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박근혜 대항마’ 되나

안은영 / / 기사승인 : 2011-08-17 15: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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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박근혜 대항마’로 주목받고 있다.

실제 문 이사장의 지지율은 처음으로 두 자릿수를 기록하면서 지난주에 이어 야권 대선후보군에서 선두를 유지하는 등 '문재인 대망론(大望論)'이 언론에 회자되고 있다.

17일 여론조사전문기관인 리얼미터에 따르면 이달 둘째 주 주간 정례조사 결과, 문 이사장의 지지율은 전 주의 9.8%보다 1.9%포인트 상승한 11.7%로 6주 연속 상승세를 기록하면서 2주 연속 야권의 선두주자 자리를 지켰다.

물론 문 이사장의 이 같은 지지율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지지율 32.0%에는 견줄 바가 못 된다. 현재의 지지율로만 본다면, 박근혜 대세론 앞에선 그 역시 ‘도토리 후보’ 가운데 한사람일 뿐이다.

하지만 그의 경쟁자인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9.9%, 국민참여당 유시민 대표가 6.3%에 그친 것에 비하면 놀라운 상승세가 아닐 수 없다.

이미 문 이사장은 제 1야당의 당수인 손 대표와 야권 대선주자 싸움에서 양강구도를 형성할 만큼 위력적인 존재로 부상했다.

더구나 손 대표의 지지율은 답보상태인 반면, 문 이사장의 지지율은 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점에서 두 사람의 지지율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이란 관측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손 대표는 ‘분당 대전’ 승리 직후 상승세를 보였으나, 이후 점차 지지율이 빠지거나 정체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문 이사장의 지지도는 연일 상종가를 치고 있다. 그의 자서전은 나오자마자 베스트셀러가 됐으며, 그의 일거수일투족은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심지어 주식시장에서는 벌써부터 문재인 관련주(테마주)가 호사가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박근혜 대항마로 손 대표가 아니라 문 이사장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그러면 대체 ‘문재인 대망론’의 실체는 무엇일까?

어떤 면에서는 ‘박근혜 대세론’과 매우 흡사하다.

만주당의 어느 의원은 문재인 이사장에 대해 “경상도 출신, 신뢰와 원칙의 이미지 등 여러모로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와 오버랩된다”고 말했다.

실제 문 이사장에 대해 각 언론사 정치부 기자들은 ‘신사다워 보인다’ ‘가볍지 않고 강직해 보인다’ ‘쉽게 말을 바꾸거나 태도를 바꿀 것 같지 않다’ 는 긍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다고 한다.

박 전 대표에 대한 이미지 역시 이와 비슷하다.

특히 ‘문재인 대망론’이나 ‘박근혜 대세론’은 모두 이명박 대통령과 여권의 실세인 친이계에 대한 국민적 반감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없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문재인 대망론은 그가 그동안 현실정치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 탓에 아직 검증 받을 기회가 없었던 반면, 박근혜 대세론은 몇 년간 철저한 검증과정을 거쳤다는 점이다.

따라서 문재인 대망론이 검증 과정에서 대세론으로 확실하게 자리 잡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문 이사장 자신도 이 같은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실제 그는 자신의 지지율 상승 이유에 대해 “아직 현실 정치에 뛰어들지 않아 상처받지 않았기 때문”이며 “정치를 뛰어들었다가 금방 상처받으면 저도 별수 없다는 소리를 들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문 이사장이 주목받는 이유는 민주당은 물론이고,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국민참여당 등 소위 말하는 진보개혁 성향의 야권이 현 정부 실정에 염증을 느끼는 유권자를 충분히 품어줄 만한 그릇이 되지 못하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반대급부일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아직은 ‘문재인 대망론’에 대한 평가를 유보할 수밖에 없다.

다만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 그가 검증과정에서 무너지지 않고 무사히 통과해 우리나라 대권주자들의 자질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켜주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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