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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모든 선거에는 확실성과 불확실성이 동시에 존재하는데,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경우 한나라당 후보로는 확실하지만 '한나라당 후보가 2012년 대선에서 정권을 재창출할 수 있느냐' 하는 데에는 의문이 있다.”
이는 동서리서치 김미현 소장이 21일 PBC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에 출연해 각종 여론조사 결과들을 토대로 한 발언이다.
즉 박 전 대표가 당내 대통령 후보경선에서는 보나마나 승리하겠지만, 과연 본선에서 한나라당 후보가 야권 단일후보와의 싸움에서 승리할지는 알 수 없다는 뜻이다.
또 문재인 노무현 재단 이사장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박근혜 대세론’에 대해 “거품이라고 보진 않으며 굉장히 막강하다”고 실토하면서도 “내년 총선에서 범야권이 승리하고, 대선에서 통합 또는 그에 맞먹는 연합이 이뤄진다면 박근혜 대세론을 얼마든지 넘어설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김 소장이 박근혜 전 대표의 불확실성을 언급한 것이나, 문 이사장이 자신감을 보인 데에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들이 그렇게 말하고 있다.
먼저 <뉴시스>가 여론조사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7일 전국 19세 이상 남녀 1089명을 대상으로 ARS전화설문 RDD (무작위 임의걸기)방식으로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96%포인트)결과를 한번 보자.
내년 총선에서 한나라당의 고전을 예고하고 있다.
실제 '내년 4월에 치러질 총선에서 여당후보와 야당 후보 중 누구를 지지하겠냐'고 물은 결과 ‘야당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응답(44.2%)이 ‘여당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응답(35.9%)보다 무려 8.3%p나 높게 나타났다.
'여당후보 지지' 응답은 TK권(49.0%)과 PK권(42.7%) 등 영남 지역에서만 높았고, 다른 모든 지역에서는 '야당후보 지지' 응답이 높게 나타났다.
총선만 그런 게 아니다.
대선에서도 한나라당 후보가 이기기 어려울 것이라는 여론조사 결과가 있었다.
조선일보와 미디어리서치가 지난 6월 실시한 2차 정치지표 조사에서 국민들은 '정권 교체'에 대한 희망이 '정권 재창출'보다 높았다.
실제 ‘내년 대선에서 한나라당 정권이 재창출되어야 한다고 보는가 아니면 민주당 등 야권으로 정권이 교체되어야 한다고 보는가’란 질문에 48.8%가 '정권 교체'를, 38.0%가 '정권 재창출'을 원한다고 답했다.
이는 내년 대선에서 범(汎)야권 단일후보가 나와서 한나라당 후보와 맞대결을 벌일 경우 야권 후보가 우세하다는 뜻이다.
사실 이 같은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지금 유권자들은 이명박 정부의 국정운영 방식에 실망을 넘어 분노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분노가 한나라당에 대한 지지철회로 나타나고 있고, 결국 한나라당 후보는 여러 측면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김 소장이나 문 이사장은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여당 소속인 박 전 대표를 심판의 대상이 아니라 오히려 현 정권의 대안으로 보는 유권자들이 의외로 많다는 점이다.
실제 미디어리서치가 지난 달 8~9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만약 박 전 대표가 대통령으로 당선될 경우 정권이 재창출된 것으로 생각하는가 정권이 교체된 것으로 생각하는가'란 질문에 '정권 교체'(50.1%)라는 응답이 '정권 재창출'(34.6%)'보다 훨씬 높게 나타났다. 모름·무응답'은 15.3%였다.
즉 야권 단일후보를 지지하겠다는 응답자들 가운데 상당수가 박근혜 전 대표를 여당 후보로 인식하고 있지 않다는 뜻이다. 이는 역설적으로 박 전 대표 지지자들 상당수가 한나라당에 반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이게 야권이 극복해야 할 딜레마다.
그동안 각종 재보궐선거나 지방선거에서는 ‘반 MB 연대’ 구호가 유권자들에게 통했고, 그 결과 야권이 압승을 거둘 수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내년총선에서도 한나라당 후보들이 고전하는 것은 불가피한 일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대통령 선거는 다르다. 이 대통령이 물러나는 상황에서 ‘반 MB 연대’ 구호가 유권자들에게 설득력을 가질 수 없다. 더구나 유권자들은 박 전 대표와 MB를 한 통속으로 여기지 않고 서로 분리해 생각하고 있는 마당이다.
따라서 단순히 ‘야권 연대론’만으로 ‘박근혜 대세론’을 뛰어넘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야권이 진정 대선 승리를 바란다면, 박 전대표가 ‘복지 담론’을 제기한 것처럼 유권자들이 가슴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정책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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