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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민주당 천정배 최고위원이 28일 ‘국회의원직 사퇴’라는 배수진을 치면서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앞서 추미애 의원도 전날 저녁 전북 무주의 무주리조트 컨벤션홀에서 열린 '전국 호남향후회 의장단 워크숍'에참석, "그동안 응축한 에너지를 한 점 남김없이 쏟아붓겠다"며 사실상 서울시장 출마를 공식화했다.
이에 따라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벌써부터 ‘후끈’ 달아오를 조짐을 보이고 있다.
현재 각 언론에서 거론되고 있는 출마 예상자만 해도 16명에 달한다.
물론 한나라당은 아직 공식으로 출사표를 던진 인사가 없다.
홍준표 대표가 '투표율 25.7%는 사실상 승리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지만, 누가 뭐래도 이번 주민투표는 한나라당이 패배한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여권에서는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을 비롯, 나경원-원희룡 최고위원과 정두언 전 최고위원 및 서울시 부시장 출신의 권영진 의원 등이 자천타천으로 거론되고 있다.
따라서 공천 경쟁이 치열할 전망이다.
특히 주민투표에서 승기를 잡았다고 확신하는 민주당의 공천 경쟁은 더욱 치열하다.
공식 출마를 선언한 천정배 최고위원과 추미애 의원 외에도 주민투표를 승리로 이끈 이상수 전 의원, 한명숙 전 총리, 이인영 최고위원, 송파 구청장 출신의 김성순 서울시당위원장, 전병헌-원혜영-박영선 의원, 정무부시장 출신의 신계륜 전 의원, 이계안-김한길 전 의원 등 무려 11명이 시장 후보감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밖에 당외 인사로 한나라당에서는 박세일 교수가, 민주당에서는 박원순 변호사의 이름이 각각 오르내리고 있다.
이들 가운데 누가 서울시장으로 적합한지 여부는 아직 잘 모르겠다.
다만 이번에 선출되는 새 시장은 결코 ‘제 2의 오세훈’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이번에 주민투표를 제안함으로써 서울시민들을 극단적인 갈등으로 몰아넣고 말았다.
특히 이념과는 아무 관련이 없는 ‘어린 아이 급식’ 문제를 의도적으로 ‘보수’와 ‘진보’로 편을 가르고, 이념대결을 부추긴 책임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따라서 다음에 선출되는 새로운 시장은 이로 인해 불거진 시민갈등을 봉합하고, 상처받은 시민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런데 걱정이다.
홍준표 대표는 전날 대구에서 열린 한국지역 민방협의회 토론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을 만나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보수의 상징'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세워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이번 투표율 25.7% 가운데 90%는 한나라당 지지층으로 봐야 한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아마도 ‘보수’가 서울시민들의 지지를 받고 있으니, ‘보수 상징’을 후보로 내세우면 이길 수 있다는 게 홍 대표의 생각인 것 같다.
참, 몰라도 너무 모른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이번 주민투표는 오세훈 시장에게 ‘레드카드’를 준 것일 뿐, ‘보수’니 ‘진보’니 하는 이념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
사실 복지를 확대하는 것은 시대적 흐름일 뿐이다. 주민투표율이 저조한 것은 이 같은 흐름을 역행한 오세훈 전 시장의 오만에 대한 서울시민들의 반감 때문이지 민주당을 지지한 때문은 아니라는 말이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차기 대권주자 가운데 복지 문제에 가장 깊은 관심을 표명한 사람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아닌가.
따라서 민주당은 서울시민들에게 보다 겸손할 필요가 있다.
만일 이번 승리를 ‘민주당의 승리’로 착각하고, 이념 논쟁을 부추긴다면, 서울시민들이 보궐선거에서 야권을 향해 따끔하게 회초리를 들지도 모른다.
모쪼록 이번에 서울시장 후보로 나서는 분들은 모두가 이념문제를 초월해 시민화합을 우선하는 정책을 펼쳐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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