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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안철수 서울대 교수가 압도적인 선두를 달리고 있다.
실제 한국갤럽과 GH코리아, 리얼미터 등 각종 여론조사기관은 한결같이 ‘안풍(安風)’을 예고하는 여론조사 결과를 잇따라 발표하고 있다.
우선 중앙일보가 지난 3일 한국갤럽에 의뢰해 서울시민 1006명을 대상으로 벌인 긴급 여론조사를 보자.
안철수 후보는 10명의 예비후보 가운데 39.5%의 지지율로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이는 2위에 오른 나경원 한나라당 최고위원(13.0%)이나 한명숙 전 총리(10.9%)와 비교할 때, 무려 3배 이상 앞선 것이다.
같은 날 국민일보와 GH코리아가 서울시민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화 여론조사도 크게 다르지 않다.
안철수 교수는 36.7%의 지지를 얻어, 17.3%와 12.8%의 지지를 얻은 나경원 후보와 한명숙 후보를 크게 앞섰다.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4일 실시한 여론조사 역시 마찬가지다.
안철수 교수가 37.4%로 가장 높았고, 한나라당 나경원 최고위원과 민주당 한명숙 총리는 각각 14.2%로 안 교수와 대략 3배 가까운 차이를 보이고 있다.
한 마디로 ‘안풍’이 파죽지세로 정국을 강타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정치권 일각, 특히 여권에서는 1995년 6·27 서울시장 선거에서 불었던 무소속 박찬종 후보와 비교하면서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날 것이라며, 애써 무시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실제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는 5일 한 방송에 출연, 안철수 교수의 지지율에 대해 “인기투표일 뿐”이라고 평가절하 했다.
물론 현재 지지율을 볼 때, 1995년 당시와 비슷한 것은 사실이다.
당시 박찬종 후보는 선거 20일 전까지만 해도 40%에 육박하는 지지율을 얻었었다.
실제 5월 27일 조선일보·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박 후보는 38.2%였고, 2위인 민주당 조순 후보가 23.9%였다. 분만 아니라 열흘 뒤인 6월 7~8일 조사에선 박 후보 39.2%, 조 후보 21.8%로 그 격차가 더 벌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민주당 조순 42.4%, 무소속 박찬종 33.5%, 민자당 정원식20.7% 순으로 나왔다.
선거 레이스 내내 단 한 번도 지지율 1위를 놓치지 않았던 무소속 박 후보가 민주당 조 후보에게 역전을 허용한 것이다.
따라서 안 교수 역시 박찬종씨와 같은 운명에 처하고 말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
기존 정당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극에 달해 있다.
우선 집권당인 한나라당은 국민들로부터 ‘봉숭아 학당’이라며 조롱을 받고 있는 마당이다. 그런데도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민주당은 이런 한나라당보다도 지지율이 더 낮다.
그래서 ‘희망 없는 한나라당’, ‘대안 없는 민주당’이라는 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안 교수는 단지 ‘무소속 후보’가 아니라 ‘제 3대안세력’으로 국민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일 것이다.
이런 면에서 ‘안철수 현상’은 ‘박근혜 현상’과 흡사한 면이 많다.
국민들은 박근혜 전 대표가 정권을 잡는 것을 ‘정권 교체’로 인식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있었다.
즉 국민들은 박 전 대표를 ‘한나라당의 대안 세력’으로 보고 있다는 뜻이다.
또한 박 전 대표 역시 야권의 유력 주자인 손학규 민주당 대표나 문재인 노무현재단이사장과의 가상 양자대결에서 모두 20% 이상 앞설 만큼 압도적 지지를 받고 있다.
실제 진보성향의 인터넷 신문 <오마이뉴스>가 (사)한국미래발전연구원과 공동으로 지난 달 30일부터 31일까지 양일간 서울시 거주 만19세 이상 성인남녀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결과, 손학규 대표와의 가상대결에서는 52.5% vs 32.7%로 박근혜가 19.8%p 앞섰고, 문재인 이사장과의 가상대결에서는 53.3% vs 33.7%로 역시 박근혜가 19.6%p 앞섰다.
이 같은 박근혜 현상이나 안철수 현상은 기존 정당에 염증을 느낀 ‘대안 세력’에 대한 지지라는 닮은꼴이다.
다만 박근혜 대세론은 몇 년이라는 긴 시간을 두고 철저하게 검증과정을 거친 반면, 안철수 대세론은 이제 시작이라는 점에서 다소 차이가 있다.
따라서 안 교수에 대한 국민의 검증과정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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