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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서울시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는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매우 충격적이었을 것 같다.
25일 <조선일보>에 따르면, 조선일보가 여론조사기관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23일 서울시 유권자 5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대선후보 지지도 조사에서 박근혜 전 대표가 부동의 1위를 차지했고, 이어 오세훈 시장이 2위에 올랐다.
그런데 1위와 2위의 격차가 무려 20% 가까이나 됐다.
실제 박 전 대표가 24.7%인 반면, 오세훈 서울시장은 4.6%에 그쳤다.
오 시장의 이 같은 지지율은 손학규 민주당 대표 4.5%,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4.0%,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 3.8%와 비교할 때, ‘도토리 키 재기’나 다를 바 없을 정도로 그 차이가 극히 미미했다.
그나마 김문수 경기지사 2.1%보다 조금 앞선다는 사실에 위안을 삼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것도 이번 조사의 최대허용 표본오차가 95% 신뢰수준에서 ±4.4%포인트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게 그거다.
특히 부동층이 49.5%에 달하는 점을 감안해 응답층만을 대상으로 환산하여 지지율을 계산하면 박근혜 전 대표는 48.9%인 반면, 오세훈 시장은 9.1%에 그치는 것이다.
사실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박근혜 대세론’이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지역, 그 가운데서도 특히 서울에서는 그다지 위협적이지 못한 상황이다.
실제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은 영남권과 충청권, 강원권 등에서 다른 주자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게 나오지만, 호남권과 수도권에서는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난다.
전문가들은 그 이유 가운데 하나로 수도권 지역 단체장 가운데 오세훈 시장과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대권주자로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목해 왔다.
즉 서울시민들은 자신이 6.2 지방선거에서 선택한 오 시장을 지원하고, 경기도민들은 김문수 지사를 지원하고 있기 때문에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이 수도권에서 상대적으로 낮게 나온다고 보았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번 여론조사 결과를 보니 그게 아니다.
서울시민들은 자신들이 시장으로 선택한 오 시장에 대해 ‘대통령 적임자가 아니다’라는 판단을 내린 셈이다.
실제 서울시민 100명 가운데 오 시장을 대통령 후보로 지지한 사람은 5명도 안됐다.
이 같은 지지율은 오히려 전 국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지지율보다도 훨씬 낮은 것이다.
2012년 여야 대선 주자 가운데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부동의 1위를 차지한 가운데 야권의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지지율이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겨레신문>과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지난 23일 전국 19살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화여론조사를 보자.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의 지지율이 39.7%로 여야 대선 후보군 가운데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고, 오세훈 서울시장은 7.1%의 지지를 얻었다.
이번 조사는 95% 신뢰수준에 오차 한계는 ±3.5%포인트다.
즉 전 국민 100명 가운데 7명 이상이 오세훈 시장을 차기 대통령 후보로 지지한 것이다.
참으로 이상한 일 아닌가?
전 국민들보다도 오히려 서울시민들에게 더 지지를 얻지 못하는 오세훈 서울시장.
대체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일까?
거기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그 가운데서도 가장 결정적인 요인은 바로 ‘무상급식 주민투표의 무리한 강행’ 때문이라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실제 오 시장은 서명부의 37%가 가짜로 판명되었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주민투표를 밀어붙이고 있다.
심지어 그는 지난 21일 “서울시의회와 민주당과의 전쟁이 시작된다”는 ‘섬뜩’한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오죽하면 이인영 민주당 최고위원이 "대권욕심에 눈이 멀어 야당을 상대로 '전쟁'이라는 섬뜩한 표현까지 동원한 것"이라며 "오 시장은 완전히 마성에 취했다"고 비난했겠는가.
오 시장은 서울시민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번 여론조사의 결과를 보고, 과연 어린이들에게 밥을 주지 않기 위한 투표에 시민혈세 182억원을 탕진하는 것이 올바른 방법인지에 대해 다시 생각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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