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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서울시가 26일 무상급식 주민투표 요지를 공표했다.
단계적으로 무상급식을 실시하는 안과 전면적으로 무상급식을 실시하는 안 중 어느 방안이 바람직하고 합리적인지 서울시민의 의견을 주민투표로 물어 결정하고자 한다는 것.
이에 대해 이날 전여옥 의원을 꺾고 새롭게 한나라당 서울시당 위원장으로 선출된 이종구 의원은 "지금 벌어지는 무상복지 포퓰리즘 광풍은 대한민국을 사회주의로 몰고 가고자 하는 책략"이라며 "이번 주민투표는 내년 총선ㆍ대선까지 이어지는 대장정의 시작으로, 반드시 주민투표를 성공시키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당 정기대회에 참석한 중앙당 지도부 역시 이구동성으로 주민투표 지원을 약속했다.
마치 새 서울시당 위원장을 선출하기 위한 정기대회가 아니라, 오세훈 서울시장의 주민투표 지원을 위한 대회가 아닌지 착각이 들 정도였다.
실제 황우여 원내대표는 "오세훈 서울시장을 중심으로 야당의 무책임한 포퓰리즘과 전쟁 중"이라며 "중앙당도 새 서울시당 위원장과 함께 법 테두리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나경원 최고위원은 "내년 총선과 대선 승리에 있어 서울시당이 중심이 돼야 하고, 그 첫걸음은 다음 달 주민투표"라고 강조했다.
원희룡 최고위원도 "한나라당이 투표 독려운동을 해 오세훈 시장에게 힘을 실어주자"고 주문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말하면, 무상급식 주민투표는 저조한 투표율로 인해 개봉조차 하지 못하고 폐기처분 되고 말 것이라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주민투표가 유효하려면 만 19세 이상 주민투표권자 총수의 3분의 1 이상이 투표에 참가해야 한다.
역대 재보궐 선거의 투표율은 20~30%로 매우 저조한 편이다.
휴일이 아니기 때문에 직장인들이 투표에 참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무상급식 투표일 역시 휴일이 아니다.
따라서 투표율이 마지노선인 33.4%를 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물론 지난 4.27 재보궐선거는 투표율이 39.4%로 매우 높았다.
당시 투표율은 역대 재보선과 비교해 보아도 세 번째로 높은 투표율을 기록한 것이다.
그만큼 유권자들의 관심도가 높았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번 주민투표는 상황이 다르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등 여야 각 정당이 치열하게 공방을 펼치지만 유권자들의 관심은 그다지 높지 않다.
왜냐하면, 이번 주민투표는 무상급식 찬반투표가 아니라 단지 두 가지 정책 가운데 어느 하나를 선택하는 ‘선택 투표’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실제 서울시는 ‘소득하위 50%의 학생을 대상으로 2014년까지 단계적으로 무상급식을 실시하는 안’과 ‘소득 구분 없이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초등학교(2011년), 중학교(2012년)에서 전면적으로 무상급식을 실시하는 안’ 중 어느 방안이 바람직하고 합리적인지 서울시민의 의견을 주민투표로 물어 결정하기로 했다.
다시 말하면, 서울시나 민주당 모두 무상급식을 한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고 단지 ‘단계적이냐, 전면적이냐’ 하는 차이만 있을 뿐이라는 말이다.
굳이 그런 투표에 180억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을 들여가면서까지 강행하려는 오세훈 서울시장을 필자가 이해할 수 없듯이 서울시민들 역시 그다지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따라서 직장인들이 아까운 시간을 쪼개가면서 일부러 투표에 참여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특히 주민투표가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권 노림수’라는 의혹을 받고 있는 상황인데다가 여권의 다른 대권주자들, 즉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나 김문수 경기도지사 등은 주민투표를 탐탁지 않게 생각하고 있는 마당이다.
실제 박 전 대표는 이에 대해 "무상급식은 지자체 사정에 따라 실시하면 된다"고 선을 그었고, 김 지사는 "복지 포퓰리즘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오 시장의 뜻에는 공감하지만 경기도 하남시의 경우를 보면 주민투표는 자칫 갈등을 낳을 수 있다"며 주민투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하남시는 2007년 12일 김황식 당시 시장이 추진한 광역 화장장 유치 문제로 시장 소환 주민투표를 실시했지만, 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무산된 바 있다.
마찬가지로 무상급식 주민투표 역시 정족수 부족으로 무산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과연 그런 투표를 왜, 막대한 혈세를 써가면서 굳이 해야 하는지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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