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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무소속 출마가 예상됐던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아쉽게도 불출마를 선언하고 말았다.
그는 지난 5일 기자회견을 통해 “오늘 존중하는 동료인 박원순 상임이사를 만나 그분의 포부와 의지를 충분히 들었다. 저는 서울시장 후보에 나가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박 상임이사는 시민사회의 새로운 꽃을 피운 분으로, 서울시장직을 더 잘 수행할 수 있는 아름다운 분”이라고 덧붙였다.
공식적으로 ‘후보단일화’라는 표현을 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단일후보로 추대하는데 동의한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하지만 안 원장의 역할은 거기까지다. 그는 서울시장 선거에 어떤 형태로든 직접 관여하지 않기로 했다.
실제 그는 기자회견 직후 ‘박 변호사의 선거대책위원장을 맡는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렇지 않다. 나는 선거에 관여하지 않는다. 학교로 돌아간다. 본업으로 돌아간다”고 잘라 말했다.
따라서 안 원장이 서울시장 선거판에 다시 모습을 드러내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출마설이 제기된 지 불과 5일 만에 전국을 강타했던 ‘안철수 신드롬’은 이것으로 막을 내리게 된 것이다.
하지만 그 기간이 아주 의미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 짧은 기간에 안철수 원장이 일으킨 돌풍은 실로 대단했고, 정치권에 던진 ‘경고 메시지’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들었다.
우선 각종 여론조사 결과 안 원장은 한나라당과 민주당 등 거대 정당 후보들을 누르고 압도적인 지를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 격차가 무려 3배가량에 달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오만했던 집권당과 제1야당이 기겁했고, 여야 각 정당 지도부는 뒤늦게 “기존 정당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확인했다”며 고개 숙여야만 했다.
안 원장에 대한 서울시민들의 폭발적인 지지가, 여야 기존 정당에게 ‘반성하라’는 경고의 메시지라는 사실을 비로소 깨달은 것이다.
특히 안철수 신드롬은 이제 더 이상 불필요한 이념논쟁으로 국민갈등을 부채질해서는 안 된다는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
안 원장은 “나는 이념에 편향돼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는 그동안 정치권에 의해 자행됐던 보수와 진보의 구태의연한 편 가르기를 반대한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국민은 안 원장을 적극 지지하는 것으로 공감의 뜻을 나타냈다.
사실 국민은 이념논쟁에 신물이 났다.
이른바 ‘보수대연합’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자유선진당과 국민중심당이 통합에 합의했지만 국민들은 별로 관심이 없다. 또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 끝내 통합논의가 무산됐지만 역시 국민들은 관심 밖이다.
보수건 진보건 이념을 앞세운 정당에는 앞으로 표를 주지 않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는 것이다. 안철수 신드롬은 이런 국민의 뜻을 정치권에 각인시켜주는 계기가 됐다.
특히 안 원장은 ‘상식과 비상식’을 언급했다.
아무리 막강한 조직을 갖춘 집권당이라 할지라도, 또 제아무리 서울을 장악한 제1야당이라고 할지라도 상식에 반하는 선택을 할 경우, 결코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보여주었다.
비록 혈혈단신 무소속일지라도 그게 국민의 ‘상식’에 맞는 선택이라면, 국민이 지지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는 말이다.
이런 의미에서 안철수 신드롬은 끝내 불출마로 막을 내리긴 했지만 상당한 의미가 있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이제 이것으로 안교수의 역할은 모두 끝났다.
그런데 각 언론은 ‘안철수-박원순, 제3세력화’ 가능성 등을 언급하는가 하면, 안 원장의 출마 가능성을 보도하는 기사 등을 무더기로 쏟아내고 있다.
심지어 어느 언론에서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의 가상 대결을 벌이는 여론조사를 실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안 원장의 대선출마 가능성은 단 0%도 없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그가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박원순 이사의 손을 들어주었듯이, 내년 대선에서도 ‘국민의 신뢰를 받는 사람’, ‘이념에 편향되지 않은 사람’, ‘상식이 통하는 사람’의 손을 들어주는 것으로 ‘아름다운 역할’을 마무리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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