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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오세훈 서울시장이 4일 시민들 앞에 고개 숙인 모습을 보였다.
오 시장은 이날 오전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7.27 수해와 관련, "시민 여러분들에게 닥칠 고통과 불편, 불안을 예측하고 대비하지 못한 점 깊이 사과드린다"며 90도 각도로 허리와 고개를 숙여 `사과의 절'을 했다.
오 시장은 먼저 "폭우로 많은 사상자들과 막대한 재산 피해가 발생하면서 비통한 마음과 함께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셨을 줄로 안다"며 "운명을 달리하신 분들과 그 가족 여러분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시민의 원망과 질타의 목소리도 모두 겸허히 수용하겠다"며 "인재냐 천재냐의 원인을 묻고 책임 소재를 가리기 이전에 1000만 서울시민의 안전을 담보해야 할 시장으로서 시민의 아픔과 상처에 대해 진심으로 송구하다"고 거듭 고개 숙였다.
그러면서 그는 "시간당 100mm 집중호우에도 견딜 수 있는 수준으로 도시수해 안전망을 근본적으로 바꿔나가겠다"고 밝혔다.
서울시 하수관거 용량을 시간당 100mm의 집중호우에도 견딜 수 있도록 용량을 늘리고, 저지대에 위치한 주택재개발 구역의 대지를 높이는 등 상습 침수지역에 10년간 5조원을 집중 투자해 반복적인 침수피해를 차단하겠다는 것.
사실 이번 피해는 서울시민들에게 너무나도 충격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오시장이 이처럼 서울시민들 앞에 몸을 낮추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 할 것이다.
하지만 그 모습에 과연 진정성이 담겨 있는지는 의문이다.
서울시의회 민주당협의회가 오죽하면 “오세훈 시장이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올인하는 것만큼의 절반만이라도 수해 방지 대책에 힘을 쏟았다면 애꿎은 희생자가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오세훈 시장이 몸소 훼리호를 타고 제주도까지 오가며 서해뱃길 사업을 홍보하는 것만큼의 절반만이라도 수해 방지 대책에 힘을 쏟았다면 맥없이 도시기능이 마비되는 사태는 없었을 것”이라고 한탄했겠는가.
사실 민주당 지적처럼 하수관거에 대한 용량 확대는 전혀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작년 추석 침수 때도 이미 나왔던 이야기이다.
당시 서울시는 침수를 당한 지역의 하수관거(81㎞)에 대해 2,281억을 들여 특별 정비하겠다고 밝혔었다. 그러나 정작 이 사업을 위한 올해 예산은 285억원(12.5%)에 불과했다.
따라서 하수관거 길이도 81㎞중 6%인 5㎞에 그쳤다.
그래서 이번과 같은 피해가 발생한 것인데, 이번에도 오 시장은 어김없이 하수관거 용량을 대폭 늘이겠다는 약속을 되풀이 하고 있다.
그렇다면, 정말 이번 약속은 믿어도 되는 것일까?
서울시는 이날 상습침수지역과 산사태 위험지역을 중심으로 매년 5000억씩 10년간 5조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대책은 지난 2007년과 2010년 대책에도 나왔던 것으로 전혀 새삼스러울 게 없다.
더구나 5조원에 대한 재원조달계획이 없다는 점에서 이번 대책 역시 지난해 하수관거 특별정비 약속처럼 ‘공염불’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한마디로 이번 서울시의 대책 역시 믿기 어렵다는 말이다.
그래서 서울시민들은 불안하기 짝이 없다.
만일 오 시장이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올인했던 것처럼, 아니 그 절반만큼이라도 수방대책에 관심을 기울였다면, 이런 사태는 미연에 방지 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크다.
내친 김에 집행부를 견제하는 서울시의회에도 한마디 하자.
시의회가 무상급식 문제에 관심을 가졌던 것처럼 수방대책에 관심을 가져 주었더라면, 서울시의 허술한 수방대책을 사전에 발견하고 개선할 수 있었을 것 아닌가.
물론 무상급식 문제가 매우 중차대한 문제이기는 하지만, 서울시에는 그 못지않게 중요한 문제들이 산적해 있음을 시의회 또한 간과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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