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편집국장 고하승
지금까지 서울시장 선거는 모두 5번 있었다.
그러나 무소속 후보가 당선된 사례는 단 한 차례도 없었다.
물론 첫 번째 지방선거인 지난 1995년 6·27 지방선거에서 박찬종 무소속 후보가 한 때 돌풍을 일으키기는 했다.
당시 ‘무균질 정치인’으로 불리는 그는 대중적 인기를 바탕으로 서울시장에 도전했지만 끝내 거대 정당조직의 장벽을 뛰어넘지는 못했다.
그나마 당시 여당(민자당)의 정원식 후보(20.7%)를 꺾고, 33.5% 득표율로 민주당 조순 후보(42.4%)에 이어 2위를 차지한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그 이후에도 무소속으로 도전장을 내민 후보들이 상당수 있었지만, 그들의 득표율은 모두 1% 미만으로 의미 있는 득표를 한 후보는 단 한 사람도 없었다.
그만큼 무소속으로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하는 게 어렵다는 말이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이번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는 안철수 서울대 교수, 박원순 변호사 등 유명 인사들의 무소속 후보 출마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실제 안철수 교수는 최근 자신의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설과 관련해 아직 출마를 결심한 단계는 아니라면서도 출마하게 된다면 직접 말씀드리겠다고 밝혔다.
안 교수의 이 같은 발언은 출마를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다는 뜻 아니겠는가.
뿐만 아니라,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인 박원순 변호사도 ‘시민단체 몫’의 무소속 출마를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이들의 무소속 선택이 결국 ‘제 2의 박찬종’으로 막을 내리게 될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무소속을 선택한다는 것은 한나라당·민주당이 갖고 있는 서울시 전역의 당 조직, 선거 지원에서 큰 역할을 하는 국회의원·구청장·시·구의원 같은 원군을 포기하겠다는 것으로 득표력에 한계를 보일 수박에 없는 것 아니겠는가.
그럼에도 이들이 기존의 정당 대신 ‘무소속 행’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것은 기존 정당에 대한 불신 때문일 것이다.
실제 서울시 유권자 중 ‘지지 정당이 없다’고 응답하는 무당파가 무려 30% 안팎에 달한다.
따라서 무소속후보가 여야 후보들과 함께 팽팽한 3파전을 벌일 경우, 이들 무당파를 모두 흡수하면, 무소속후보라도 한번 해 볼만 한 싸움이 될 수 있다.
사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서울시장 후보 선출 과정을 보면 역겨운 일이 어디 한 두 가지인가.
먼저 한나라당을 보자.
청와대가 노골적으로 나경원 후보 만들기에 나선 모양새다.
실제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 등 여권 핵심관계자 30여명이 지난 30일 여의도 63빌딩에서 만찬회동을 가졌다. 그 자리를 주선한 사람은 바로 청와대 임태희 대통령 비서실장이다.
그러고 나서 서울시 지역구 출신 의원들이 최근 연찬회에서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를 경선으로 선출해야 한다는데 의견을 같이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서울시당 대변인인 진성호 의원은 "서울시장 후보 경선은 불가피하며 이 같은 서울시당의 뜻을 홍준표 대표에게 전달했다"며 "서울시당도 경선 준비에 들어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서울시당의 이같은 결정은 사실상 나경원 최고위원에게 힘을 실어주는 발언이다.
결국 청와대가 나서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대해 뜻을 달리하는 나 의원을 서울시장 후보로 만들기 위해 어떤 시나리오를 짜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지우기 어렵게 됐다.
안철수 교수와 박원순 변호사가 그런 한나라당에 대해 선을 긋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민주당의 모양새도 그리 보기 좋은 건 아니다.
민주당은 오는 25일쯤 민주당 단일 후보를 확정하기로 하고 후보 수에 따라 예비 경선을 우선 치르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지만, 주류와 비주류의 갈등이 매우 심각하다.
아주 대놓고 당 대표가 최고위원에게 면박을 주는가하면, 최고위원이 대표에게 얼굴을 붉히면서 대드는 꼴사나운 모습이 연출되고 있지 않는가.
오죽하면 ‘친손학규계’로 분류되는 박 변호사가 무소속을 검토하고, 안철수 교수가 “한나라당이나 민주당이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겠는가.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무당층이 30%에 달하는 현실, 유력 인사들이 무소속 출마를 고려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하고 대오 각성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번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서울시민들은 ‘무소속 지지’를 통해 여야 각 정당에게 “정신 차리라”는 경고의 메시지를 보낼 지도 모른다.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