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체제 개편, 왜 이제야...

안은영 / / 기사승인 : 2011-08-24 11: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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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이명박 정부가 뒤늦게 행정체제 개편에 속도를 내고 있는 모양이다.

행정체제 개편에 대한 이 대통령의 의지는 그동안 여러 경로를 통해 드러난 바 있다.

실제 이 대통령은 지난 16일 오후 청와대에서 지방행정체제개편추진위원회 강현욱 위원장과 민간위원 24명에게 위촉장을 수여한 자리에서 “행정체제 개편은 중요한 시대적 과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날 "행정개혁이 제대로 되면 국가경쟁력도 올라가지만 국민에 대한 행정서비스도 크게 개선될 것"이라며 "국가 백년대계를 위해 좋은 성과를 내달라"고 당부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2009년 8·15경축사에서도 행정구역 개편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당시 국회 행정자치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도 대부분 행정체제 개편에 공감을 표시하고 있었다.

따라서 정부가 의욕을 가지고 추진했더라면 행정체제 개편은 이명박 정부 임기 내에도 충분히 이뤄질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말과는 달리 행정체제 개편에 대해서는 그다지 열의를 보이지 않았었다.

실제 당시 행정안전부가 시·군·구 자율통합을 이루는 지자체에 대해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며 ‘당근’을 제시 했고, 이에 일부 지자체들이 앞 다퉈 시·군·구 통합논의에 들어갔다.

그리하여 성남-하남-광주시를 비롯, 수원-오산-화성과 안산-시흥, 남양주-구리, 의정부-양주-동두천, 마산-창원-진해 등이 행정안전부에 통합을 전제로 한 건의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약속했던 ‘당근’은 없었다. 행안부가 시-도(市-道)에서 사전 승인을 받아 오던 권한, 즉 21층 이상 건축허가 승인, 20만㎡ 미만 택지지구 지정, 도시재정비 촉진지구 지정 등을 통합 지자체가 할 수 있도록 한다고 했지만 거짓이었다.

국회 해당상임위에서는 법안조차 마련되지 않았었다.

결국 후끈 달아올랐던 시.군.구 자율통합논의는 자치단체와 주민 간 분열만 일으킨 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말았다.

그런데 대통령소속 지방행정체제 개편추진위원회가 2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야 뒤늦게 행정체제 개편을 한다고 호들갑을 떨고 있는 것이다.

실제 행안부는 지난 23일 “대통령 직속 지방행정체제개편추진위원회가 최대 80개 시군구가 통합 대상이 될 수 있는 지자체 통합 기준안을 마련해 검토중”이라며 “여러 의견을 수렴해 오는 11월까지 최종안을 도출하도록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참 어이가 없다.

물론 행정체제 개편은 필요한 일이다. 이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별다른 이견이 없다.

기존의 지방행정체제가 과거의 사회현상에 기초하여 설계되었다면, 향후의 지방행정체제는 미래의 사회변화를 충분히 담아낼 수 있는 구조로 만들어질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는 11월, 즉 행정체제 개편 최종안이 도출되는 시기는 이 대통령의 임기를 불과 1년 남짓 남겨둔 시점이라는 게 문제다.

그렇지 않아도 이미 조기레임덕 현상이 나타나는 마당에 뒤늦게 대통령이 행정체제 개편을 서두른다면, 누가 그 진정성을 믿어 주겠는가.

특히 지방행정체제는 단숨에 변경할 수 있는 단순한 제도가 아니다.

지방행정체제 개편이 효율적이라고 해서 불도저로 밀듯이 일방으로 밀어붙일 수도 없다.

국민 전체의 합의와 동의가 반드시 전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어려운 사업을 불과 임기 1년여를 남겨 놓은 이 대통령이 추진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정말 의지가 있었다면, 임기 초에 국민이 반대하는 4대강 사업과 세종시 수정안을 밀어 붙일 게 아니라 여야 국회의원들이 대체로 공감하는 행정체제 개편을 강력하게 추진했어야 했다.

그 때는 말만 꺼내 놓고 아무런 행동도 보이지 않다가 이제 와서 뒤늦게 사실상 ‘식물 대통령’이나 다를 바 없는 이 대통령이 행정체제 개편에 속도를 내는 것을 순수하게 받아들일 국민이 과연 얼마나 되겠는가.

필자는 행정체제 개편이 조기레임덕을 막고, 자신의 정치적 힘을 극대화하기 위한 ‘꼼수’일지도 모른다는 의구심을 지우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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