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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오세훈 서울시장이 21일 예상했던 대로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시장직을 걸었다.
이는 오 시장의 입장에서 보자면 일종의 ‘승부수’이자 ‘도박’인 셈이다.
문제는 주민투표 결과가 단순히 오시장의 진퇴를 결정하는 선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여야 정치권을 강타하는 핵폭탄이 될 것이란 점이다.
특히 여당에게는 엄청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물론 주민투표율이 개표 기준인 33.3%를 넘기면 오 시장이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
주민투표 참가자들은 대부분 오 시장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 민주당의 ‘무상 시리즈’는 막대한 타격을 입게 될 것이고, 특히 적극적인 반대투표운동이 아니라 소극적인 투표 거부운동을 전개한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책임론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하지만 주민투표 33.3%를 넘기는 일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먼저 전날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서울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무상급식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보자.
주민투표의 경우 투표율이 1/3에 미치지 못하면 개표조차 허용되지 않는다.
그런데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응답이 32.7%로 조사됐다. 개표 조건인 33.3%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물론 가급적 투표하겠다는 응답(39.2%)을 포함하면 ‘투표의사 있음’ 의견이 전체적으로 71.9%이나, 최근 선거에서의 투표율이 ‘반드시 투표’층의 비율보다 오히려 낮았다는 점에서, 개표를 할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물론 오 시장의 시장직 연계선언으로 투표율이 5%가량 올라설 것이고, 그러면 33.3%의 투표율은 무난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하지만 민주당 지지층의 경우 9.9%가 ‘반드시 투표하겠다’고 응답했는데, 이들이 오히려 투표에 나서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번 조사는 8월 16일, 서울 19세 이상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전화로 조사했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 4.4%였다.
주민투표와 같이 공휴일이 아닌 평일 실시되는 역대 재보선을 보아도 투표율은 그리 높지 않은 편이다.
아무튼 투표율이 33.3%에 못 미쳐 개표가 무산되고 오 시장이 9월30일 이전에 물러나면,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10월 26일에 실시된다.
한나라당이 방어전에 성공하면, 내년 총선에서 특히 서울 지역구 의원들에게는 엄청난 힘이 되겠지만, 반대로 실패하면 한나라당은 후폭풍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성공 가능성보다 실패 가능성이 월등히 높다.
왜냐하면 주민투표 패배 후 곧바로 치르는 선거에서 한나라당 후보가 승리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결국 당내에서 홍준표 대표의 인책론이 불거질 것이고, 당은 또 한 번 격랑에 휩싸이고 말 것이다.
하지만 자업자득이다.
애초 주민투표는 한나라당이건 민주당이건 굳이 중앙당이 나설 필요가 없는 서울시 지방자치단체의 문제였다.
그런데 한나라당 지도부가 중앙당 차원에서 주민투표 지원에 나섰고, 이에 질세라 민주당도 중앙당 차원에서 투표거부 운동을 벌이는 등 양당이 당의 사활을 거는 문제로 확대되고 만 것이다.
따라서 오세훈 서울시장은 시장직과 함께 한나라당 지도부, 특히 홍준표 대표는 물론 중앙당 차원의 지원을 강력 주장한 나경원 최고위원의 직도 동시에 걸어야 한다는 판단이다.
오세훈 시장이 왜 대선 불출마 선언 이후 시장직을 걸었나.
대선주자 지지율 한 자릿수에 불과한 오시장의 대선불출마 선언은 사실상 의미가 없는 반면 주민투표 결과에 따른 시장직 연계여부는 매우 인화성 높은 사안이기 때문이다.
오 시장이 고육책으로 시장직을 걸었다. 그로 인해 적어도 투표율이 5%가량은 높아질 것이다.
그럼에도 투표율을 33.3%를 넘기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홍 대표와 나 최고위원도 대표직과 최고위원직을 걸어라. 그러면 최소한 1% 정도는 투표율을 높일 수 있지 않겠는가.
서울시 지역적인 문제에 중앙당을 끌어들인 책임을 지기위해서라도 두 사람은 마땅히 자신들의 직을 걸어야 한다는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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