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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12일 기자회견을 통해 차기 대통령 선거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에 대해 각 언론은 오는 8월 24일 있을 친환경무상급식에 대한 주민투표를 위해 배수진을 치고 나선 것이라고 분석했다.
참 웃기는 노릇이다.
우선 오시장의 이번 불출마 선언은 전혀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
그는 지난해 6월 지방선거를 한 달 가량 앞둔 시점에 기자회견을 열고 “재선 시장이 되면 임기 4년을 완주하겠다”며 “대권 도전은 재선 임기를 마치고 2017년에 검토할 문제”라고 밝혔다.
이같은 발언은 2012년 12월 대선 불출마를 의미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서울시장직을 유지한 채 한나라당 대선 후보가 돼서 12월 대선에 나설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 그는 지난해 5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2012년 대선에 출마할 것이란 얘기가 있었다’는 질문에 "일단 다음 대선에 출마할 생각은 없다”고 답변한 바 있다.
따라서 오 시장의 대선 불출마 선언은 지난해에 이미 밝혔던 내용의 반복에 불과한 것이다.
더구나 오 시장은 대선주자로서의 존재감이 극히 미미해 이른바 ‘도토리 주자’로 지목되고 있는 상황이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오 시장의 지지율은 여권의 유력 주자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물론이고,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손학규 민주당 대표,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 김정길 전 의원 등 야권의 유력주자들보다도 낮다. 한마디로 대권주자로서는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말이다.
특히 ‘박근혜 대세론’이 팽배한 시점에서 그가 여권의 대선주자가 될 가능성은 극히 미미한 상황이다.
따라서 그의 대선 불출마는 아무도 그를 대선주자로 봐주지 않는데 혼자 대선불출마를 선언한 것과 다를 바 없는 ‘블랙 코미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정말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오시장의 말처럼 그렇게 중요한 문제라면, 차라리 서울시장직을 거는 것은 어떻겠는가.
같은 한나라당 소속 진성호 의원도 15일 “오세훈 시장은 주민투표에 시장직을 걸라”고 제안한 마당 아닌가.
앞서 오시장의 주민투표를 적극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힌 이종구 한나라당 서울시당 위원장도 전날 “투표율이 20~25% 수준이면 오세훈 시장이 시장직을 유지할 수 있겠느냐”며 "그런 상황에서 서울시장을 계속하는 건 미친 X"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마땅히 시장직을 걸고 주민투표에 임해야 한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사실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주민투표율 25%를 넘기는 일조차 쉽지 않아 보인다.
어쩌면 지난 1007년 서울시 교육감 선거 때처럼 15%를 가까스로 넘기는 수준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오죽하면 시당 위원장이 직접 발 벗고 나서, "주민투표율이 33.3%에 미달하는 당원협의회에 대해서는 지도부에 건의해 페널티를 부여할 수 있다"며 내년 총선 공천 때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다고 으름장을 놓겠는가.
실제 서울시당은 현수막 1400여개를 붙이고 유세차를 동원해 시내 중심가에서 선전전을 벌이는 한편, 투표율 제고를 위한 전화ㆍ문자 홍보활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 시당은 지난 주말을 기해 서울시내 48개 당원협의회별 당원 교육을 강화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당이 아무리 용을 써도 유권자들이 자진해서 투표장을 찾아 나설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왜냐하면, 현재 진행되고 있는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그다지 의미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만일 무상급식 찬성이냐, 반대냐를 묻는 주민투표였다면 유권자들의 관심도는 상당히 높았을 것이고, 투표율 역시 비례해서 높게 나타났을 것이다.
그런데 현재의 주민투표 문구를 보면, 무상급식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오 시장이나 민주당 모두가 찬성하는데 다만 시기와 방법에 있어서 이견이 있는 것에 불과다.
그런 투표라면 유권자들은 굳이 아까운 시간을 쪼개가면서 까지 투표장에 나설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게 당연하다.
따라서 유권자들의 관심도를 높일 필요가 있고, 그것은 ‘서울 시장직’을 주민투표와 연계하도록 배수진을 치는 길 뿐이다.
어쩌면 이는 대화로 풀 수도 있는 일을 무리하게 주민투표까지 끌고 간 오시장의 자업자득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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