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편집국장 고하승
지난해 후보 단일화 과정에게 박명기 교수에게 금품을 건넨 의혹을 받고 있는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박 교수에게 2억원을 지원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오직 박명기 교수의 어려운 처지를 외면할 수 없어서 선의의 지원을 했을 뿐”이라며 “대가에 관한 어떠한 약속도 없었다”고 항변했다.
실제 곽 교육감은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박교수가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 두 번이나 출마하는 과정에서 많은 빚을 졌고, 이 때 생긴 부채로 말미암아 경제적으로 몹시 궁박한 상태이며 자살까지도 생각한다는 얘기를 듣고, 박 교수의 성품과 정황상 정말 그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런 맥락에서 총 2억원의 돈을 박명기 교수에게 지원하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정말 선의에 입각한 돈이었다”고 강조했다.
곽 교육감의 이 같은 해명이 모두 거짓일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특히 “선거에서 밀접한 관계에 있었던 사람이라고 해서 그 분의 곤란한 형편을 영원히 외면할 수는 없다”는 그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이번 일이 그의 주장처럼 ‘정치적인 의도가 반영된 표적수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잠시 들기도 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검사 이진한)에 따르면 박교수가 자신의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확보한 문건 등을 토대로 대가성을 추궁하자 "단일화 대가가 맞다"고 털어놓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더구나 박 교수는 당초 곽 교육감 측에서 받기로 한 돈은 7억원이며, 이 중 일부를 받았다고 진술했다는 보도까지 흘러나오고 있는 실정 아닌가.
곽 교육감은 이를 어떻게 해명할 것인가.
이에 대한 확실한 해명이 없다면, 곽 교육감을 향한 국민의 의구심은 더욱 증폭될 뿐이다.
오죽하면 민주당에서조차 곽 교육감의 자진사퇴를 촉구하는 발언이 쏟아져 나왔겠는가.
실제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2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대단히 충격적이고 안타깝고 유감스럽다"며 곽 교육감의 책임 있는 처신을 요구했다. 사실상 교육감직 사퇴 요구를 한 셈이다.
박주선 최고위원도 "곽 교육감이 밝힌 돈의 전달 경위와 방법, 액수 등을 볼 때 박 교수의 어려운 입장을 고려한 선의라고 국민이 납득하기 어렵다"며 "진실을 고백하고 공인으로서 합당한 처신과 행동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세균 최고위원과 조배숙 최고위원도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가세했다.
따라서 단순히 ‘선의에 입각한 돈’이라는 해명만으로는 곽 교육감에 쏠린 의혹의 시선을 모두 걷어내기 어렵게 됐다.
그렇다면, 스스로 용퇴를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판단이다.
더구나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있는 상황 아닌가.
지금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무리수로 무상급식 주민투표는 민주당의 바람대로 이루어졌다.
따라서 특별한 변수가 없다면 한나라당의 패배는 필연이었다.
그런데 여론조사 결과를 보니 그게 아니다.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여당 후보를 찍겠다(40.0%)는 사람이 야당 후보를 찍겠다(32.9%)는 사람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서울시장감으로는 거론되는 여야 후보군 가운데서도 나경원 한나라당 최고위원이 21.5%로 1위를 차지했다.
물론 2위를 차지한 민주당 한명숙 전 총리의 지지율은 20.0%로 두 사람의 격차가 오차범위 내에 불과하지만 어찌됐든 한나라당 후보군이 선두를 차지한 것은 의외가 아닐 수 없다.
이는 <한겨레신문>과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지난 27일 서울지역 유권자 400명을 대상으로 벌인 전화여론조사 결과다.
왜 이런 결과가 나타난 것일까?
각 언론은 ‘무상급식 주민투표에서 나타난 보수층 결집 현상이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지만, 필자의 생각은 다르다.
보수층의 결집은 필연적으로 진보 측의 결집을 가져오는데, 현재 우리나 유권자들의 성향을 보면 보수층과 진보층이 각각 30%내외로 엇비슷하다.
반면 중도층이 40%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보수층의 결집, 혹은 진보층의 결집은 이들 중도층으로 하여금 반발을 사게 할 뿐이다.
그럼, 왜 이같은 여론조사 결과가 나타난 것일까?
곽 교육감 때문이라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그에 대한 의혹이 맨 처음 불거진 시기는 지난 26일이다. 바로 그 다음날 여론조사를 실시했기 때문에 이같은 결과가 나타난 것이다.
따라서 결자해지(結者解之) 차원에서라도 곽 교육감은 ‘즉각 사퇴’라는 용단을 내려야 한다.
특히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구태의연한 이념대결의 장이 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사퇴 결단은 반드시 필요하다.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