한 후보인지에 대해 답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즉 자유선진당 이회창 전 대표가 1997년과 2002년 대선 정국에서 지지율 40%를 유지하며 '이회창 대세론'을 설파했지만, 결국 낙선하고 말았듯이 박 전 대표의 대세론도 그와 별반 다를 바 없다는 지적인 셈이다.
그는 또 “지형과 구도를 바꿀 수 없으면 본인 주변을 바꿔야 한다”며 “(김대중 대통령이) ‘뉴 디제이 플랜’을 한 것처럼 ‘뉴 박근혜 플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정권 재창출을 이뤄내려면 이 대통령이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이동관 특보의 이 같은 관측은 제대로 본 것인가.
물론 대선이 1년 반이나 남은 시점에서 아직은 특정 주자의 대세론을 논하기는 이른 감이 없지 않다.
특히 ‘독보적 1위’를 달리고 있는 지금의 지지도와 달리 박근혜가 맞닥뜨릴 2012년의 선거지형은 결코 녹록치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이회창 대세론’과 ‘박근혜 대세론’의 차이를 구별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이 특보의 전망은 신뢰할 수 없다.
일단 이회창 대세론은 한나라당 조직에 의해 형성된 것인 반면, 박근혜 대세론은 국민 여론에 의해 자연스럽게 조성됐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실제 이회창 대세론은 국민적 열망과는 거리가 먼 것이었다.
단지 당내에서 다른 경쟁자들보다 환경적인 면에서 우위를 선점하고 있었고, 그렇게 해서 얻은 대세론에 불과했다.
그러다보니 2001년에 야당인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와 여당에서 가장 지지율이 높은 이인제후보를 1 대 1로 가상대결 붙이면 격차가 5~6%밖에 나지 않았다. 어떤 경우도 이회창 후보가 10% 이상을 이기지 못했다. 즉 두 후보가 오차범위 안팎에서 치열하게 접전을 벌였다는 말이다.
그러나 박근혜 대세론은 국민 열망에 의해 자연스럽게 형성된 대세론이다.
이회창 후보가 당내에서 환경적 우위를 점했던 반면, 박 전 대표는 비주류로서 그동안 당내에서 힘 한번 제대로 써보지 못했다. 즉 한나라당 조직에 의해 형성된 이회창 대세론과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는 말이다.
여론조사 결과가 이를 입증해주고 있다. 실제 야당 선두주자인 손학규 대표와 1 대 1 가상대결에서 박 전 대표가 무려 20~ 30% 이상 앞서고 있다.
특히 과거에는 어떤 한나라당 후보도 호남 지지율이 10%를 넘었던 적이 없었는데 박근혜 전 대표는 20%대를 훌쩍 넘어섰고, 호남 출신 야당주자들보다도 앞서고 있지 않는가.
따라서 이회창 대세론과 박근혜 대세론을 동일시한 이 특보의 시각은 대단히 잘못된 것이다.
특히 “(김대중 대통령이) ‘뉴 디제이 플랜’을 한 것처럼 ‘뉴 박근혜 플랜’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것은 매우 잘못된 판단이 아닐 수 없다.
이 특보의 이 같은 지적은 DJ가 김종필 세력과 연합해 정권을 창출했듯이 박 전대표가 MB와 연합해야 정권 재창출이 가능하다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그가 “정권 재창출을 이뤄내려면 이 대통령이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고 못 박은 것을 보면 그 발언의도가 더욱 명확해 진다.
과연 그럴까?
아니다.
최근 박 전 대표가 집권하는 것을 두고 국민들은 ‘정권 교체’로 생각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듯이 국민들은 박 전 대표와 MB를 동일시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박 전 대표는 ‘MB 후계자’라는 낙인이 찍히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는 상황이다.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간단히 파악할 수 있는 이런 사실을 이 특보가 몰랐다면, 그는 매우 무능한 사람이고, 만일 알고도 이 같은 독설을 내뱉은 것이라면, 분명 저의가 있을 것인데 그게 무엇인지 무척 궁금하다.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