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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홍준표 대표가 지명직 최고위원 선정 과정에서 호남권을 배제하려 했다는 황당한 소식이 들린다.
한마디로 호남을 포기하려 했다는 말이다.
그렇지 않아도 이명박 정부 들어 '호남 소외'에 따른 민심이반이 심각한 상황인데 여당 대표마저 호남을 ‘왕따’ 시키려 한다는 소식은 호남민심을 자극시키고 있다.
실제 홍 대표는 전날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그동안 충청과 호남에 각각 한 석씩 배려해 왔던 관례를 깨고, 두 명 모두를 충청권 인사로 인선하려다가 최고위원들의 반발에 부딪혀 무산됐다.
더구나 호남권에는 최고위원 대신 대책위원장을 선임해 최고위원회의에 참석시키려 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호남 푸대접'이라는 불만들이 호남에서 일시에 터져 나오고 있다.
사실 한나라당은 광주시당·전남도당 위원장 자리가 공석이 된지 1년이 지나도록 사고지구당으로 방치하는 등 호남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그동안 비례대표 국회의원직 배정에도 호남지역은 늘 소외돼 왔다.
오죽하면 호남 출신 한나라당 이정현 의원이 “나도 호남 사람들을 위해 최선에 최선을 다하고 그 분들이 그것으로 인해 기뻐하는 것을 보고 한번쯤 실컷 울고 싶다”고 자신의 심정을 토로했겠는가.
실제 이 의원은 지난 달 “한나라당은 집권당이고 전국 정당을 지향한다. 따라서 어느 한 지역도 소홀하게 대해서는 안 된다. 특히 호남에 대해서는 더 특별하게 접근해야 한다. 국민화합과 사회 통합을 위해서 그렇게 해야 옳다”며 “한나라당은 이제 호남 포기 전략을 포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호남이 변하고 있다. 변할 수밖에 없다. 일당 독주 거부 분위기”라고 호남의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 호남지역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차기 대권주자 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의 지지율이 민주당 손학규 대표보다 높게 나타났다.
여론조사기관인 동서리서치의 7월 정기조사 결과, 박근혜 전 대표의 호남지역 지지율은 23.3%에 달했다. 물론 전국 평균지지율인 35.8%보다는 낮지만 손 대표의 14%에 비하면 상당히 높은 편이다.
박 전 대표의 이 같은 호남 지지율은 서울 지지율(26.8%)과 비교해도 별반 차이가 없다.
이 조사의 표본오차가 95% 신뢰수준에서 ±3.4%인 점을 감안하면, 서울이나 호남이나 그게 그거다. 그만큼 호남 민심이 달라지고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홍준표 대표가 이 같은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고 만 것이다.
가뜩이나 이명박 대통령의 인사와 정책에서 호남이 푸대접을 받은 것도 불만인데, 여당 대표마저 지명직 최고위원에서 호남 출신을 홀대하려하고 있다니, 호남 민심이 분노하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호남에서 10%대 미만의 득표율을 기록하느니, 차라리 충청권을 비롯한 비호남권에 집중해 전국적인 득표율을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라면 말리고 싶다.
선거 과정에서 지역감정을 유발할 가능성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특히 한나라당 호남포기론은 지역감정을 깨트리기 위해 한나라당 텃밭인 영남으로 나아가는 민주당 인사들이 점차 늘어가고 있다는 사실과 너무나 비교되는 대목 아닌가.
실제 내년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 중진들의 영남권 출마 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전북 출신의 장영달 전 의원이 경남 지역구 출마를 선언해 눈길을 끌고 있는가하면, 이에 앞서 민주당 김영춘 최고위원이 부산 진구갑 출마를 일찌감치 공식화하자 뒤이어 김정길 전 행정자치부 장관도 부산 영도에서 한나라당 김형오 의원과의 맞대결을 공언한 상황이다.
민주당 인사들이 영남으로 몰려가는 것처럼, 한나라당 인사들도 호남으로 진출해야 한다.
그것이 깊게 패인 지역감정을 치유하는데 상당한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정작 여당 대표라는 사람이 호남을 포기하려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으니, 얼마나 한심한가.
혹시 호남 출신 이정현 의원, 즉 친박계 의원을 최고위원으로 지명하지 않기 위한 술수가 아닌지 모르겠다.
만일 그렇다면, 홍 대표는 자신이 원하는 지명직 최고위원을 임명하기 위해 ‘호남표를 깎아 먹는’ 해당행위를 한 것이나 다를 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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